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내자가 살아생전 비를 좋아해서 비 오는 날을 함께 즐기다 보니 저도 언제부터인가 비를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물론 비는 지구상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소중한 생명수이기도 하지만, 특히 나무와 풀 잎새들을 말끔히 씻어주고 계곡에 샘물을 흐르게 해, 우리 사는 세상을, 맑고 밝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가을비가 장마처럼 하루가 멀다고 내리다 보니 창문을 열어놓고 침대에 누워서 빗소리를 듣다 보면, 모든 잡념이 없어지고 심신(心身)이 평화로워지는 것에, 아마도 이것이 천당이고 극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답니다. 그래 요즈음은 빗소리에 빠져들어 극락과 천당을 자주 다녀오게 되지요. 그래 살아생전 극락과 천당을 자주 다녀보고 온다는 게, 어디 아무에게나 주어진 행운이 아닐진데, 나는 얼마나 큰 복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게도 된답니다.
헌데 또 한편, 따가운 햇살에 곡식들이 익어가야 하는 이 가을철에 이리 비가 자주 오니 농부들의 시름이 얼마나 깊을까 생각하면, 내 이대로 비를 즐긴다는 것이, 큰 죄가 되는 것 같아 한편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하답니다.
세상 산다는 일이 나만 즐거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더불어 함께 즐거워야 한다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봅니다. 그래 티베트 사람들은 이웃들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행복관을 갖고 있기도 한가 봅니다.
가을 하늘
첩첩의 산들은/옹기종기 붙어 않자/오색의 단풍 옷을 입혀주고 벗겨 주고//넓고 맑은 가을하늘/섧게도 푸르러/가슴이 시리도록 바라보고 있자 허니/흘러가는 흰 구름이/한가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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