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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도아리랑 ― 8 얼어붙은 이름을 데리러

  • 김광희 기자
  • 입력 2026.10.02 0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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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 동학항쟁사

제8부 ― 찾지 못한 얼굴

 

무진이 붙잡힌 지 사흘째 되던 날, 원복은 나룻배에서 그 말을 들었다.

“포로들을 녹도로 끌고 갔다더군.”

해가 산마루에 걸려 있었으나 강에는 벌써 그늘이 내렸다. 

배에 탄 사람들은 바구니와 곡식 자루를 발 가까이 당겨놓고 손을 소매 속에 감췄다. 맞은편 사내는 원복의 뒤쪽을 살핀 다음, 노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소리에 맞춰 목소리를 낮췄다.

“장대가 섰대. 사람 머리를 달았다고 하네.”

아낙 하나가 바구니 위의 헝겊을 여몄다. 

누구도 붙잡힌 사람들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원복은 소매에서 손을 꺼내 등짐 끈을 움켜쥐었다. 노가 올라올 때마다 떨어진 물방울이 뱃전에 얼어붙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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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린 그는 곧장 동백을 찾아갔다.

처마 밑에는 무진이 신던 짚신이 걸려 있었다. 뒤축을 새로 묶은 끈에 서리가 앉아 있었다. 원복이 문 앞에서 발을 멈추자 안에서 기척이 나더니, 동백이 문을 열고 그의 얼굴을 살폈다.

“무진 씨 소식이에요?”

“포로들을 녹도로 데려갔다네. 장대가 섰다는 말도 들었어.”

“무진 씨도 거기에 있대요?”

“이름까지 들은 것은 아니네.”

동백은 문고리를 붙잡은 채 잠시 그를 보았다. 

문틈으로 새어 나온 방 안의 온기가 두 사람 사이에서 흩어졌다.

“살아 있을 수도 있잖아요.”

 

원복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방으로 들어갔다. 

두꺼운 저고리를 걸치고 홑이불과 삼베 보자기를 가져온 뒤, 문턱에 앉아 짚신 끈을 맸다. 매듭이 풀려 두 번째로 묶을 때에는 손가락 대신 손목의 힘으로 끈을 당겼다.

“정선으로 갈 거예요.”

“내려가면 밤이 깊겠네.”

“늦으면 더 못 찾아요.”

원복은 등짐을 벗어 처마 아래 놓았다. 

동백이 문을 닫고 돌아서는 동안에도 짚신 한 켤레는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강을 따라 내려갔다.

낮에 녹았던 길이 다시 얼어 짚신 아래에서 얇은 껍질처럼 깨졌다. 그 밑의 진흙은 밑창에 달라붙었다가 산그늘을 지나는 동안 굳어졌다. 원복은 미끄러운 돌 앞에서 멈춰 발 디딜 곳을 짚어주었고, 동백은 홑이불을 가슴에 붙인 채 그의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산모퉁이를 돌아서자 바람이 옷깃을 벌렸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콧속이 아렸고, 눈발이 얼굴에 붙으면 손으로 떼어낼 겨를도 없이 녹았다가 다시 차가워졌다. 동백의 치맛자락은 종아리에 감겼다가 굳은 채 떨어졌다. 그녀는 천이 발목을 칠 때마다 걸음을 조금 넓혔다.

멀리 굴뚝 연기가 지붕을 따라 눕고 있었다. 집 가까이를 지날 때 아이의 기침 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왔으나 두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원복이 뒤를 돌아보면 동백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쉬자는 말을 삼킨 채 다시 길을 살폈다.

정선 고을 가까이 이르러 원복은 동백을 강기슭의 바위 뒤에 기다리게 하고 무진의 당숙집으로 갔다.

순덕은 아들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남면에서 올라와 있었다. 

낮에는 관아 부근을 서성였고, 저녁이면 방문 가까이에 앉았다. 당숙모가 아랫목으로 자리를 권해도 옮기지 않았다. 마당에서 신발 끄는 소리가 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날도 방문은 조금 열려 있었고, 무릎에는 아들에게 갈아입히려고 가져온 옷 보자기가 놓여 있었다. 

순임은 어머니 곁에서 등잔의 기름이 얼마나 남았는지 살피고 있었다.

“우리 무진이는?”

원복은 마루 아래에 무릎을 꿇었다.

“녹도로 끌려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동백이와 가보겠습니다.”

