이번 겨울 첫눈은 온 나라를 뒤덮는 폭설이다 보니 첫눈이라는 낭만보다는 여기저기 크고 작은 사고들로 걱정이 앞서게 되는 첫눈이었답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옆집 살던 친구의 첫눈 사연이 떠오르더군요.
필자보다 한 살 위인 옆 집 친구는, 초등학교가 산 넘어 멀리 있다 보니, 저의 엄마가 같이 학교 다니라고 저를 한 살 일찍 그 친구와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켰답니다. 그런데 엄마가 팔 남매 중 막내인 동생만 젖을 주고 저는 젖을 안 준다고 심통을 부리고 학교를 안 가는 바람에 1년을 쉬고는 다시 입학해, 1년 선배가 되었지요.
그 친구가 우리 마을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여학생을 알게 되었는데 가정 형편 상 자주 만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어느 가을날, 올겨울 첫눈 오는 날 서울역 시계탑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졌답니다. 그래 그 해 겨울 첫눈이 오는 날 친구는 서울역 시계탑으로 달려가서 그 여자 친구를 몇 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슬픈 마음으로 돌아왔답니다. 그러기를 수년이 흘렀는데도 친구는 첫눈이 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서울역 시계탑으로 가서는 몇 시간을 기다리곤 했답니다.
세월이 흘러 부인과 아들 셋의 가정을 꾸린 오십 대가 넘어서도 매 해는 아니지만 간혹 첫눈이 오는 날이면 서울역 시계탑 밑으로 가서 행여나 하고 기다리곤 했지요.
그 친구가 세상 떠난 지도 십여 년, 친구의 영혼은 지금도 첫눈 오는 날에는 서울역 시계탑 아래서 서성일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짠하게 저며 옵니다.
새해 기도
김 한 경
어느 무엇 에고
얽매임도 집착도
다툼도 겨눔도 없이
바람과 노니는
처마 끝 풍경처럼
그리 평화롭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올 한 해도 잘 지낼 수 있게 보살펴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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