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사설]‘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새만금 카지노…폐광지역 생존권이 장난인가

  • 김광희 기자
  • 입력 2026.08.03 07:55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밖에서는 카지노 지위 흔들고 안에서는 고객 추적…강원랜드는 정책 실험대가 아니다

카지노 산업.jpg

 

전북특별자치도의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구상이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돌연 단순한 아이디어로 축소됐다

이원택 전북지사는 지난달 공식 기자회견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국인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조성을 민선 9기 도정의 중점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전북지역 시민사회와 폐광지역의 비판이 쏟아지자 부주의하게 답변했을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공식 석상에서 발표하고 SNS에 도정 방향으로 명시한 내용을 이제 와 개인적인 구상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도정을 책임지는 지사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무책임한 태도다.

 

1년간 논의하고도 “단순한 아이디어”라는 전북도

 

더욱 황당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이 지사와 전북도는 공식적인 검토나 내부 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새만금개발공사 사장은 지난해부터 이 지사와 내국인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조성 방안을 논의했으며, 해외 출장 중에도 국제전화로 관련 사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인가

단순한 아이디어였다면 무엇을 1년 가까이 논의했다는 것인가

국제전화까지 걸어 협의한 사안이 어떻게 한순간에 부주의하게 나온 답변이 될 수 있는가

실제로 논의해 놓고 반발이 커지자 없었던 일처럼 축소했다면 전북도민과 폐광지역 주민을 기만한 것이고, 아무런 검토도 없이 중대한 정책을 발표했다면 무능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정책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북도 비서실장의 설명도 책임 회피에 가깝다. “도청 차원에서 실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카지노 구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추진하는 것도 아니고 철회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여론이 우호적으로 바뀌면 다시 꺼내고, 반발이 이어지면 개인적인 아이디어였다고 둘러대겠다는 것인가

문을 닫는 척하면서 발 하나는 문지방 안에 걸쳐둔 셈이다. 말 그대로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의 여론 떠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책을 던진 사람은 그 파장까지 책임져야 한다.

돌을 던질 뜻이 없었다고 해명한다고 해서 이미 일어난 물결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d59159c-a83c-4949-80f9-e15e2fa2cd09.png

강원랜드는 개발 수익을 위한 ‘전리품’이 아니다

 

내국인 카지노는 지역개발의 장밋빛 청사진처럼 가볍게 던질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사행산업 확산과 도박중독, 지역사회 갈등, 기존 카지노와의 충돌까지 국가 차원의 엄중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충분한 검토 없이 도지사가 먼저 발표했다면 무능이고, 오랫동안 협의하고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잡아뗀다면 무책임이다.

무엇보다 강원랜드는 어느 지역이나 탐낼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국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일터와 삶의 기반을 잃은 폐광지역 주민들에게 정부가 내놓은 최소한의 생존대책이다

탄광촌 주민들이 피와 눈물로 쟁취한 폐광지역 회생의 법적 장치이자, 국가와 지역이 맺은 약속이다.

강원랜드의 내국인 카지노 지위는 국가가 베푼 특혜가 아니다. 석탄산업 구조조정으로 생존 기반을 잃은 폐광지역에 국가가 치러야 할 최소한의 대가였다새만금 개발을 위한 수익사업 정도로 이를 꺼내든 것은 그 역사와 희생을 외면한 채 열매만 탐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밖에서는 제2 카지노, 안에서는 고객 규제

 

강원랜드를 옥죄는 것은 새만금 카지노 구상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강원도민과 폐광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고객확인제도(CDD)를 강원랜드의 모든 이용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밖에서는 제2의 내국인 카지노가 강원랜드의 국내 유일 지위를 흔들고, 안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고객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이중 압박이 가해지는 것이다.

현재 강원랜드는 300만 원 이상 카지노 칩을 구매하거나 환전할 때 고객의 신원과 거래 목적 등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정보분석원이 검토 중인 방안은 고객확인제도의 적용 대상을 모든 이용객으로 확대해 게임 일자와 종류, 칩 구매와 현금 환전 내역 등을 기록하고 고객별 거래를 추적·재구성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정보분석원은 국제기준에 맞춰 관련 법령 정비를 검토하고 있을 뿐 모든 이용객에게 적용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이 진행된 만큼 폐광지역의 우려를 단순한 기우로 치부할 수 없다.

