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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시인의 함백산 편지] 차 한 잔의 행복-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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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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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 학창 시절 절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나이 서른에 결혼한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답니다. 남들은 이민을 가도 자주 오건만 이 친구는 15년(?)이 지나서야 2번인가 다녀갔지요. 작년에 LA에 살고 있는 딸아이 집으로 여행을 갔는데 그 친구는 로스엔젤스에 살면서 서점을 운영하다 정리하고, 부인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인과 함께 8시간여 걸리는 거리를 차를 몰고 와서 우리를 데려가 친구네 집에서 2박을 하면서 그곳을 관광시켜 주고, 올 때는 다른 차편을 이용하겠다고 하니 친구 부인이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더군요. 부인은 직장에서 일주일 휴가를 냈다고 하더군요. 그래 8시간 거리를 데리러 와서 데려다 주고를 두 번이나 반복을 하면서, 8시간 차 안에서 옛날 이런 저런 이야기로 얼마나 깔깔대고 웃었는지 지루한 줄 몰랐답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남편 친구가 왔다고 부인이 일주일씩 휴가를 낸다는 것은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라고들 하고, 부인 직장에서도 남편 친구가 왔는데 뭔 일주일씩 휴가를 내냐면서 다들 놀라와 하드랍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친구를 생각해 보니 참 좋은 친구에 좋은 부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답니다. 학창 시절 말다툼은 고사하고 서로가 싫은 기색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런 관계였답니다.

고등학교 때이던가 친구와 둘이 서울 마포 강에 가서 보트를 타고 발전소 쪽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데 친구 보트는 잘 나가는데 내 보트는 안 나가는 거예요. 그래 친구에게 보트를 바꿔 타자고 하니 (강 한가운데서 보트를 바꿔 타는 일은 절대 금기 사항) 서슴없이 그러자고 해 서로 위험을 무릅쓰고 바꾸었지요. 몇 년 후에 안 일이지만 자기는 태어나서 그렇게 위험한 일은 처음이었고, 더구나 수영을 전혀 못하니 더욱 무서웠다고 하더군요.

LA에서 친구 집으로 갈 때이던가(?) 차 안에서 내 고백을 했지요. “내 것을 다 주고도 아까운줄 모르고 더 주고 싶었던 그런 친구였다”고 하니 운전석 옆에 있던 친구 부인이 “이 사람도 그랬대요.” 하더군요. 친구 역시 나처럼 집사람에게는 이미 오래 전 고백했나 봅니다. 오십년 지기 친구인데 한번 쯤 확인해 보고 싶었는가봅니다.

저는 가끔 기도를 드리지요. “이승을 떠나 저승에서도 저 친구를 꼭 만날 수 있게 해주시고,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보고 싶을 때면 언제고 볼 수 있게 서너 집 건너 쯤에 있게 해 주시어, 내 보고픔이 다 소진되어 보지 않고도 살 수 있을 때 까지만 볼 수 있게 해 주시기를 기원한다”고 말입니다.


짧은 만남 긴 이별

아침에 만난 얼굴
저녁이면 지워지고
어제 우리 약속들
우리 서로 잊고 살지

잦은 만남
익숙해진 이별에
무디어진 가슴으로
무덤덤히 사는 세상
보고 싶은 사람
평생 아니 보고도
살 수 있는 세상에서

그대야
짧은 아쉬움으로 가지만
내게는

기다림으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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