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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시인의 함백산 편지] 차 한 잔의 행복-11

  • 김한경 기자
  • 입력 2014.07.2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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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에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지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민들레가 노란 꽃 밭길을 만들어 주고 민들레가 지고 큰 눈송이 닮은 씨방들을 하늘로 날리고 나니, 어디선가 기막힌 향내가 코를 찔러 자세히 살펴보니 쥐똥나무가 아주 작은 꽃들을 피웠는데 잎 새들에 가려 사람들 눈에 잘 들지 않으니 기막힌 향내로 자신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 향들이 사라진 듯 하니 해바라기를 닮아 애기해바라기라고 하는 노란 ‘원추선인국’과 꽃 한 송이에 씨앗이 많고 번식력이 강해 밭에 피었다하면 농사가 망한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개망초’가 흰 눈을 뿌려놓고, 노란 아기 병아리가 줄줄이 떼를 지어 나들이 가는 모습으로 들녘에 흐드러지게 피어서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꽃들이 지게 되면 온갖 산들은 울굿 불굿 단풍으로 물들고 단풍과 함께 구절초나 ‘뚱단지’ 같은 산국들이 늦가을 까지 우리 곁에 있어주겠지요. 지금 강릉 경포호수 5만여 평의 저류지에는 코스모스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참으로 장관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 너른 들녘에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하늘거릴 테니 말입니다. 장마건 가뭄이건 들꽃들은 주어진 환경에 인내하면서 때가되면 왔다가 꽃을 피우고 때가 되면 홀연히 떠나버리는 저 자유롭고 평화로운 짧은 생. 봄꽃이 가을에 피려하지 않고, 가을 국화가 봄에 피려하지 않는 서로가 서로를 감싸주고 보듬어 주는 저 아름다운 질서 속에서 연연하지 않는 생을 살기에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전해주게 되는가 싶습니다.


사람들도 자신의 생에 충실하면서 그 충실이 남의 생까지 보듬어주게 된다면, 그래서 아름다운 향을 이웃에게 전해주게 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워질까요.


풍래소죽(風來疎竹)이 풍과이죽불유성(風過而竹不留聲)하고, 안도한담(雁度寒潭)이 안거이담 불유영(雁去而潭不留影)이라 했지요. 대나무 숲에 바람이 노닐다 가도 대숲은 그 바람소리를 남기려 하지 않고, 못가에 기러기 노닐다 가도 연못은 그 기러기의 그림자를 남기려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들 하루 세끼를 먹고 사는데, 많은 사람들은 벼를 심거나 쌀을 사서 밥을 지어 먹고 살지만, 어떤 사람들은 남의 밥그릇에 담긴 밥을 통째로 빼앗아 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제목 : 오늘 저녁은


오늘 저녁은
날도 더우니
솥에 식은 밥 있겠다
텃밭에서
상추 쑥갓에 실파 좀 솎고
매콤한 고추 몇 개 따서는
 
폭 익은 날된장에
손이 흠뻑 젖도록
쌈이나 싸야지
반주(飯酒)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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