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0년 《동국문헌비고》 속 읍내장에서 전국 대표 관광시장으로
공식 개장 60주년 정선아리랑시장, ‘달빛마중 야시장’으로 새 도약




250년 넘게 정선 사람들의 삶을 품어온 정선아리랑시장에 달빛이 내렸다.
산나물과 약초를 이고 고갯길을 넘어온 농민들, 검은 탄가루를 털어내고 장을 보던 광부 가족들, 폐광 이후 관광열차를 타고 찾아온 도시 사람들까지. 정선아리랑시장은 농사와 탄광 노동, 폐광의 아픔과 관광산업의 희망이 한 공간에 겹겹이 쌓인 정선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다.
정선 장터의 역사는 1770년경 편찬된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에 기록된 ‘읍내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적어도 조선 영조 무렵부터 산과 골짜기에 흩어져 살던 주민들이 장날이면 고갯길을 넘어 이곳으로 모였다.
산에서 거둔 나물과 약초, 감자와 메밀을 내다 팔고 산골에서 구하기 어려운 소금과 생선, 옷감과 농기구를 사 갔다. 물건과 함께 사람들의 안부가 오갔고, 마을마다 불리던 아라리 가락도 장터를 거쳐 정선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 오랜 읍내장의 전통 위에 1966년 2월 17일 현재의 정선시장이 공식 개설됐다.
올해로 개장 60주년을 맞은 정선아리랑시장이 이제 ‘달빛마중 야시장’을 열고 다시 한번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지난 4일 문을 연 달빛마중 야시장은 열흘 만에 관광객과 주민들의 발길을 붙잡으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가 지면 문을 닫던 장터에 불이 켜지고, 고소한 음식 냄새와 흥겨운 음악이 골목을 채운다.
250년 산촌 장터의 시간이 달빛 아래에서 다시 신명 나게 흐르기 시작했다.
동문과 서문을 잇는 매대에는 더덕튀김과 수제 곤드레소세지, 멘보샤, 황기마라오리 등 정선의 농특산물을 활용한 이색 먹거리가 줄지어 늘어섰다. 통일된 로고와 매대 번호, 보기 쉽게 정돈된 메뉴판이 깔끔한 인상을 주고, 상인들이 즉석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과 구수한 냄새는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야시장의 온기는 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다.
평소 이른 저녁이면 하나둘 문을 닫던 점포들도 야시장 손님을 따라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낮 장사를 마친 시장이 밤이 되면 또 다른 얼굴로 관광객을 맞는 것이다.
삼우주택에서 봉양파출소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방문객들이 음식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취식 테이블이 놓였다.
공연장 인근에는 라이브 공연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골목을 밝힌 야간 조명과 아기자기한 포토존도 가족과 연인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을 오래 붙든다. 먹거리를 손에 든 관광객들이 공연을 즐기고 사진을 찍으며 골목을 오가는 사이, 낮의 장터는 밤의 축제장으로 변한다.
지난 11일 시장 공연장 일원에서는 ‘정선아리랑시장 60주년 기념식 및 달빛마중 야시장 개장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의 축하와 박수 위로 시장이 걸어온 60년의 세월과 새로운 도약을 향한 기대가 함께 포개졌다.


정선아리랑시장의 공식 역사는 1966년 2월 17일 문을 연 정선5일장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장터의 뿌리는 이보다 200년 가까이 앞선 조선 후기 읍내장에 닿아 있다.
60년 역사의 현대적 전통시장이면서, 그 뿌리를 따지면 250년 이상 이어진 산촌 장터인 셈이다.
이곳에는 지금도 농민이 직접 키우고 거둔 농산물을 좌판에 올리는 오랜 전통이 남아 있다.
산나물과 약초, 감자와 황기, 더덕, 마늘 등이 농가의 손끝을 거쳐 장터에 나온다. 재배한 사람이 직접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값은 소박하고 맛은 정직하다.
매월 2·7·12·17·22·27일 서는 오일장과 매주 토요일 열리는 주말장에는 바구니 가득 농산물과 공예품, 먹거리를 이고 나온 할머니 상인들이 자리를 잡는다.
투박한 정선 사투리로 값을 흥정하고 덤을 얹어주는 모습에서는 도시가 잃어버린 장터의 정겨움을 만날 수 있다.
정선아리랑시장도 한때 위기를 겪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석탄산업이 쇠퇴하고 탄광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정선지역의 인구와 소비가 함께 줄었다. 도로 교통과 현대적인 유통망이 발달하면서 장날을 찾는 주민들의 발길도 예전 같지 않았다.
꺼져가던 장터의 불씨를 되살린 것은 철도였다.
1999년부터 정선5일장 관광열차가 운행되면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관광객들이 장날에 맞춰 정선을 찾기 시작했다.
장터와 철도, 정선아리랑, 산촌 음식과 농특산물을 하나로 묶은 관광상품은 큰 성공을 거뒀다. 정선시티투어와 정선아리랑극 등 연계 관광상품까지 더해지면서 정선5일장은 주민들의 생활시장을 넘어 전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됐다. 같은 해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계기로 시장 이름도 ‘정선시장’에서 ‘정선아리랑시장’으로 바뀌었다.
조선 후기 산골 주민들의 삶을 이어주던 읍내장, 탄광 전성기의 북적이던 오일장, 관광열차를 타고 전국의 손님이 찾아오는 문화관광시장에 이어 이제는 정선의 밤을 밝히는 야시장으로 또 한 번 변신하고 있다.
‘달빛마중 야시장’은 오는 10월 3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된다. 제51회 정선아리랑제가 열리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는 목·금·토요일 사흘 동안 확대 운영된다.
낮에는 산골의 넉넉한 인심을 사고, 밤에는 정선의 맛과 흥을 즐기는 곳. 250년의 시간을 품은 정선아리랑시장이 달빛을 마중하며 다시 젊어지고 있다.
전영훈 정선아리랑시장상인회장은 “낮에만 북적이던 시장의 활기를 저녁까지 이어가고, 상인들에게도 방문객을 만나는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고자 야시장을 열었다”며 “맛있는 먹거리와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준비한 만큼 정선아리랑시장에서 정겨운 가을밤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선아리랑시장 건의 및 불편사항·농특산물 구입 문의: 정선아리랑시장상인회 563-6200
김광희·정일환 기자 jiw2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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