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9년, 조선 선조 때 퇴계 이황은 69세의 나이가 되자 우찬성(右贊成)의 벼슬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때 선조는 이황을 끝까지 옆에 두려고 이조 판서의 벼슬을 내렸다. 이황이 끝내 벼슬을 사양하며 낙향을 고집하자 젊은 관료인 율곡 이이가 찾아갔다.
“어린 임금께서 즉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으니 좀 더 보필해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황이 대답했다.
“신하 된 도리로서 벼슬을 마다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이제 나는 나이가 들어 내 재주로는 그 중책을 감당하기가 벅차오. 그러니 이쯤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하오.”
이이는 다시 이황을 설득했다.
“설령 아무 일을 하시지 않더라도 조정에 남아 계신다면 사실 자체가 나라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말에 이황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것은 과분한 말씀이오. 주어진 직책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조정에 몸만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직무 태만이오. 내 어찌 모든 관료들에게 그 같은 좋지 못한 기풍을 조장한단 말이요?”
결국 이황은 자신의 뜻대로 낙향하고 말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황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나아가고 물러나는 데 있어서 대의(大義)를 돌아보지 않고, 한낱 임금의 사랑만 중하게 여긴다면 그것은 올바른 충성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야기 채근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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