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가 쓰러진 것은 오월의 점심 장사가 끝날 무렵이었다.
아내가 쉰네 살 되던 해였다.
마지막 손님이 나간 뒤 나는 계산대에 앉아 잔돈을 세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와 접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날마다 듣던 소리였다.
그릇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처음에는 아내가 손을 미끄러뜨린 줄 알았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깨진 조각을 치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주방으로 들어갔을 때 아내는 싱크대 아래에 주저앉아 있었다. 깨진 접시 조각 사이로 물이 흘렀고, 수도꼭지에서는 뜨거운 물이 계속 쏟아졌다.
아내는 일어나려고 오른손으로 선반을 붙잡았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을 주었지만 몸은 일어서지 못했다. 왼팔은 몸 옆에 늘어진 채 따라오지 않았다.
입 한쪽이 아래로 처져 있었다.
“왜 그래?”
아내가 대답하려 했다.
입술이 몇 번 움직였다. 머릿속에는 분명 말이 있는 듯했지만 혀와 입술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숨으로 무너졌다.
아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보다 먼저 알아버린 사람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나는 평생 잊지 못했다.
구급차 안에서 나는 아내의 발만 보았다.
들것 끝으로 밀려난 양말의 뒤축이 닳아 살갗이 조금 비쳤다.
그날 아침에도 새 양말을 신으라고 잔소리했다. 아내는 발뒤꿈치를 한번 내려다보고는 아직 신을 만하다고 했다.
삼십 년 동안 아내는 모든 것을 그렇게 조금씩 더 썼다.
뒤축이 닳은 양말도, 이가 빠진 국자도, 가장자리에 금이 간 접시도 쉽게 버리지 않았다. 정작 가장 오래 아껴야 할 제 몸만 아끼지 않았다.
구급차가 굽은 길을 돌 때마다 들것이 흔들렸다.
나는 아내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것 말고는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병원 복도에서 의사가 뇌출혈이라고 말했다.
출혈이 더 진행되지 않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왼쪽 팔다리에 마비가 남을 수 있고, 안면마비 때문에 혀와 입술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말이 어눌해질 수 있다고 했다. 상태가 안정되면 재활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낯선 말들이 의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동안, 아무렇게나 흘려보낸 아내의 말들이 한꺼번에 돌아왔다.
며칠 전부터 머리가 무겁다고 했다.
설거지를 하다 말고 싱크대 가장자리를 짚은 날도 있었다. 앉았다 일어서면 방바닥이 기울고 머릿속이 핑 돌면서 몸이 제 몸 같지 않다고 했다.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아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계산대 서랍에서 잔돈을 세고 있었다.
“잠을 못 자서 그래. 오늘은 일찍 자.”
얼굴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그날도 아내는 일찍 자지 못했다.
마지막 손님이 남긴 그릇을 씻고, 다음 날 쓸 쌀을 불리고, 행주를 삶아 널었다. 내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을 때에도 주방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왜 나는 그 물소리를 아내의 비명으로 듣지 못했을까.
왜 눈앞의 일들은 그토록 중요했고, 싱크대에 몸을 기대고 선 아내는 내일도 그 자리에 있을 사람처럼 여겼을까.
후회는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눈을 뜬다.
싱크대를 짚었던 손, 잠시 감았던 눈, 관자놀이를 누르던 손가락. 피곤해서 그러려니 지나쳤던 몸짓들이 이제 와 하나씩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병원 복도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아내의 닳은 양말만 생각했다.
새 양말 한 켤레는 사줄 줄 알면서도, 그 양말을 신고 걸어 다니던 사람의 몸은 살피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자 출혈은 더 번지지 않았다.
의사는 상태가 안정됐다고 했다. 재활을 꾸준히 하면 보조를 받아 다시 걸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의사는 분명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서 ‘다시 걷는다’는 부분만 떼어 가슴에 넣었다.

몇 주 뒤 아내는 평행봉 사이에 섰다.
오른손으로 봉을 움켜쥐고 마비된 왼발을 앞으로 끌어냈다. 발끝은 바닥에 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고 몸은 자꾸 왼쪽으로 기울었다. 치료사가 허리와 무릎을 받쳐주면 아내는 이를 악물고 다시 몸을 세웠다.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마에 땀이 맺혔다. 입술 사이로 거친 숨이 새어 나왔고 얼굴에서는 핏기가 빠졌다.
