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한민족의 노래가 되기까지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그리고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하와이로, 불운한 시대에 태어나 망국의 유민이 된 우리 동포들도 아리랑을 잊지 않았어. 하지만 일제 침략을 비롯한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 한반도를 떠난 동포들은 대부분 해방 후에도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단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세력 간 이데올로기 대결이라는 또 다른 갈등 그리고 그것이 폭발한 6.25 전쟁까지, 세계사의 소용돌이 한 복판이 된 한반도는 그들을 챙길 여력조차 없었어.
아리랑은 역설적이게도 한반도가 남북한으로 갈린 이후에 민족의 노래 지위를 얻게 돼. 여기에도 남북한의 이데올로기 대결이 한 몫 했어. 아리랑은 분단 이전 일제강점기까지 가장 많이 불리던 민요였다가 6.25 전쟁을 거치며 당시 주한미군들에 의해 국제사회에 알려졌지. 그 이전 1926년 일제강점기에 나운규 감독의 우리나라 최초 무성영화 ‘아리랑’이 제작됐는데, 6.25전쟁 직후인 1954년 대한민국에서 ‘아리랑’이라는 같은 이름의 반공영화가 제작됐고, 1957년에는 나운규 서거 20주년을 기념해 ‘아리랑’ 리메이크가 제작됐지. 북한은 당시 냉전체제의 주요 경쟁무대였던 한반도에서, ‘아리랑’이 한국전쟁을 거치며 미군에 의해 국제사회로 알려지거나, 남한에 의해 한미합작영화나 ‘아리랑’의 리메이크가 제작되는 것에 자극을 받았던 것 같아. 사실 나운규의 아리랑은 일제하 민족해방투쟁에 복무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담은 영화였거든. 때문에 북한도 경쟁적으로 아리랑을 민족의 노래로 치켜세우고 정전화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짐작하기도 하지.
아리랑은 이렇게 역사적 사건들이 켜켜이 쌓여 민족의 노래가 됐는데, 여기에 또 하나 결정적인 사건이 생겨. 1964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1963년에 남북은 스위스 로잔에서 남북단일팀 구성을 위해 만났는데 여기서 단일팀 국기로 한반도기, 단일팀 국가(國歌)를 아리랑을 결정한 것이지. 그런데 여러 이유로 단일팀 구성은 무산됐어. 그 이후로도 여러 번 시도는 있었지만 실제 단일팀이 결성된 것은 1991년(치바 탁구세계선수권대회)에야 이뤄졌지. 당시 남북단일팀은 세계최강이던 여자단체전에서 세계최강이던 중국을 상대로 기적같은 역전승을 이뤄냈고,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은 아리랑을 불렀지. 이 드라마틱한 과정은 영화 ‘코리아’로 제작되기도 했어. 그 이후로도 마치 파도치듯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남북관계 속에서 아리랑은 하나가 되는 상징으로 자리잡게 됐어.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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