“네가 본 것은 아니고?”

“예.”

순덕은 보자기의 매듭을 풀었다. 접힌 저고리를 꺼내 소매의 주름을 펴다가 원복이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찾거든 이걸 입혀 데려오게.”

그녀는 저고리를 다시 접었다. 소매 끝이 자꾸 밖으로 나와 두 번을 밀어 넣은 뒤에야 손바닥으로 눌렀다.

“살아 있으면 얼른 데려오고…….”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에 등잔불이 길게 누웠다. 

원복은 다음 말을 기다리며 언 흙 위에 놓인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두고 오지는 말게.”

순덕은 옷을 보자기에 싸서 내밀었다. 원복이 받아 들었으나 그녀의 손은 천 위에 잠시 남아 있었다.

“손을 보면 알겠지.”

그 말에 원복은 보자기를 품에 당겨 안았다.

당숙은 삽과 곡괭이, 삼베와 새끼줄을 챙겼고 당숙모는 마른 짚을 보자기에 쌌다. 관을 짤 널빤지를 꺼내려 하자 원복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들고 강가로 나가면 멀리서도 눈에 띌 것이었다.

당숙은 판자에 얹었던 손을 거두고 삽날에 헝겊을 감았다.

“어디에 묻게 되나?”

“먼저 찾아야 합니다.”

원복은 가까운 친척들에게도 인적 드문 강기슭에서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강가에서는 불을 피우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가 나설 때 순덕은 빈 무릎에 두 손을 얹고 있었다. 

순임이 어머니 쪽으로 조금 다가앉았다. 두 사람 뒤로 방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아래 나루의 뱃사공은 녹도로 건너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강 건너에서 횃불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불빛이 멀어지기를 기다렸다가 곡식 자루를 나르던 넓은 배의 밧줄을 풀었다.

“아래로 돌아가게. 날이 밝으면 훤히 보일 테니.”

얼어붙은 매듭을 꺾는 손등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뱃사공은 그것을 바지에 문지르고 긴 삿대와 노를 내주었다. 돌아올 때 무엇을 싣게 될지 묻지 않았다.

강기슭으로 돌아오자 동백이 일어섰다. 원복이 옷 보자기를 내밀며 순덕의 말을 전하자 그녀는 두 손으로 받아 홑이불 안쪽에 넣었다. 매듭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두 사람은 배 안의 물을 퍼내고 노가 뱃전에 닿는 자리에 헝겊을 감았다. 강 건너에서 호각이 울리자 원복이 삿대를 눕혔고 동백도 몸을 낮췄다.

횃불 하나가 물가로 내려왔다. 불빛 아래로 창끝이 잠깐 드러났다가 눈발에 가려졌다. 군졸이 강을 향해 서 있는 동안 동백은 숨을 옷깃 안으로 내쉬었다. 원복의 손은 뱃전을 움켜쥔 채 움직이지 않았다.

군졸이 돌아서고도 그는 한동안 기다렸다. 자갈 밟는 소리가 멀어진 뒤에야 삿대로 기슭을 밀었다.

배는 초소의 불빛을 피해 아래로 흘러갔다. 노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동백의 소매에 튀었으나 그녀는 손을 털지 않고 무릎 위의 보자기를 눌러 안았다. 갈대가 시야를 가리는 곳에서 원복이 뱃머리를 틀자 장대 끝의 머리카락이 눈발 사이로 드러났다.

 

얕은 여울에 닿아 원복이 먼저 내려 뱃머리를 붙들었다. 

동백도 물에 발을 넣었다. 강물이 버선 속으로 스며드는 순간 발목이 아렸고, 몇 걸음 뒤에는 발가락이 돌을 밟는지 모래를 밟는지 분간되지 않았다.

홑이불과 옷 보자기를 물이 닿지 않는 곳에 내려놓은 뒤 두 사람은 갈대밭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자갈 위에 누워 있었다. 눈은 접힌 무릎과 벌어진 소매에 얇게 쌓였고, 피에 젖은 천은 돌과 함께 얼어 있었다. 동백은 가까운 몸 앞에 무릎을 꿇어 옷깃과 기운 자리를 살폈다. 붙은 천을 떼어내려고 손으로 감싸면 천이 풀리기 전에 손의 온기가 먼저 사라졌다.

 

무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면 옷을 다시 덮어주었다. 