나는 평행봉 바깥을 따라 걸으며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하나. 둘.”
내가 숫자를 멈추면 아내의 발도 멈출 것 같았다.
열까지 세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 가운데 하나쯤은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내가 처음으로 열 걸음을 걸은 날, 나는 재활치료실 끝에서 두 팔을 벌렸다. 아내는 내 품까지 오지 못하고 치료사가 끌어온 휠체어에 주저앉았다.
“이 정도면 내년에는 동해까지 가겠네.”
아내가 땀에 젖은 얼굴로 나를 흘겨보았다.
“왜, 못 갈 것 같아?”
아내는 숨을 고른 뒤 입술을 움직였다. 소리는 문장이 되지 못했지만 눈빛만은 분명했다.
가자.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원 지하 매점으로 내려갔다.
나는 붕어빵 두 개를 샀다. 아내가 하나면 된다는 뜻으로 검지를 세웠지만 그날은 말을 듣지 않았다.
“하나는 그냥 먹는 거고, 하나는 열 걸음 걸은 사람이 상으로 먹는 거야.”
아내는 오른손으로 붕어빵 꼬리부터 조금씩 떼어냈다. 왼손은 무릎 위에 놓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은 안쪽으로 굽어 있었다.
나는 아내가 불편해할까 봐 그 손을 보지 않는 척했다.
팥이 입가에 묻었다.
휴지로 닦아주려 하자 아내가 얼굴을 피했다.
젊은 날 시장 골목에서 어묵 국물을 입가에 묻혔을 때도 그랬다. 내가 소매를 걷어 닦아주려 하면 아내는 사람들이 본다며 손등을 때렸다.
“가만있어. 다 늙어서 뭘 부끄러워해.”
아내의 오른손이 내 손등 위로 내려앉았다. 힘이 없어 아프지 않았지만 그 손짓만은 예전과 똑같았다.
내가 웃자 아내의 어깨도 작게 들썩였다.
웃음은 돌아간 입술에 닿지 못한 채 먼저 어깨를 흔들었다.
그 비뚤어진 웃음 속에는 시장 약국 앞 저울에 올라 신발 무게 이백 그램은 빼야 한다고 우기던 스물다섯 살의 아내가 남아 있었다.
“동해 가면 뭐 먹을까?”
아내가 오른손 검지로 허공에 물고기 모양을 그렸다.
“회?”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비린 것 싫어하잖아.”
아내는 그때 가서 좋아하면 된다는 듯 오른손을 내저었다.
나는 바다가 보이는 방을 잡자고 했다.
밤새 파도 소리를 듣고, 아침에는 늦잠을 자고,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창가에 나란히 앉아 있자고 했다.
아내는 남은 붕어빵 꼬리를 오래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원한 지 다섯 달쯤 지났을 무렵, 나는 병원 뒤뜰에서 아내의 사진을 찍었다.
굳어 있던 손가락 하나가 처음으로 조금 펴진 날이었다. 병실 자판기에서 종이컵 커피를 뽑아 반씩 나누어 마시고, 휠체어를 밀어 뒤뜰로 나갔다.
화단에는 철이 지난 국화 몇 송이가 남아 있었다. 꽃잎 끝은 갈색으로 말라 있었지만 가운데에는 아직 늦은 햇빛이 머물렀다.
아내가 오른손을 들어 꽃 한 송이를 가리켰다. 손끝이 떨려 꽃과 허공 사이를 오갔다.
“예뻐?”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보다?”
아내는 망설이지 않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 오래 있더니 사람 보는 눈까지 나빠졌네.”
아내의 어깨가 가볍게 들썩였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사진 한 장 찍자.”
아내가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려 했다. 오른손만으로는 엉킨 머리카락을 제대로 정리할 수 없었다.
내가 대신 관자놀이에 붙은 몇 가닥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웃어봐.”
아내는 웃으려고 했다.
입술 한쪽만 힘겹게 올라갔다.
며칠 뒤 나는 병원 근처 사진관을 찾아갔다.
사진관 주인이 알려준 번호로 사진을 보냈다. 잠시 뒤 컴퓨터 화면에 병원복을 입은 아내가 크게 떠올랐다.
