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면 세상에 그리 두려울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일이지요. 필자 아버님의 형님이 한 분 계셨는데 아들 한 분 낳으시고 부부가 일찍 돌아가시었습니다. 제게는 사촌 형님이신 그 분은 저보다 이십 년 위 신데 모 출판사에 다니시며 자주 왕래하고 지내시면서 저에 대한 사랑이 돈독하시였답니다.
그런데 그 형님이 암으로 얼마 못사신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 정릉 집을 찾아 갔더니 나를 보자 누워계시던 형님이 자신을 좀 일으켜 달라고 해 제 팔에 반쯤 안기시더니 “아범아 어제 밤에 내가 어느 강에 도착을 해 나무다리를 건너고 보니, 끝없이 펼쳐진 푸른 벌판에 처음 보는 꽃 들이 흐드러지게 피 여 있고, 보도 듣도 못한 새들이 지저귀는데 삼베옷을 입은 남녀 수 십 명이 춤을 덩실 덩실 추고, 그 옆에는 장구에 꽹가리 피리를 물어대는 사람들과 긴 창을 든 포졸들이 호위를 하며 벌판 끝 쪽으로 가는데, 아주 평화로워 보이는 게 천국 같은 생각이 들었단다.
나도 그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얼굴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조금 무서운 듯한 느낌의 사람이 내 앞을 가로 막고는 무슨 명단을 보고 나를 흩어 보더니 ”당신 잘못 오셨어 한 달 후에나 오시오!“ 해서 다리를 되 건너 돌아 왔단다.
그런데 오늘이 몇 일이니?” 하며 물으시더군요. 병이 위중하시면서도 어찌나 상세하게 이야기 해 주시는지 내가 직접 다녀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꼭 한 달이 되는 날 형님은 돌아가셨답니다. 그래 저는 그때부터 그 곳이 저승 가는 길이라 믿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다행이도 저승 가는 길이 그리도 평화스럽다는 생각에, 죽음에 대한 어두웠던 저의 생각이 바뀌게 되었답니다. 그래 저는 그 형님 덕분에 아무도 경험 하지 못하는 저승 가는 길을 다녀온 셈이지요. 누구에게나 꼭 한번 뿐인 저승 가는 길을 말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저승 가는 길 조차 그리 두려운 길은 아니라니, 그러고 보면 세상에 그리 두려울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승이야
울고 웃던 칠십 해가
눈 감으니 일장춘몽
배냇머리 백발세월
돌아보니 어제 오늘
평생을 걷고 뛰고
누워보니 제자리
구만리 하늘가에
있겠다 싶었는데
삼베옷 한 벌 입고
삼일 만에 나서보니
에 - 구 - 야
방문 밖이 저승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