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12경은 1997년 영월댐 건설의 급박한 시기에 시민단체와 뜻있는 주민이 동강이 시작되는 정선 가수리에서부터 평창 미탄을 거쳐 영월댐 건설예정지 섭새까지 수없는 답사결과로 탄생하였다.
이는 동강 유역의 생태문화적 경관을 국내외로 널리 알려 동강 댐건설을 저지해 동강의 총체적 자연과 문화유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는 취지였다.
이곳은 계절에 따라 독특한 자연경관을 연출하고 생명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어름치와 수달이 헤엄치고 비오리, 원앙이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주민의 생활과 역사문화를 담고 있다.
동강을 따라 흐르면서 동강 제1경부터 12경의 정겨움을 살피며 걸어보자.
오래전부터 동강은 몰라도 어라연(魚羅淵)은 안다고 한다. 영월읍 거운리 잣봉 아래 강물 속에 솟은 세 개의 바위는 동강의 제일 비경을 이루고 있는 삼선암이다. 주변은 희귀식물의 군락지로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2004년 12월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名勝) 제14호로 지정되었다.
한국 최고의 비경 어라연을 포함한 동강협곡을 즐기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동강을 따라 래프팅으로 둘러보는 방법과, 트레킹으로 잣봉으로 올라 내려오는 방법과 만지로 걸어 들어가 어라연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영월에서 동강 윗줄기 12km 쯤에 있는 어라연은 절운재를 문산터널로 지나 문산2리 문애리로 내려가 문산나루까지 버스가 운행된다. 문산나루에서 거운교 섭새까지가 동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래프팅 구간이다.
문산나루에서 적막강산을 지나 ‘동강 제10경 두꺼비 바위와 어우러진 자갈 모래톱과 뼝대’ 찬사를 보내며 자갈톱에 올라 여유를 즐겨 래프팅은 계속된다.
두꺼비 바위 앞의 뼝대에 달려드나 큰 뼝대는 물길을 막아 밀려 이를 피해 휘돌아 빠지면 이내 숨겨진 멋진 바위섬이 나타나 동강 제일 비경 ‘동강 제11경 어라연’이다. 짙은 옥색 물 가운데 바위섬 세 개 당당하게 줄지어 물살을 가르고 있다.
벼락같이 들이닥친 바위섬은 거무튀튀한 바위에 소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기암절벽이 하늘높이 솟아 과연 신선이 내려와 놀만한 곳이다.
갈라진 섬 사이를 열심히 노를 저어 두 바위섬 사이를 빠져 하선암에 오른다.
고기가 비단결 같이 떠오르는 연못이라는 어라연(魚羅淵), 한때 정자가 있어 정자암이라고도 했다. 어라연은 어라사(於羅寺)가 있어 어라연 이름이라 했는데, 물고기가 하도 많아 어조사 어(於) 자가 물고기 어(魚) 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어라연에는 수백 년 전 낚시를 하던 마을 정씨를 뱀이 나타나 칭칭 감아 죽을 판에 물속의 황쏘가리가 뛰어올라 톱날 같은 등지느러미로 뱀을 쳐 정씨를 구했다고 한다. 이후 거운리와 삼옥리 정씨들은 황쏘가리를 먹지 않았다 한다.
조선 5대 단종이 억울하게 죽자 그 혼령이 태백산 산신령이 되기 위해 황쏘가리로 변했다. 남한강 상류로 올라가 어라연의 좋은 경치에 머물렀다. 문산리 주민들은 단종의 혼령인 어라연 용왕으로 모셔 용왕굿을 올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영월조 고적편에 어라사연(於羅寺淵)이 군의 동쪽 거산리에 있다. 세종 13년에 큰 뱀이 못에서 뛰어놀고, 물가를 꿈틀대며 기어 다니기도 했다. 하루는 물가 돌무더기에 허물을 벗어 놓았는데, 길이가 수십 척이고 비늘은 돈 같으며 두 귀가 있었다. 고을 사람들이 비늘을 주워 조정에 보고해 권극화를 내려 보냈다. 권극화가 못 한가운데 배를 띄우니 폭풍이 갑자기 일어나 끝내 자취를 알 수 없었다. 뒤에 뱀이 다시 보이지 않았다 한다.
