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필자가 서울을 가기 위해 이틀 전 기차표 예매하는데, 고한에서 청량리행은 좌석표를, 그리고 이틀 후 내려오는 기차는 좌석이 없어, 청량리역에서 용문역까지는 입석이고 용문에서 좌석 배정이 되는 표를 예매하였답니다.
서울 일정을 마치고 청량리역에서 5시 고한행 열차를 탓는데, 평일임에도 통로에 서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답니다. 저는 그날따라 종로통을 많이 걸어서인지, 유독 다리가 뻐근하고 많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고한까지 3시간 10분 걸리는 시간 중, 40분 후에나 않을 수 있으니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좌석 뒤에 서서 열차는 출발했는데 내가 선 앞자리엔 임자가 없이 빈 좌석인거예요. 임자가 오면 일어서야지 하면서 그곳에 앉게 되었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서서 가는데 이런 행운에 감사하면서…
30여 분 후 열차가 양평역에 도착했는데, 30대로 보이는 젊은이가 좌석의 임자로 나타나, 얼른 일어서서 10분 후 용문역에서 제 자리로 가 앉게 되었답니다.
그러면서 양평에서 탄 좌석의 임자인 그 젊은이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마음속으로 한참을 “아이고 고마워 젊은이 내 다리가 아픈 것을 어찌 알고 이런 고마운 일이 있을 수가, 엄마 아버지가 내 다리 아픈 것을 아시고는 이런 복을 내게 또 주시었구나.”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틀 전, 서울 올라갈 때 일이 떠오르더군요. 서울을 갈 때 항시 양평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타고는 청량리역까지 서서 가는데 그날따라 역시 많은 사람들이 통로에 서서 가는데, 제 자리에서 2칸 앞자리에 중년 여성분이 혼자 앉아 있고 옆자리에는 짐이 있어 보이는데,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무릎이 아파, 이것을 내가 안고 앉으면 안 되겠냐고 하니 그 여성분은 못 들은 척 창밖으로 얼굴을 돌리는 거예요. 참 세상 야박도 하다, 다리 아프다는 노인에게 자리 양보도 할 수 있을텐데, 그리 생각하면서, 짐승보다 못한 뻔뻔한 그 여자 얼굴이 보고 싶어지는 거예요.
제가 얼른 일어서서 할머니에게 자리 양보를 했지요. 할머니는 고맙다고 몇 번이고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자마자 전화통화를 하는데, “아니 연세도 꽤 되신 어르신이 자리를 양보해 주시어 앉았단다. 얼마나 고맙구 고마운지, 정말 고마운 분이셔” 하면서 통로에 선 나를 올려다보면서 고마움의 인사를 또 하더군요. 나는 혼자 앉아 있는 여자 얼굴을 보려고 옆으로 가보니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해서 잘은 몰라도 50대로 보이는데, 옆자리에는 작은 핸드백과 작은 종이쇼핑백이 있더군요.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양평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자리를 양보하고, 청량리역에서 양평역까지 자리를 양보 받았다는 이틀 만에 생긴 이 기막힌 일이 그냥 흔히 넘길 수 있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3시간 동안 기차 안에서 ‘자업자득(自業自得)’과 ‘업보(業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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