원복은 뒤에서 흐트러진 팔을 모아놓고 다음 몸을 살폈다. 두 사람이 자리를 옮길 때마다 자갈이 작게 울려, 걸음을 멈추고 강 건너를 보아야 했다.

장대 아래에는 ‘동비괴수(東匪魁首)’라고 쓴 나무패가 매달려 있었다. ‘동비’는 동학교도를 도적이라 낮춰 부르던 말이고, ‘괴수’는 그 우두머리라는 뜻이었다.

동백은 패 아래의 몸들을 보았다. 

어느 집에서 부르던 이름도,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그곳에는 적혀 있지 않았다. 바람이 불자 패가 뒤집혔다가 돌아오며 장대를 두드렸다. 그녀는 그 소리가 그칠 때까지 몸을 낮추고 있었다.

 

원복이 갈대 너머를 가리켰다.

동백은 그쪽으로 가다가 발을 거두었다. 

자갈 사이에 손 하나가 나와 있었다. 소매를 끌어 덮으려는데 굳은 손가락 안쪽에서 작은 버선이 보였다. 어린아이의 발에 맞을 크기였고 버선코에는 붉은 실로 놓은 꽃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버선을 돌려놓고 손을 그 위에 모았다.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 한동안 손등을 감싸고 있어야 했다.

그때 강 건너에서 발소리가 났다.

원복이 동백의 팔을 잡아 낮췄다. 두 사람은 시신 사이로 엎드렸고, 동백의 뺨은 죽은 사람의 가슴에 닿았다. 얼어붙은 저고리가 살을 긁었으나 고개를 옮길 수 없었다.

“배가 움직이지 않았나?”

군졸의 목소리가 물 위를 건너왔다.

“얼음이겠지.”

횃불이 멎었다. 동백은 소매로 입을 막고 조금씩 숨을 내보냈다. 기침이 올라와 목 안쪽이 조였으나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었다. 원복의 손이 그녀의 팔을 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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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이 강 쪽으로 기울었다. 

눈발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고, 물가에서 돌을 걷어차는 소리가 났다. 동백은 눈앞의 소매에 내려앉는 눈을 보며 기다렸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그 천이 부서지는 소리가 날 것 같았다.

횃불이 돌아서고 자갈 밟는 소리가 멀어졌다. 원복은 초소 쪽에서 말소리가 다시 들린 뒤에야 손을 풀었다.

동백은 몸을 일으켜 자신을 가려주었던 사람의 앞섶을 여몄다.

“죄송합니다.”

옷을 덮고 돌아서려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원복이 앞서 움직이자 그녀도 자갈을 짚고 일어났다.

얼마 뒤 회색 저고리 한 벌 앞에서 두 사람이 함께 멈췄다.

동백이 기운 소매와 짧은 옷고름을 살폈다. 원복은 위에 포개진 몸을 조심스럽게 들어냈고, 그녀는 바짓단 안쪽의 흉터를 확인한 뒤 손을 거두지 못했다.

 

“무진 씨, 저 왔어요.”

목소리는 두 사람이 있는 자리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동백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고 원복도 뒤에서 허리를 굽혔다. 그녀의 등 위로 눈이 쌓이는 동안 누구도 서두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침내 동백이 몸을 일으켜 가져온 옷 보자기를 풀었다. 순덕이 접어 넣은 저고리에서 마른 천 냄새가 났다. 소매 안으로 손을 넣자 팔꿈치가 닿을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녀는 무진의 팔을 들려 했다. 팔은 움직이지 않았고 입고 있던 옷도 몸에 붙어 벗겨지지 않았다. 

조금 더 힘을 주려다가 멈춰, 새 저고리를 그의 가슴 위에 펼쳤다.

소매를 양옆에 놓고 옷고름을 포갰다. 한쪽 소매가 자갈에 닿아 다시 가슴 쪽으로 올렸다.

 

“어머니가 보내셨어요.”

원복은 삼베를 펴다가 고개를 돌렸다. 

순덕이 보자기를 내밀던 손이 떠올라 천의 끝을 한동안 쥐고 있었다.

동백은 앞섶에 남아 있던 작은 주머니를 여며주었다. 그 안의 씨감자는 그대로 두고 금이 간 나무비녀만 품에 넣었다. 비녀가 젖은 저고리 안쪽으로 들어가자 차가운 나무가 가슴에 닿았다.

곁에 놓인 소년과 물가에 걸린 사내도 거두었다. 

