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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찌는 연기 오르고 농악은 울리고…유평마을 ‘삼굿’ 한마당

  • 정일환 기자
  • 입력 2026.08.2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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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 잔달미 새농촌체험장서 강원도 무형유산 공개행사

삼삼기·삼대 벗기기 경연부터 삼베길쌈·산촌 체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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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물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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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 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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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삼기 대회>

 

땅을 파고 나무와 돌을 쌓은 뒤 불을 지핀다.

뜨겁게 달궈진 삼굿 위에 갓 베어낸 삼을 올리고 풀과 흙을 덮는다. 물을 부어 피어오른 뜨거운 증기로 삼을 익히는 동안 노동요와 농악이 마을에 울려 퍼진다.

정선 사람들이 한여름마다 함께 일하고 노래하며 이어온 전통 삼굿이 유평마을에서 되살아난다.

 

정선문화원과 정선유평삼베민속전승보존회는 28일 오후 1시 정선군 남면 유평1리 잔달미마을 새농촌체험장에서 강원특별자치도 무형유산인 ‘정선유평삼베민속’ 전통 삼굿을 재현한다.

정선유평삼베민속은 마을에서 재배한 삼을 공동으로 수확하고 찐 뒤 껍질을 벗기고 실을 만들어 베를 짜는 전통문화다. 단순한 삼 가공 기술을 넘어 주민들이 노동을 나누고 노래와 농악으로 힘겨움을 이겨냈던 정선 고유의 공동체 생활문화다.

 

특히 삼굿 과정에서 불리는 ‘가래질소리’와 ‘삼굿과 짐물소리’, ‘비나리’ 등에는 고된 노동을 흥으로 풀어내며 마을의 결속을 다졌던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선 유평 삼굿은 전국에서도 드물게 전통 방식에 가까운 원형을 주민들이 직접 재현하고 전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흘에 걸쳐 되살리는 전통 삼굿

삼굿 재현은 삼을 베는 일부터 삼굿을 파헤치고 건조하는 과정까지 사흘에 걸쳐 이어진다.

주민들은 26일부터 27일까지 삼밭에서 직접 기른 대마를 베는 ‘삼치기’를 하고, 행사장에서는 삼굿 터파기와 화집나무 쌓기, 돌쌓기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한다.

본격적인 삼굿은 28일 오전 6시 점화제례로 시작한다. 삼굿에 불을 지펴 돌을 달군 뒤 삼 쌓기와 풀 덮기, 흙 덮기 등 전통 방식에 따른 작업이 차례로 펼쳐진다.

 

오후 1시부터는 본 행사에 앞서 ‘삼삼기’와 ‘삼대 벗기기’ 경연대회가 열린다. 과거 집집마다 이어졌던 삼 가공 기술을 주민들의 기억과 손끝으로 되살리고, 관광객에게 정선 삼베민속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다.

이어 정선아리랑 공연과 남면 농악대의 길놀이가 흥을 돋운다. 화집 다지기와 짐물주기가 시작되면 노동요와 농악이 어우러져 행사장 전체가 전통 가무악과 공동체의 흥이 살아나는 한마당으로 변한다.

29일에는 삼굿을 파헤쳐 잘 익은 삼을 꺼내고, 삼대 벗기기와 건조 작업을 진행하며 전통 삼굿의 전 과정을 마무리한다.

 

삼베길쌈부터 산촌생활까지 직접 체험

행사장에서는 삼베로 만든 생활용품과 삼베 민화 등을 선보이는 전시가 마련된다. 삼에서 실을 얻어 베를 짜는 삼베길쌈 과정도 전통 방식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옥수수 따기와 감자 캐기 등 정선의 산촌생활을 경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해 관광객들이 전통문화와 농촌의 일상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선은 예로부터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삼베 생산지였다. 해발이 높고 삼이 자라기 좋은 자연환경을 갖춰 품질 좋은 삼을 생산했다. 봄에 삼씨를 뿌려 여름에 수확한 뒤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삼굿을 하고, 겨울이면 가족들이 둘러앉아 삼을 삼았다. 이듬해 봄에는 그 실로 베를 짜 옷감을 만드는 사계절의 삶이 이어졌다.

 

조선 말 정선군수를 지낸 오횡묵도 저서인 『총쇄록』에 정선의 삼이 곳곳에 수북이 자라 깎아 놓은 듯 가지런하다는 취지의 기록을 남겼다. 당시 정선이 명실상부한 ‘삼의 고장’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을 곳곳에서 행해진 삼굿은 삼을 쪄내는 생산 활동인 동시에 주민들이 한데 모여 노동과 음식을 나누고 노래와 농악을 즐긴 공동체의 축제였다.

 

정선문화원과 정선유평삼베민속전승보존회는 해마다 삼굿축제를 열고 삼굿과 삼베길쌈의 전 과정을 재현하며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이번 행사 역시 옛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고 주민이 직접 전통을 되살려 세대 간 경험을 나누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심재복 정선문화원장은 “정선유평삼베민속은 선조들의 삶과 노동, 공동체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전통문화”라며 “이번 행사가 정선 삼베민속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전통을 체험하며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돌과 피어오르는 수증기, 삼을 찌는 손길과 마을을 울리는 노동요. 올해 유평마을 삼굿은 한 올의 삼베가 완성되기까지 땀과 흥을 함께 나눴던 정선 사람들의 삶을 오늘의 현장에서 다시 만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행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정선문화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정선문화원(033-562-5471)으로 문의하면 된다. 정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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