자금세탁을 막겠다는 정책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규제의 대상과 강도가 합리적인가에 있다

의심 거래와 고액 거래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될 일을 모든 고객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빈대 한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다운로드 40.jpg

<광산진폐권익연대는 지난달 29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특별자치도의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추진 구상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카지노 입장 단계에서 이미 신분을 확인하는데도 칩을 사고 환전할 때마다 개인정보와 거래 내역을 남기도록 한다면 누가 편안한 마음으로 강원랜드를 찾겠는가

고객확인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이용객에게는 감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강원랜드에는 사실상의 출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합법적인 여가활동을 위해 강원랜드를 찾은 국민 모두를 자금세탁 의심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불법 온라인 도박과 해외 원정 도박부터 근절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강원랜드에 규제의 칼날을 집중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한쪽으로는 강원랜드의 글로벌 복합리조트 도약과 K-HIT 프로젝트를 주문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고객을 내쫓을 규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세계적인 복합리조트로 달리라고 재촉하면서 정작 발목을 붙잡는 명백한 정책 모순이다.

 

매출 3,326억 감소…피해는 주민의 삶으로 떨어진다

 

고객확인제도가 모든 이용객에게 확대되면 강원랜드의 연간 카지노 매출은 전체의 25.8%인 약 3,326억 원, 폐광기금을 포함한 국가와 지역의 재정 기여금은 약 1,754억 원 감소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산한다. 태백·정선·영월·삼척 등 4개 석탄산업전환지역에 배분되는 폐광기금은 약 450억 원, 배당금까지 포함하면 530550억 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것은 카지노 기업 한 곳의 매출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숫자는 장부 위에서 줄어들지만 피해는 주민의 삶으로 떨어진다폐광기금과 배당금이 감소하면 지역개발과 주민복지 사업이 축소되고 일자리가 사라지며가까스로 불을 밝히고 있는 폐광지역 상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게 된다.

강원랜드의 매출을 깎는 것은 곧 폐광지역의 생존 기반을 깎아내는 일이다.

 

1784777878201 50%.jpg

<강원도의회는 지난달 23일 본관 앞에서 도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강원랜드 고객확인제도 확대 재검토 촉구 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을 대표 낭독한 문관현 도의원은 고객확인제도가 전면 확대되면 이용객 감소와 폐광기금 축소로 지역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진할 것인가, 철회할 것인가 분명히 답하라

 

전북도는 이제 말장난을 멈춰야 한다.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를 추진할 뜻이 없다면 명확하게 백지화를 선언해야 한다. 추진할 뜻이 있다면 단순한 아이디어라는 방패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과 정책적 근거를 공개하고 국민 앞에 당당히 설명해야 한다.

공식적인 검토는 없었지만 아이디어는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은 해명이 아니다. 책임은 피하면서 가능성만 붙들어두려는 언어의 꼼수다. 중대한 정책을 던져놓고 반응이 나쁘면 발을 빼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도정에 대한 신뢰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더는 침묵하거나 국제기준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모든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고객확인제도 확대 검토를 중단하고 고액·의심 거래를 중심으로 한 합리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의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가의 필요에 따라 석탄을 캐게 하고, 폐광 뒤에는 강원랜드로 지역을 연명하게 해놓고, 이제 와 그 카지노마저 규제로 옥죄고 다른 지역과 나누려 한다면 이는 단순한 정책 변경이 아니라 국가적 배신이다

새만금 카지노로 강원랜드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고객확인제도로 이용객을 내쫓고, 각종 규제로 미래사업의 동력마저 꺾는 것은 폐광지역에 또다시 폐광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폐광지역의 생존권은 전북지사의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시험하는 실험대가 아니다. 새만금 카지노 구상을 던졌다가 여론이 거세지자 슬그머니 발을 빼는 전북도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강원랜드는 빼앗아 나눌 전리품이 아니다

광부들의 검은 땀과 탄광촌 주민들의 눈물 위에 세워진 생존의 약속이다. 정부와 전북도가 그 약속을 다시 흔든다면 폐광지역 주민들의 분노는 더 이상 경고로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정선군 목재문화체험장 인기
  • “농어촌 기본소득 바람·사전투표 압승…최승준 징검다리 4선 견인”
  • 최승준 민주당 후보 정선군수 당선 확정
  • 공연 보면 케이블카 반값… 정선형 ‘문화관광 패키지’ 뜬다
  • 최승준 정선군수 후보, 막판 표심 공략 총력…“129 민간구급차 지원 추진”
  • 차 한 잔의 행복 - 달팽이 뿔 위 에서 의 싸움
  • 정선군 예미농공단지 공공폐수처리시설 2단계 증설
  • 강원랜드, 태백진로박람회서 청소년 도박예방 캠페인 전개
  • “이제 수도요금도 모바일로 간편하게”
  • 온기 나눈 자원봉사…5월 으뜸봉사자·단체 선정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사설]‘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새만금 카지노…폐광지역 생존권이 장난인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