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이라는 처서가 지나 한참 더위 때 입던 티셔츠를 입으니 썰렁하니 쓸쓸해서 다시 벗고는 긴소매 셔츠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밤이면 바람이 서늘해서 저녁이면 창문을 닫고 겨울 이불을 꺼내 발목만 덥고 자다가 필요하면 가슴까지 덥게 된다.
함백산 기슭은, 겨울이 반년이고, 여름이 반년이라고 하니 그 긴 겨울을 다시 준비해야만 하겠다. 그러면서 지난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내 태어나 이 가을을 몇 번이나 맞이했는가, 그리고 앞으로 몇 번의 가을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돌아보면 짧기만 한 내 생이 제대로 길을 잘 선택해 걸어온 것인지, 아님 잘못된 지름길로 들어선 것은 아닌지, 일몰의 생이 길 위에서 길을 묻는다,
내 가야 할 길의 끝은 보일 듯 보일 듯도 한데, 걸어온 시작점은 아련하니 멀기만 한 것 같아…
돌아보면 부모님 덕에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참으로 재미있는 생을 살아오면서, 글 쓰는 길을 선택한 것이 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임을 자부하면서도 가끔은 황혼의 길목에 서서 그 길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나만의 심사는 아닐 듯도 싶다.
어찌해야 남은 생을 추하지 않게 살다가 가는 것일까. 그리고 이웃들에 누가 되지 않고, 생에 대한 집착 없이, 생자필멸이라는 죽음의 섭리를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지구별 수십억의 사람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땅 위에서 오천만의 한 사람으로 태어나 서로가 서로를 알게 된, 하늘이 맺어준 인연들도 아주 소중히 소중히 간직해야만 하겠다.
인연
전생 무슨 인연이기/이승에서 할비와 손자로 만나/늦 사랑에 푹 빠져 세월 가는 줄 모르다./때가되여 헤어지게 되면/우리 어느 하늘 아래 그 무엇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네 창가엔 구만리 하늘이 솟고/내 창가엔 지금 황혼이 깃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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