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 사뿐 사북을 지나 만항마을까지 도착했지요.
“마을의 이야기를 발굴하며 찾아낸 많은 지역 문화를 동화책으로 만들어 마을 재생에 활용할 생각입니다.” 폐광지역인 사북과 고한읍의 지난 이야기들을 발굴해 기록하는 기록서를 만드는 일을 하는 동호회 ‘별글벼리’ 대표인 정은서(사진·43세) 대표는 그동안 지역기록들을 다시 정리하며 따뜻한 탄광지역 특유의 문화가 많다며 앞으로 해 나갈 일을 이야기 하며 들떠 있었다.
“예전에 비오는 날이면 탄광에 일하러 가셨던 아빠를 바래러 우산 들고 나가는 일이 사북 사는 어린이들의 숙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산을 들고 나간 어린이들은 버스에서 내리는 광부 아저씨들을 아무리 쳐다봐도 아빠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얼굴이 까맣게 탄가루가 묻어서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안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아빠를 찾다보면 아빠가 아이들을 먼저 찾곤 했다는 이야기가 특별히 더 기억이 난다는 정은서 대표도 43년 전 사북의 한국병원에서 태어난 광부의 딸이었다.
사북의 탄광들이 문 닫자 부모님과 함께 정선읍내로 이주해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대학을 다니느라 정선을 떠났던 시간을 빼면 정선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나이 들어가는 토박이다.
“2002년 처음 강원랜드가 문을 열 때, 딜러로 취직하게 되어 사북으로 이사 온 날의 그 썰렁하던 사북 읍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고향에서 직장인으로 생활하던 그가 마을 기록가로 활동하게 된 것은 3년 전 지인이 권유였다.
“마을 기록을 위한 활동가가 되기로 하고는 지역의 책 읽기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제 지인들로 구성된 12명의 인원이 모여 ‘별글벼리’라는 이름으로 동호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모임의 특성이 있는 동회의 마을 기록 활동은 순조로웠다. 지역사랑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구성원들이 진심이 취재원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년 넘게 활동한 기록들이 “사뿐 사뿐 사북”이다. 탄광시절 연탄을 연료로 살아가는 이웃들과 사북 기찻길과 탄탄대로 광부의 하루, 카지노가 생기면서 변한 사북의 모습들까지 주민들의 시선으로 담아 낸 책은 많은 탄광 지역 주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마을 기록가 활동이 제게는 많은 보람을 안겨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회사 다니는 틈틈이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쪼개가며 일을 하고 있는데 모든 회원분들도 비슷한 마음인 듯 싶습니다.” 그렇게 시간들이 흘러 고한의 만항 마을의 시간들을 기록한 책 “만만한가 만항”이 올해 1월에 다시 출간되었다.
만항재 아래에 위치한 만항마을의 역사와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의 성장사, 문화예술광산으로 변모한 삼탄아트마인, 정암사와 수마노탑을 지켜 왔던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담기고, 만항의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고한함백산야생화축제’까지 만항마을 사람들의 삶이 빠짐없이 기록으로 정리된 만항마을 백과사전이라 불러야 좋은 책이었다.
“기록서를 제작하며 기록했던 눈물 나고 따뜻한 지역의 이야기들을 도시재생에 접목시켜 따뜻한 이야기가 있는 마을로 변화 시키고 싶다은 꿈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록가들의 자원 봉사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정 대표는 사북탄광 마을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동화책을 만들고 있다. 동화책을 만들어 판매하는 수익금으로 마을 기록가들의 활동비를 충당할 계획이다.
그들의 진심과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합쳐지는 동화책의 출간이 벌써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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