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꼭 인터뷰까지 해야 돼? 대충 다 알잖아, 그냥 써.” 정선군의 하나 남은 레코드가게 ‘뮤직아트’ 사장 장영섭 씨는 쑥스럽다는 듯 웃으며 뒷걸음질 치다, 금세 아내 이화옥씨에게 부탁해 커피 두 잔을 내왔다.
△어떻게 레코드가게를 하게 되셨나요?
제가 원래 여량출신이에요. 중학교까지 여량에서 나오고 태백기계공고로 유학을 갔죠. 대학 졸업하고는 저도 남들처럼 취직이란 걸 해봤어요. 직장생활을 6~7년 정도 했는데, 아무래도 남한테 구속받는 게 저랑은 잘 안 맞더라고요. 좀 ‘자유로운 영혼’인가 봐요.
우리 큰 딸아이 태어나던 1988년도에 가게를 차렸으니까, 우리 딸아이도 스물일곱 살이고, ‘뮤직아트’도 27년째네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이 가게를 지켰지요.
△저희들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장사가 참 잘됐지요?
그렇지요. 가장 장사 잘됐던 때가 1990년대였어요. 생활수준도 어느 정도 올라오고 인터넷이나 MP3가 없던 시절이니까요. 서태지부터 시작해서 김건모·신승훈, HOT·젝스키스·SES·핑클·조성모까지, 참 히트 상품이 많았잖아요. 한창 음반가게 많을 때는, 정선읍내에만 열 군데가 넘었죠.
지금은 정선군 전체에 우리 가게 딱 하나 남았어요. 사북·고한에도 다 문닫았죠. 영월이나 평창·태백에도 없어요.
강원도 전체에 음반가게가 다섯 곳 남았는데, 우리 ‘뮤직아트’가 그 중 하나죠.
△유명세도 좀 타셨나요?
요 몇 년 사이 정선5일장이 인기를 끌고 또 여기저기 관광지도 많이 생기니까 관광객들이 많이 오잖아요. 지나가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봐요. 서울에는 음반가게가 이제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이 작은 동네에 있으니까 신기한거죠. 어떤 분들은 안에 들어와, ‘우와~’하면서 구경도 해요.
한 번은 어떤 여행작가 분이 들어와서, 여행작가라는 말도 안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가게 구석구석 사진도 찍더라고요. 대화도 한참 나눴지요. 그러곤 잊고 있었는데, 그분이 MBC 라디오 ‘양희은 강석우의 여성시대’에 출연하는 분이셨나 봐요. 저는 그 방송 들어보진 못했는데, 우리 가게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주셨다더군요. 강릉세탁소와 원주쌀상회 사이에 있다는 것 까지요. 그 덕에 손님들도 꽤 찾아 왔죠. 그 방송 들으신 분들이 “방송에서 듣고 너무 궁금해서 와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장사는 잘 되세요?
돈 보다는 재미로 하죠. 장사라는 게 돈만 쫓아서 하면 힘들고 오래 못해요. 근데 저는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오래할 수 있는 거죠.
저는 이게 참 재미있어요.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꼭 해보고 싶은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뮤직아트’에요. 음악도 듣고, 사람도 만나고, 또 그 사람들에게 음악을 전해주는 게 제 일이잖아요.
남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꼭 레코드 가게 할 것 같아요.
장사를 30년 가까이 하다 보니 ‘아 저건 돈이 되겠다’ 싶은 것들이 간혹 보여요. 그래도 한 눈 팔지 않고 이 가게만 쭉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오히려 더 늘리고 싶어요. 지금은 장소가 좁아서 진열된 것보다 안 된 상품이 더 많아요. 손님들 찾아 와서 구경도 하고 음악도 듣고, 커피도 한 잔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죠.
△5일장 공연 때 보니 풍물놀이도 잘하시던데요.
제가 정선5일장 풍물놀이패 난타팀장이거든요.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서 연습도 하고 또 시장에서 공연도 하지요. 이제 막내가 내년에 대학 졸업하니까, 저도 이제는 좀 즐기면서 살려고 합니다.
높은 곳만 보면 힘들고 초라해지는 게 사람이잖아요. 이 작은 가게 일으키고, 다들 문닫을 때도 저는 지켜내면서 아이들 다 키우고, 그러면서도 남들만큼 살고 있다는 게 참 감사하고 뿌듯하고 또 행복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