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대 후반의 지인이 지난해 늦여름 다리뼈가 부러졌다.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그곳에 장기간 입원할 수 없어 서울 근교의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그 병원에 한동안 입원했다가 퇴원한 지인의 경험에 따르면, 70∼90대 노인들이 모인 요양병원에서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랐다고 한다.
박사든 무학이든, 재산이 많든 적든 상관이 없단다. 누구나 똑같이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누워 있는 그곳에서는 안부 전화가 자주 걸려 오고, 간식이나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많이 받는 사람이 ‘상류층’이라고 한다.
가족과 친구에게 받은 간식과 생필품을 의료진이나 같은 병실 환자들에게 나눠 주는 이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병실의 계급은 그렇게 좌우된단다.
“내 옆자리 할머니는 밖에서는 교장 선생님이었고 아들도 고위 공무원이라는데, 사과 몇 알은커녕 전화도 거의 안 오더라. 그래서인지 내가 받은 과일이나 간식을 나눠 주면 무척 고마워하면서도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과거에 연연하거나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할 것이 아니라 오늘에 충실하면 된다. 그런데 그 오늘은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친구나 친척들에게 안부 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일.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일. 그런 일들이 인생의 말년을 풍성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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