원복이 삼베를 펴는 동안 동백은 소년의 손을 몸 안쪽으로 넣고 헐거운 소매를 당겨 덮었다. 

물에 잠겼던 사내의 다리에는 원복이 벗어준 겉옷을 감았다.

강 건너 초소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백은 삼베의 매듭을 짓다가 장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진 씨 얼굴을 찾아야 해요.”

 

원복도 그쪽을 보았다. 

산 위의 어둠이 엷어지고 있어 조금 전까지 머리카락만 보이던 얼굴들에 윤곽이 생겼다.

“가까이 가면 저쪽에서도 우리를 보네.”

“조금만 더 가면 알아볼 수 있어요.”

동백은 일어섰다. 

눈발이 얼굴들을 가렸다가 걷힐 때마다 하나를 보고 다른 하나로 시선을 옮겼다. 그 사이에 무진이 있을 것 같아 발을 한 걸음 내디뎠다.

강 건너에서 군졸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초소 앞의 횃불이 움직이더니, 사람 둘이 물가로 내려왔다. 

 

원복은 그녀를 붙잡지 않고 삼베에 싸인 몸을 보았다.

“이 몸마저 두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동백이 돌아보았다. 새 저고리의 소매 끝이 삼베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녀는 무진 곁에 다시 앉아 그것을 안으로 넣었다. 순덕이 접어 보낸 주름을 손바닥으로 펴고, 바람이 들지 않도록 삼베를 여몄다.

그러고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목이 있어야 할 자리를 덮은 뒤 장대들을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얼굴은 내가 기억할게.”

거짓말을 들켰을 때 먼저 접히던 한쪽 눈가가 떠올랐다. 동백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삼베 끝을 잡았다.

세 몸을 배에 옮겨 싣는 동안 두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았다. 

원복이 미끄러지면 동백이 몸을 낮춰 받쳤고, 그녀의 발이 자갈 틈에 걸리면 그가 멈춰 기다렸다. 마지막 몸을 눕혔을 때 원복은 허리를 펴지 못한 채 뱃전을 붙들었다.

다시 재촉하는 고함이 들렸다. 

원복은 삿대를 깊이 짚어 배를 밀어냈다.

그는 삿대를 잡아 바닥을 밀었다. 

배 밑에 걸린 얼음이 갈라지며 선체가 여울에서 빠져나왔다. 동백은 늘어진 삼베를 안으로 걷어 올리고 몸을 낮췄다. 초소의 불빛이 갈대 뒤로 가려질 때까지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강심에서는 삿대가 닿지 않았다. 

원복이 노를 당기자 배가 무겁게 움직였고 얼음 조각들이 밑바닥을 긁었다. 물결이 뱃전을 넘어오면 동백은 바가지로 퍼냈다. 손가락이 굳어 손잡이를 놓칠 때마다 손목에 걸고 다른 손으로 받쳐 들었다.

소년 쪽으로 흐르던 물이 잦아들자 그녀는 바가지를 내려놓았다. 무진에게 덮인 삼베를 당겨 새 저고리까지 가려주고, 가장자리를 몸 아래로 밀어 넣었다. 젖은 옷깃을 여며줄 때처럼 손이 움직였다.

원복은 노를 당길 때마다 맞은편 자갈밭을 살폈다. 당숙과 친척들이 그곳에서 기다릴 터였다. 순덕에게도 녹도로 가겠다고 말씀드렸으나, 그녀가 집에 남아 있을지 강가까지 나왔을지는 알 수 없었다.

눈발 사이로 기슭의 바위가 드러났다. 

 

그 뒤의 솔숲은 아직 어두웠고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원복은 노를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얼음 조각이 물살에 떠밀려 서로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

동백은 바가지를 내려놓고 무진에게 덮인 삼베를 당겼다. 가장자리를 몸 아래로 밀어 넣다가, 그 안에 놓인 새 저고리의 소매를 만졌다. 순덕이 펴고 접었던 옷이었다. 그녀는 소매 끝을 가슴 위에 모아놓고 다시 덮었다.

배가 기슭으로 비스듬히 다가갔다. 

원복이 노를 깊이 밀어 물살에 떠밀리는 선체를 돌렸다. 동백은 뱃전을 붙들고 기다렸다. 손바닥 아래의 나무는 얼어 있었으나 손을 거두지 않았다.

눈앞의 자갈밭이 조금씩 가까워졌다.

동백은 무진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배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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