동강(東江)은 영월에서부터 시작했다. 영월은 하송리에서 동서 두 개의 강이 합수되어 남한강이라 한다. 하나는 평창강이 단종 유배지 청량포를 거처 영월의 서측으로 흘러들어 서강이다. 정선의 조양강이 가수리에서 백두대간 함백산에서 흘러드는 지장천 물을 받아 전국제일 절경인 사행천의 동강이 시작된다. 영월 동쪽으로 흘러들어 동강이라 한다. 하지만 상류 정선 사람들은 오동나무 동(桐) 동강(桐江), 뗏꾼들은 깊은 골짜기를 흘러 골안이라 불렀다.
1957년 영월에서 함백까지 태백선 철로가 뚫리며 뗏목의 목재 수송을 떠맡아 전설이 끝나 급속하게 쇠퇴하여 동강은 절대오지가 되었다.
또 다른 어라연 접근은 거운리에 1934년에 개교해 2022년에 폐교한 구 봉래초등학교 거운분교 앞에서 작은 개울을 건너 삼옥탐방안내소 앞을 지나 밋밋한 숲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라연 서쪽에 솟은 잣봉(537m)를 거치는 스릴 넘치는 산행으로 최초의 어라연 탐방로였다.
어라연 3km 안내판을 지나 15분 올라가면 마차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고개에서 하늘 금에 이루는 봉우리가 잣봉이다. 소나무 사면을 10여분을 올라가면 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주능선 안부에 선다. 마차에서 만지나루를 넘어 다니던 고갯길, 일명 만지고개로 불린다.
만지고개에서 북쪽 능선으로 10여분 올라 오른쪽 아래 어라연이 내려 보이는 전망장소에 닿는다. 7~8분 거리에 두 번째 전망대가 동강 주변의 진경산수를 보는 듯하다. ㄹ자 형태로 휘감아 도는 구절양장의 푸른 물결을 이루는 동강, 물 한가운데에 떠 있는 모래톱 섬과 세 개의 섬처럼 박혀있는 삼선암 바위들이다. 병풍바위 그 가운데 삼선암, 어라연의 진경을 본다.
여기서 8~9분 더 오르면 잣봉 정상이다. 삼각점. 정상의 조망이 뛰어나다.
북쪽으로는 잣봉의 모산인 장성봉(694m)이 우뚝하고, 동으로는 능암덕산에서 고고산으로 이어지는 산릉이 하늘 금을 이룬다. 남으로는 고고산과 완택산이 마주하고 그 아래는 만지나루로 흘러가는 동강이 짙푸르다.
내리막 북동릉 가파른 내리막을 20분가량 내려서면 어라연이 지척, 어라연이 펼쳐지는 안부에 닿는다. 노송 어우러진 동쪽 암릉 위로 100여m 더 느슨하게 나가면 절벽, 어라연의 전모와 손금 들여다보듯 한눈에 삼선암이 보이는 전망바위다. 어라연의 진면목을 보고 주변의 산이 잘 어우러져 촬영 포인트다.
전망바위에서 거창한 소나무와 꼬리진달래 군락 능선을 기분 좋게 안부로 되돌아와 남쪽 급사면 계단을 내려 어라연 강변에 닿는다. 상선암과 중선암 사이 물가에 도착에 환성을 지르게 된다. 레프팅으로 접안한 장소이기도 하다. 하선암이 밑으로 길게 자갈 모래톱이 꼬리를 끌고 내려간다. 트레커는 물길 따라 울퉁불퉁 돌밭 숲속을 걸어서 만지로 빠진다.
대부분의 동강 레프팅은 두꺼비바위 자갈톱에서 충분히 쉬어가지만, 어라연에서 전망대를 올라보기 위한 접안은 하지 않는다. 대부분 모르고 그냥 지나 어라연 절경을 놓쳐 아쉽다. 꼭 어라연 전망대 탐방을 권유한다. 제일 쉬운 탐방은 만지를 거쳐 트레킹의 좋은 코스를 권장한다.
글 사진 이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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