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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행복 - 232 마음 가는 대로

  • 김한경 기자
  • 입력 2023.09.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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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근담에 수불파즉자정(水不波則自定) 감불예즉자명(鑑不翳則自明) 고심무가청(故心無可淸) 거기혼지자이청자현(去其混之者而淸自現) 낙불필심(樂不必尋) 거기고지자이락자존(去基故之者而樂自存)이라


물은 물결만 일지 않으면 스스로 고요하고, 거울은 먼지만 끼지 않으면 스스로 밝은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도 애써 맑게 할 것이 아니라, 괴롭게 하는 것만 버린다면 절로 맑아질 것이다. 또한 즐거움도 굳이 찾을 것이 아니라 괴롭게 하는 것만 버린다면 절로 즐거워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옛날 충청도 지방에 이름난 효자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각각 박 씨 성과 윤 씨 성을 가진 사람들로서 이름난 효자였는데, 두 사람은 서로 만난 적이 없어 각자 부모를 어찌 모시는지 궁금하여 어느 추운 겨울날, 윤 씨 효자가 박 씨 효자의 효행을 보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아갔답니다.


 “하늘도 감동한다는 효성을 지니셨다 하여 배우러 왔습니다.” 윤 씨가 공손하게 인사를 하니 “별말씀을, 저도 형씨의 효성을 들어 익히 알고 있습니다. 들어오시지요.”


 방으로 들어오자 박 씨는 이름난 효자답게 먼저 윤 씨 어머니의 안부부터 물었답니다.


“날씨가 매우 찬데 요즘 자당(慈堂)께서는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요즘 날이 너무 추워 안방 아랫목에 두툼한 비단 이불을 깔아 드리고 입이 심심하실까 봐 맛난 다과를 만들어 차려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씨의 자당께 인사를 여쭈어야 할 텐데 아까부터 뵙지를 못하겠군요. 어디 외출하셨나요?”


 박 씨는 대답 대신 가만히 뒤꼍으로 나 있는 쪽 문을 열었다. 그러자 뒤 뜰 채마 밭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파 한 분이 언 땅에 호미질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답니다.


“아니, 저분이 형씨의 자당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내가 잘못 찾아온 것 같군. 세상에 이런 불효가 어디 있단 말이요? 난 이만 돌아가겠소.”


윤 씨가 화를 내며 일어서자 박 씨가 말했답니다.


“나는 어머님을 모실 때 절대 무엇을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어머님의 마음이 편하시도록, 그리고 하고 싶은 일도 마음껏 하시도록 해 드린답니다.”


 그 말에 윤 씨는 화를 낸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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