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심진경
떨어진 꽃잎을 세다가
밥을 굶었다
매해 사월에는 바닥을 본다
사월의 마른 바람은 꽃잎을 날리고
찢어진 대기 틈으로 사라진 꽃잎은
다음 사월에 다시 나타난다
줄지도 않고 틀림없이
마른 바람이 잦아들어
비가 내리길 바란다
꽃잎을 모아 묻어주고 싶다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없이 사월만 담은 꽃잎에게
자연의 성숙과 노화와 죽음을 알려주고 싶다
사월에는 꽃잎을 세어야 한다
바닥을 보고 밥을 굶어야 한다
아무래도 봄비는 쉬이 내리지 않으려나 보다
그러니 여전히 꽃잎은 나타난다
그러니 반드시 보아야 한다
적어도 사월에는 그렇게라도 하여야 한다
어느덧 노란 나비가 날아오를 때까지
시작 노트
삼천리 강산에 새봄이 오면, 팔도강산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여린 순과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어느 하나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하나 거슬리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4월에는 거기서 멈춘 생명들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것이 있고 그 위에 생존하는 것이 있다는 범우주적인 진리를 거스를 수는 없겠으나, 나는 사라진 것들이 해마다 아리게 다가옵니다. 아름답기에 더 슬픕니다.
내년 봄에는 사라진 생명들이 아름답게 빛나서 찬란한 봄을 만끽하는 데 죄책감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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