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한 잔의 행복-41
집안처럼 가깝게 지내는 후배가 있는데 서울에서 살면서 모 식품회사를 다니다가 나이 마흔에 혈압과 신장으로 쓸어져 직장을 퇴직하고 5년여를 중환자로 지내가다 부산으로 이사해서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 이지만, 아직도 약보따리를 끼고 가끔 입원을 하면서 이런 저런 잔병치레를 자주 하는 편이랍니다. 지금 후배 나이가 65세이니 근 20년이 넘었지요. 그런데 그들 부부는 장모님이 돌아가실 때 까지 20여년을 모시고 살았답니다. 그 어머님도 10여 년을 누워계시다가 8년 전 돌아가셨으니 제수씨는 10여년을 넘게 중환자 두 분을 수발하였으니 힘들었던 세월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가 없겠지요. 그럼에도 제수씨는 이웃들이 보기 드문 효녀, 효부라고 칭찬이 자자하답니다. 후배 또한 제수씨의 극진한 간호로 살아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고마운 마음을 굳게 간직하고 있기도 하답니다. 그래 후배는 그저 고마움으로 간병인이자 생명의 은인 인 제수씨의 말이라면 의사의 지시로 알고 따르면서 살고 있었지요. 제수씨는 가끔 짜증나는 일도 있다 보니 후배가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후배는 전혀 대꾸 없이 쥐 죽은 듯이 잘 지내고 있었답니다. 그런 어느 날 후배는 제수씨에게 산에 욕 바위를 하나 만들어 놓고 있는데 그 곳에 가서 목청을 가다듬어 소리소리 욕을 해대면 기분이 좋아 진다고 하드래요. 나름대로 스트레스 해소의 지혜로운 방법이겠지요. 거기에 제수씨는 누구 욕을 하느냐고 묻지 않았답니다. 내게 욕을 했을 게 불 보듯 뻔한데 묻는 사람이 어리석다고 말입니다. 그 욕 바위는 이사하기 전 집에서 구덕산 옆 시약산 등산로를 20여분 오르다 사람들이 잘 안 오르는 곳으로 10여분을 가면 아주 큰 바위가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욕 바위라고 하더랍니다. 그런데 이사를 해 너무 멀어서 못가고 있어 다시 가까운 곳에 한 곳을 만들어 놔야겠다고 한답니다.
후배는 자신도 환자이지만 누워계신 장모님 팔 다리를 매일이다 시피 주물러 드리는데 어머님이 주물러 주는 사위의 손을 자꾸 꼬집더래요. 그래 “어머님 왜 자꾸 손을 꼬집으십니까?” 물으면, “뱀이 같아 미워서 그런다”고 하시여 그 다음부터는 실장갑을 끼고 주물러 드렸더니 장갑 벗으라고 난리시드래요. 그래 제수씨가 “엄마가 자꾸 손을 꼬집으니 그러지” 하며는 엄마는 “내∼가 언∼제” 하며 노래를 부르신답니다. 그래도 후배는 장모님에게 싫은 내색 한번 안 하고 꼬집히면서도 주물러드린답니다. (실은 손에 힘이 별로 없으시니 아프지는 않다고 하지만) 그리 20여년 장모님을 모시고 살았으니 요즘 세상에서 보기 드문 참으로 착한 사위아들이지요.
엊그제 제수씨가 서울 집안에 잔치가 있어 식구들이 다모였는데 남편 밥 챙겨주어야 한다면서 하룻밤을 못자고 그냥 부산으로 내려가는 사람이랍니다.
사랑이란 저절로 그냥 받게 되는 게 아니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 남들이 알게 모르게 살금살금 조금 씩 건네 준 사랑이 눈덩이처럼 커져, 커진 눈덩이 사랑을 되돌려 받게 되는 것이랍니다.
?동안거
동안거(冬安居) 백일
법당 안에만 앉아
무엇을 하셨을 고?
누더기 두루마기
검정 털신에, 걸망 메고
산문(山門) 밖을 나서는데
보니
오-메
몸은 행운유수(行雲流水)요
마음은 광풍제월(光風霽月)이야
*행운유수: 떠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
*광풍제월: 비 온 뒤 맑게 부는 바람과 밝은 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