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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시인의 함백산 편지- 4

  • 김한경 기자
  • 입력 2014.05.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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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행복
 
김한경 주필.jpg

며칠인가 쉬지 않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대드니 만, 봄꽃들이 많이들 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꽃을 시샘하는 꽃샘바람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지는 꽃들은 빨리 진다고 바람을 원망하기 보다는, 덕분에 조금 빨리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게 된다고 생각들 하겠지요. 빨리 오면 빨리 가고, 늦게 오면 늦게 간다는 자연의 섭리를 나무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하여 꽃들은 떠나면서 자신들의 빈자리에 어느 꽃은 열매를 달기도하고, 어느 꽃은 연두색 잎새를 달기도 하지요. 그래 그 열매들은 가을이면 여름의 따가운 햇살에 흠뻑 익은 과일의 맛을 안겨주고, 잎새들은 여름 내 햇살을 가려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다보니, 가을이면 그 햇살에 울긋불긋 화상 입은 아픈 흔적들을 예쁜 단풍으로 보여주지요. 남을 위한 희생은 이리 아름다움이 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만으로 추운 겨울을 견디면서 인내라는 것에 대해 가르쳐주기도 하고,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맑은 공기를 만들어 주는가 하면, 죽어서는 사람들 사는 집을 만드는 재목으로 생을 마감하지요. 그러고 보니 나무들은 오직 사람들을 위해 생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헌데 사람들은 이런 나무들에게 고마운 마음가짐은 고사하고, 마구 자르고 꺾고 하는 짓들을 서슴없이 저지르고들 있지요. 그러니 자연의 재앙도 자연 탓이 아니라 우리 사람들의 탓이지요.
 
크던 작던 간에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들은 성공이 아닌, 실패한 삶을 살게 되지요.
 
최영미 시인은 ‘선운사’라는 시목에서 꽃들이 지는 모습을 이리 아파하며 노래하고 있답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 볼 틈 없이/아주 잠깐 이더군//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 가는 그대여//꽃이 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 참 이더군/영 영 한 참 이더군.
우리 사회는 시인들의 이런 고운 마음씨가 충만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좋은 일은 좋은 끝이 있고. 나쁜 일은 나쁜 끝이 있지요. 그래 우리는 요즈음 나쁜 끝들을 종종 보게 되지요. 헌데 끝이 안 보이는 것도 간혹은 있습니다. 그것은 좋고 나뿐 것에 대한 인과(因果應報)가 끝난 게 아니라 아직 때가 아니어서 랍니다.
 
 
겨울나무
 
받침목이 없어
너른 하늘이 쏟아질까봐
 
하늘이 쏟아지면
사람들이 다칠까봐
 
겨울나무들은
잎 새 떨 군 알몸으로
 
추워라
우-
우-
소리 지르며

겨우내
큰 하늘을
받치고 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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