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냄새 가득한 시장에 올해도 둥지 틀어 상인 웃음소리·아리랑 가락 따라 찾아온 ‘행운 손님’
“올해도 제비가 돌아왔네.”
장이 서는 날이면 정선아리랑시장 상인들은 가장 먼저 처마 밑부터 올려다본다.
겨우내 비어 있던 둥지에 다시 제비가 날아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시장 곳곳에는 제비들이 둥지(사진)를 틀었다.
현재 시장 내 제비 둥지는 1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처마 아래 흙과 짚으로 정성껏 지어진 둥지가 쉽게 눈에 띈다.
어미 제비들은 분주하게 먹이를 물어 나르고, 둥지 속 새끼들은 작은 부리를 벌린 채 연신 울어댄다. 시장 사람들은 이제 그 풍경을 너무도 익숙한 ‘정선의 여름’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장날이면 제비들은 더욱 바빠진다.
곤드레나물과 더덕, 메밀전병 냄새가 퍼지는 골목 위를 낮게 날아다니고, 사람들 발걸음 사이를 스치듯 지나간다. 관광객들은 “동화 같은 풍경”이라며 발길을 멈춘 채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든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제비가 둥지를 튼 집은 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래서 일부 상인들은 제비를 쫓기는커녕 오히려 함께 살아가는 가족처럼 여긴다.
둥지 아래 종이 상자를 받쳐두고, 청소도 조심스럽게 한다. 시끄러운 공사나 큰 소리가 날 때면 “제비 놀란다”며 서로 목소리를 낮추기도 한다.
40년 넘게 시장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인은 “예전에는 시골 처마마다 제비가 많았는데 이제는 보기 힘들어졌다”며 “그런데 유독 정선아리랑시장에는 해마다 제비가 돌아온다. 사람들 웃음소리와 장터 분위기를 제비들도 기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제비를 단순한 철새가 아니라 시장의 흥과 정을 상징하는 존재로 받아들인다. 사람 냄새 나는 시장, 인심이 살아 있는 시장이라는 사실을 제비들이 먼저 알아보고 찾아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선아리랑시장은 단순한 전통시장을 넘어 공연과 먹거리, 사람과 이야기가 살아 있는 문화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장날마다 울려 퍼지는 정선아리랑 가락과 흥겨운 공연, 메밀전병과 콧등치기국수, 황기와 곤드레 같은 향토 먹거리는 전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정선메밀전병축제와 가리왕산 봄나물축제 등 다양한 지역 축제까지 시장 중심으로 펼쳐지며 체류형 관광지 역할도 강화되고 있다. 시장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정선을 가장 정선답게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정미영 정선군 경제과장은 “제비는 예부터 복과 풍요를 상징하는 새로 여겨져 왔다”며 “해마다 제비들이 다시 찾아와 둥지를 튼다는 것은 그만큼 정선아리랑시장에 사람의 온기와 따뜻한 정이 살아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인들과 주민들이 제비를 쫓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정선아리랑시장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앞으로도 전통시장 고유의 정취를 지키면서 공연과 축제, 문화 콘텐츠를 더욱 확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글로컬 시장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선아리랑시장은 중소벤처기업부 ‘백년시장 육성사업’ 공모 선정을 추진 중이며, 시장 통합 브랜드 개발과 역사관 조성, 메밀전병 특화거리, 달빛 야행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세계인이 찾는 전통시장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일환기자jiw2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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