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12경은 1997년 영월댐 건설의 급박한 시기에 시민단체와 뜻있는 주민이 동강이 시작되는 정선 가수리에서부터 평창 미탄을 거쳐 영월댐 건설예정지 섭새까지 수없는 답사결과로 탄생하였다.
이는 동강 유역의 생태문화적 경관을 국내외로 널리 알려 동강 댐건설을 저지해 동강의 총체적 자연과 문화유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는 취지였다.
이곳은 계절에 따라 독특한 자연경관을 연출하고 생명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어름치와 수달이 헤엄치고 비오리, 원앙이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주민의 생활과 역사문화를 담고 있다.
동강을 따라 흐르면서 동강 제1경부터 12경의 정겨움을 살피며 걸어보자.
연포마을은 동강의 오지의 대표적인 마을로 접근이 어려워 초등학교 분교장도 제일 늦게 폐교(1999년)되었을 정도다. 유명세를 탄계기는 코믹 순정 영화 정규성 감독의 차승원 <선생 김봉두> 촬영지로 관심이 많아진 벽지학교가 있는 곳이다.
또 마을에는 우리 모두 수고스러웠던 세월 잎담배생산으로 집집마다 황토 담배 건조막이 들어서 주변과 잘 어우러져 풍광이 뛰어난 곳이었다. 정선아리랑의 가사에도 많이 등장하는 동강의 정경과 전설 같은 객주집이 아직 연포에는 남아있어 지금도 떠들썩한 떼꾼과 주모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동강에 그 많던 잎담배생산의 유물인 황토 담배건조막도 거의 다 사라져 이제는 연포마을에 겨우 2채가 남아있다. 물가의 객주집 옆에 몇 가닥 목재 뼈대에 농작물 부산인 수수 대를 엮어서 황토를 발라 만들어진 담배 건조막, 올여름 장마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
또 하나는 김봉두 선생 학교 뒤로 우뚝하게 보이는 황토 담배 건조막, 이해동 가의 부속건물이다. 이 건조막은 황토로 벽돌을 찍어서 만들어 아직 든든한 모습이며, 벽에 걸린 농기구가 하나의 생활 예술작품을 이루고 있다. 이제는 담배잎 말리는 건조막 대신 고추 말리는 전기시설이 옆에 옹색하게 붙어있다. 이 댁은 넓은 배 밭에서 생산된 푸성귀로 만든 토속적인 음식 맛이 멀리까지 소문이 나 있다.
지역에서 담배 건조막 명품은 연포학교 옆 덕천리 노인회 나승남 전 회장댁에 있던 멋스러운 황토 담배 건조막이었다. 마을에서 제일 아름다운 황토 담배 건조막과 전통가옥은 최근에 사라졌다. 그나마 아직 사용 중인 보기 쉽지 않은 디딜방아가 남아 있어 마을 전체가 민속 박물관이다. 연포는 정선 동강 끝마을로 이야기가 무궁해 앞으로도 계속 기대가 된다.
연포마을은 태백선의 예미역에서 내려 대중교통인 정선 와와마을버스로 고성터널을 넘어 재넘어마을 고성리까지 들어온다. 동강 고성탐방안내소에서 원덕천을 거쳐 물레재를 넘는다. 그리고 바새마을을 지나 연포 잠수교를 건너 들어간다. 최근에 예전의 털털거리던 험한 길은 말끔히 포장이 되어 승용차나 택시로 손쉽게 들어갈 수 있다.
최근 트랜드인 트래킹의 최적지로 동강가의 제장마을이나 미탄 문희마을에서 칠족령에 올라 바새 앞 뼝창 능선을 타고 연포마을로 내려올 수 있다. 이 능선코스는 한국 100대 명산인 백운산 등산의 축소판으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더군다나 칠족령 옛길은 2007년 아름다운숲길로 알려졌고, 2022년에는 새로운 국가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성황나무가 지켜주는 칠족령 전망대쉼터에서부터 멋지게 연출되는 바새앞 뼝창 능선길경관은 연포마을까지 이어져 계속 탄성을 지르게 한다. 또 아찔한 절벽을 건네주는 ‘하늘벽 유리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명소가 되고 있다.
연포마을은 뗏목이 머물던 곳이기도 하며 아직도 객주였던 집이 김봉두 선생 학교 강가에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시의 이향복 노인은 연로하여 동강의 끝마을 덕포 딸네에 가 계시다 가끔 향수를 달래러 마을을 방문하여 정담을 나누곤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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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80년까지도 이곳에서 떼를 수선하곤 했다고 마을 연포상회(010-8824-1163) 전 농민회 회장 송재복 씨의 말이다. 마을입구의 이 점포는 재넘어마을 동강변에 있는 유일한 가게로 음식도 판매하고, 주인장의 목청 좋은 동강아리랑은 동네 명창으로 잘 알려져 이 또한 연포마을의 명물이다.
연포(硯浦)는 베르메라고도 하는데, 베르는 가파른 절벽, 이곳에서는 뼝대라 하며, 메는 고구려말로 물(水) 곧 뼝대 아래 물가에 있는 마을이다. 베르는 벼루와 유사하여 벼루 연(硯)자를 따 연포라 했다.
마을 앞으로 봉우리가 세 개 우뚝하고 높아 하루에 세 번 해가 뜬다는 마을이다. 큰봉과 작은봉, 칼봉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큰봉 밑으로는 물이 잔잔하고 큰 바위들에는 수달이 살며 민물가마우지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민물가마우지는 경계심이 많은 검고 목이 긴 새로 물고기 포획의 명수다. 최근에 부쩍 나타나기 시작해 동강 상류 광하부터 이곳까지 오르내리며 서식하고 있어 생태계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아직 연포마을에는 영화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 학교건물이 남아있고 새로 조성된 야영터를 찾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 한강 1,000리 길이 계획되어 진행 중이라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전에 바새와 베르메를 이어주는 줄배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 아래쪽에 잠수교가 놓였고, 이곳에서 보는 동강과 바새 앞 뼝대가 어우러진 백운산이 그림 같다. 강 건너 바새마을 끝 동강변용출수의 정경도 또한 좋다.
연포학교에서 강변 둑을 따라 내려가면 마을 밭이 끝나며 비탈이 강으로 몰아넣고 사면에 비공개 동굴이 있어 잔뜩 흥미를 이끌어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동물학자 한상훈 박사의 안내로 용기를 내 들어가니 놀란 관박쥐가 어쩔 줄 몰라 미안해 이내 돌아서야 했다. 위쪽으로 정선 땅 끝 거북이로 가는 길이다.
마을을 지나 강 하류를 따라 마차길 같은 비포장 길이 이어지며 거북이 마을에서 정선 땅은 끝이 나고, 줄배로 강을 건너 영월 땅 가정마을이며, 물길은 이어져 백룡동굴이 있는 평창 땅 문희마을이다. 연포마을 끝으로 거북이 민박(033-378-0888)이 한집 외롭게 지키고 있지만, 꽃차와 솟대로 방문객을 맞이해 이 또한 마을의 큰 자랑거리다.
이제 동강 12경 중에 정선의 7경까지 고개를 마치고 다음은 평창의 2곳과 영월의 3곳을 계속 찾아가려 한다.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힘은 오지로 대표적인 이곳 동강에도, 그 중에서도 간판격인 재넘어마을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사라져 가는 옛 동강모습이 못내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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