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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행복 – 190 거리에서

  • 김한경 기자
  • 입력 2021.11.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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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던 가로수 은행잎 새들은 샛노란 단풍 비로 마구 쏟아져, 하늘이고 길이고 온통 노란 잎 새들로 뒤덮어 놓고, 함께 떨어진 은행 열매들을 온몸이 깨어진 채 길 위에 나뒹굴고 있어…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비둘기들은 서너 마리씩 짝을 지어 구-구 거리면서 연신 보도 불럭 위 먹이를 쪼아대고,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들이나 모두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영상들을 보면서 오가고.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은행을 줍기도 하고, 빈 상자들을 수거해 몇 개씩 접어 유모차에서 싣고는 분주히 오고 간다.


  승용차와 버스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쉴 새 없이 달리고 있고, 오토바이들은 가끔 부응 부응 괭음을 울리며 죽기 살기로 달려가고들 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를 저 끝없는 사람과 차량들의 행렬, 내가 집사람과 수 십 년을 함께 거닐던 연신내 거리에서, 한 사람을 저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혼자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그냥 멍하니 서서, 분주한 이 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잎 새들은 아는지 노란 잎 새들이 바람 없이도 단풍 비로 마구 쏟아져 내린다. 쏟아져 내리는 잎 새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사람들은 무엇을 얻으려 가는 것일까? 아님 무엇을 버리려 가는 것일까?


  잎 새들은 가지가 손을 놓아버린 것일까? 잎 새들이 손을 놓고 떠나는 것일까?


  우리의 죽음도, 생이 손을 놓아버리는 것일까? 스스로가 생의 손을 놓아버리는 것일까?


  살아 있다는 일이 참으로 허허롭다.

 


사별(死別)


오늘 가야만 한다고/꼭 떠나야 해//천지 사방 둘러봐도/오라는 이/가라는 이/아무도 없구만/가는 곳이 어디멘지/보도 듣도 못한 곳을//서두리지 않아도/언젠가는 갈 길인걸//오늘이 아니면/아니 되는지/사람들은 서둘러/떠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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