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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는 스크린] 극장에서 만난 ‘오디세이’

  • 지효숙 기자
  • 입력 2026.08.2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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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결국 사람은 관계로 돌아간다

지난 8월 22일,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아리아리정선시네마를 찾았다. 

이날 영화 ‘오디세이’는 세 차례 상영이 모두 매진될 만큼 관객의 관심을 모았다.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오래 남은 것은 거대한 영상이나 괴물의 모습보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던 한 사람의 마음이었다.

 

영화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긴 여정을 그린다. 

바다와 폭풍, 신과 괴물, 끊임없는 유혹이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겉으로는 영웅의 모험담이지만,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한 사람이 자신의 욕망과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남긴 관계와 책임을 마주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디세우스는 욕망에서 자유로운 영웅이 아니다. 승리와 명예를 원하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눈앞의 유혹을 외면하지 못하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많은 것을 얻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생겨난다.

 

그런 인간의 모습을 가장 불편하게 보여주는 장면 가운데 하나가 돼지로 변하는 부하들의 모습이다. 키르케 앞에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이들은 돼지의 모습으로 바뀐다. 이 장면은 단순히 마법에 걸린 괴이한 장면이라기보다, 인간에게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모습과 본능에 끌리는 모습이 함께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오디세우스 역시 욕망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인물이 아니다. 영웅과 인간 사이의 경계가 생각보다 선명하지 않다는 점이 이 장면을 오래 남게 한다.

 

욕망은 혼자 끝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순간 그 선택은 누군가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디세우스가 떠나온 이타카에는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족도 변하고 성장했다. 그가 돌아가야 할 곳은 떠날 당시와 같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끝내 돌아가려 했던 것은 그곳에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었고, 다시 이어가야 할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반복되는 ‘제우스의 법’도 이런 관계의 질서를 생각하게 한다. 낯선 이를 대하는 예와 손님과 주인이 지켜야 할 약속처럼,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망만큼이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오늘날의 공동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작은 배려와 약속이 신뢰를 만들고, 개인의 욕망이 관계보다 앞설 때 그 신뢰는 쉽게 흔들린다.

 

그래서 오디세우스의 귀향은 단순히 고향이라는 공간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 자신이 떠나 있던 사이 달라진 가족과 다시 관계를 맺는 일이다. 떠날 때의 자신과 돌아왔을 때의 자신도 같지 않다. 결국 그가 찾아간 이타카는 과거의 삶으로 되돌아가는 장소라기보다, 달라진 자신이 다시 가족과 삶을 이어가는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사람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을 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때로는 성취와 욕망을 좇느라 가까운 사람들과의 시간을 뒤로 미루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그때 떠오르는 것이 ‘돌아갈 곳’이다. 그것은 공간으로서의 고향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일 수도 있고, 오래된 친구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 다시 관계를 이어갈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폭우 속에서도 극장을 찾은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영화가 끝난 뒤 거대한 모험보다 오디세우스가 결국 어디로 돌아갔는지가 더 오래 가슴에 남았다. 그가 돌아간 곳에는 오랜 세월을 견디며 기다린 아내 페넬로페와, 아버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성장한 아들 텔레마코스가 있었다. 떠날 때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오디세우스는 그곳으로 돌아갔다.

 

어쩌면 그래서 이 오래된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욕망을 따라 멀리 떠났던 한 사람이 긴 시간을 돌아 결국 가족 앞에 서는 모습. 영화관을 나서면서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가장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지효숙 기자 /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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