작은 휴대전화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선명해졌다.
오랫동안 마음대로 감거나 빗지 못한 머리카락은 몇 가닥씩 엉겨 이마에 붙어 있었다. 약과 움직임 없는 생활로 얼굴은 부어 있었고, 한쪽 눈꺼풀은 다른 쪽보다 무겁게 내려앉았다. 마비가 온 뺨은 힘없이 처졌으며 입술은 한쪽으로 돌아가 온전히 다물어지지 않았다.
목은 조금 기울어 있었고, 움직이지 않는 왼팔은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도 아내는 웃고 있었다.
예전처럼 환하게 웃을 수 없어서, 남아 있는 얼굴의 힘을 한쪽으로 모아 웃고 있었다.
사진관 주인이 화면의 밝기를 조금 높였다.
창백한 얼굴 위로 빛이 번졌다.
“조금 더 환하게 해드릴까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어릴 적 카메라만 들이대면 가장 먼저 웃던 여자. 식당 문을 열기 전 거울 앞에서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말아 올리던 여자. 사진을 찍고 나면 눈을 감았다느니 얼굴이 크게 나왔다느니 핑계를 대며 꼭 한 장만 더 찍자고 하던 여자.
그 여자가 화면 속에서 낯선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관 주인이 마우스에서 손을 떼었다.
“어떻게 손봐드릴까요?”
나는 아내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입부터…… 조금 바로잡아주세요. 부은 것도 좀 가라앉혀주시고요.”
마우스가 움직였다.
한쪽으로 돌아가 있던 입술이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부어 있던 뺨이 조금 가라앉고,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이 가지런해졌다.
나는 그의 손끝만 바라보았다.
저 손으로 사진 속 입술뿐 아니라 그날 이후 움직이지 않게 된 아내의 몸까지 되돌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름도 조금만 없애주세요. 얼굴에 혈색도 좀 돌게 해주시고요.”
눈 밑의 그늘이 옅어졌다. 메말랐던 입술에 희미한 붉은빛이 번졌다.
사진 속 아내는 병들기 전의 얼굴에 조금 가까워졌다.
나는 의자를 앞으로 당겼다.
“조금만 더 젊게 해주실 수 있습니까?”
사진관 주인의 손이 멈추었다.
“어느 정도로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스물다섯 살까지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시장 약국 앞 저울에 올라 신발 무게 이백 그램을 빼야 한다고 우기던 때로, 두 아이를 낳고 새벽마다 식당의 불 앞에 서기 전으로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뜨거운 김과 기름 냄새가 아내의 눈가에 세월을 새기기 전으로 돌려달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지금보다 조금만요.”
사진관 주인은 더 묻지 않았다.
눈가의 주름 몇 개를 옅게 하고 입술에 마지막으로 빛을 보탰다.
보정을 마친 아내는 오래 앓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입술은 반듯했고 두 눈에는 맑은 기운이 돌았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아내와 닮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병실에서 나를 기다리는 아내와는 달랐다.
“이걸로 뽑아드릴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원래 사진도 한 장 뽑아주세요.”
“보정 안 한 것도요?”
“네. 두 장 다요.”
병실로 돌아가 보정한 사진부터 아내에게 내밀었다.
아내는 사진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한동안 들여다보았다. 오른손 검지로 제 입술을 만져본 뒤 사진 속 반듯한 입술을 천천히 쓸었다.
“예쁘지?”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데 이렇게 예뻐?”
아내가 내 손등을 때렸다.
손바닥이 닿았다기보다 힘없이 내려앉았다.
내가 웃자 아내의 어깨도 작게 흔들렸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아내가 웃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아내가 보지 못하게 보정하지 않은 사진을 가방 안에 넣었다.
그 사진에는 부은 얼굴과 돌아간 입술, 무릎 위에 놓인 왼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소매 밖으로 나온 손가락들은 안쪽으로 굽어 있었다.
아내가 감추고 싶어 했고, 나도 지워주고 싶었던 모습이었다.
그러나 버릴 수는 없었다.
사진 속 아내는 남아 있는 힘을 모두 모아 웃고 있었다.
나는 두 장을 한 봉투에 넣었다.
