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아리랑 연구박사 2호 군인의 길서 학자·소리꾼으로…문곡리서 ‘정선아라리 배움터’ 운영
아리랑이 과거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노래가 돼야”

물 위의 백조는 한없이 우아하다.
그러나 그 고요한 자태 아래에서는 두 발이 물살을 헤치며 쉼 없이 움직인다.
정선아리랑도 그렇게 오늘에 이르렀다.
강원특별자치도 무형문화유산 제1호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그 울림을 넓히기까지, 화려한 무대 뒤에서 묵묵히 소리의 물길을 내온 사람들이 있었다.
정선아리랑 연구박사2호로 알려진 이현수(61)박사도 그 소리의 물길을 이어온 사람이다.
그는 아리랑의 뿌리와 변화를 탐구하는 학자이자,직접 부르고 가르치며 소리의 맥을 잇는 전승교육사다.
책 속에서 아리랑의 역사를 밝히고,자신의 목소리로 오래된 가락에 오늘의 숨을 불어넣는다.
이 박사는1965년 정선군 원골마을인 행매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장례 행렬을 이끌며 상여소리를 부르던 선소리꾼이었고, 큰어머니도 정선아리랑을 즐겨 부른 소리꾼이었다.
집안에 흐르던 소리는 어린 이현수에게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삶의 희로애락이었고 마을의 정서였으며, 한 시대를 건너온 사람들의 깊은 숨결이었다.
재능은 일찍 드러났다.
중학교2학년 때 ‘정선군 학생 아리랑 경연대회’에서1위를 차지했고, 이듬해에는 ‘강원도 학생 예능 실기대회’ 민요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정선 골짜기에서 익힌 소리가 강원도 무대에 울려 퍼진 순간이었다.
이 박사는1987년 육군3사관학교에 입학해 13년7개월 동안 군인의 길을 걸었다.
육군 소령으로 예편할 때까지 군복을 입고 살았지만, 마음속 아리랑만은 내려놓지 않았다.
군 생활 중에도 학업을 이어가 대구대 영문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논문은 ‘정선아리랑의 전승 현장과 변이 양상 연구’였다.
전승 현장에서 불려온 소리의 변화와 특성을 규명하며 정선아리랑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학문의 언어로 밝혀냈다.
그러나 그의 아리랑은 논문 안에 머물지 않았다.
이춘희 선생에게 경기·서도민요를 사사하고, 최봉출·유영란 선생에게 정선아리랑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머리로 소리의 뿌리를 찾고, 몸으로 그 깊이를 익혔다.
2006년에는 정선군 북평면 문곡리에 ‘정선아라리 배움터’를 열어 자신이 물려받고 닦아온 소리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 있다.
음반 제1집 ‘청산유수’를 시작으로 제2집 ‘아리랑 인생’, 제3집‘아리랑 옛터’를 발표했으며, 저서 『우리 소리의 맥을 찾아서』도 펴냈다. 학문과 공연, 교육과 기록이 그의 삶에서 하나의 가락으로 이어졌다.
“아리랑은 내일에도 불려야 한다”
이 박사는 높아진 정선아리랑의 위상보다 그 소리를 이어갈 사람이 줄어드는 현실을 더 걱정한다.
전통 소리를 제대로 익히려면 오랜 수련이 필요하지만, 소리꾼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기반은 부족하다.
소리만으로 생계를 잇기 어려운 현실이 젊은 세대를 아리랑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을 지키는 것과 함께 아리랑을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젊은이들이 아리랑을 박물관 속 옛 노래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감정을 담는 노래로 받아들여야 그 맥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아리랑을 외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리랑이 과거의 노래에 머물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노래가 돼야 합니다.”
그의 꿈은 정선아리랑이 지역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인의 가슴에서 울리는 것이다.
연구하고 부르고 가르치며 오래된 소리를 내일로 건네는 일. 정선아리랑이 먼 훗날에도 살아 있는 노래로 울려 퍼지도록 그는 오늘도 그 길을 걷는다. 임학빈 기자yedo55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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