한 장만 간직하면 아내의 절반을 버리는 것 같았다.
아내가 다시 걷게 되면 두 사진을 나란히 꺼내놓고 웃으며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그때 당신 얼굴이 이랬어.”
그러면 아내는 내 불룩한 배를 가리키며 말할 것이었다.
“당신은 더했어.”
나는 그 말을 주고받을 날이 반드시 올 줄 알았다.
그러나 동해에 가기로 했던 우리의 내년은 끝내 오지 않았다.
바다가 보이는 방도, 밤새 듣기로 한 파도 소리도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
대신 닳은 양말 한 켤레와 사진 두 장이 남았다.
한 장에는 내가 되돌려놓은 아내가 있었다.
다른 한 장에는 그날을 견디고 있던 아내가 있었다.
오랫동안 나는 보정한 사진만 꺼내보았다. 원래 사진은 봉투 안쪽에 넣어둔 채 좀처럼 펼치지 못했다.
세월이 흐른 뒤에야 알았다.
사진 속 어느 얼굴도 사라진 아내의 얼굴이 아니었다.
한쪽으로 돌아간 입술도, 부어오른 뺨도, 끝내 펴지지 않던 손가락도 모두 아내가 살아 견딘 시간이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그 얼굴이 아니었다.
그 얼굴 앞에서 내년을 믿던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도 붕어빵을 사면 꼬리부터 떼어낸다.
아내에게 가져갈 수 없는 날에도 하나는 옆자리에 놓아둔다.
팥이 식기 전에 어서 달라고, 아내가 다시 오른손을 내밀 것만 같다.
BEST 뉴스
-
[연재소설|사십팔 킬로그램의 이별 ①] 그릇 하나가 깨지고 아내가 무너졌다
※ 이 작품은 현실의 여러 사회적 문제에서 모티프를 얻어 창작한 소설입니다. 등장인물과 지명, 단체, 구체적인 사건 및 전개는 허구이며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재현한 것이 아닙니다. 아내에게 아침 약을 먹이던 중,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 -
[연재소설|사십팔 킬로그램의 이별 ⑥] 기다리던 자리가 두려웠다
재활병원 언어치료사가 의사소통기기를 한번 써보라며 빌려준 것은 그 무렵이었다. 아내는 말을 알아듣고 글자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을 입 밖으로 온전히 밀어내지 못했다. 언어치료사는 작은 태블릿을 거치대에 고정하... -
[연재소설|사십팔 킬로그램의 이별 ⑦] 당신도 살아
그날 저녁 딸에게 전화했다. “엄마가 기계로 말했어. 요양원에 보내달라고.” 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상태가 더 안 좋아졌어요?” “안 좋아진 건 오래됐지.” “아빠가 힘들어서 그러는 거예요?” 나는 그 말에 화가 났다. 딸이 나를 탓한 것도 아닌데 찔린 사람이 먼저 상처... -
[연재소설|사십팔 킬로그램의 이별 ⑧] 돌아오는 차에는 아내가 없었다
입소를 사흘 앞둔 날 아이들을 불렀다. 사위도 며느리도 손주들도 데려오지 말고, 이번에는 우리 네 식구만 밥을 먹자고 했다. 딸은 생크림 케이크와 어머니가 좋아하던 포도를 사왔다. 아들은 닭고기와 숯, 식당에서 쓰던 것과 닮은 낡은 석쇠를 가져왔다. 딸은 평상 ... -
[연재소설|사십팔 킬로그램의 이별 ⑤] 아내를 씻기고 나는 늙어갔다
병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아내가 침대에서 일어나 변기까지 가는 데 처음에는 십 분이 걸렸고, 나중에는 삼십 분이 걸렸다. 어느 겨울 새벽, 아내를 화장실로 옮기다 둘이 함께 넘어졌다. 아내의 몸이 내 가슴 위로 무너졌고, 허리를 찌르는 통증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 -
[연재소설|사십팔 킬로그램의 이별 ③] 아내가 제 몸 안에 갇혔다
아내가 쓰러진 것은 오월의 점심 장사가 끝날 무렵이었다. 아내가 쉰네 살 되던 해였다. 마지막 손님이 나간 뒤 나는 계산대에 앉아 잔돈을 세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와 접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날마다 듣던 소리였다. 그릇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