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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부고의 수신인 ②] 두 개의 빈소

  • 김광희 기자
  • 입력 2026.09.01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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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화환은 복도 끝까지 밀려났다. 

더 세워 둘 자리가 없었다. 

장례식장 직원들은 새로 들어온 화환에서 리본만 떼어 빈소 벽에 걸었다. 아버지를 안다는 이름들이 흰 천 위로 줄지어 늘어났다.

 

영정에는 군민의 날 행사 때 찍은 사진이 쓰였다. 

원래 아버지의 어깨에는 어떤 남자의 손이 얹혀 있었다. 사진관에서 그 손과 몸의 일부를 지웠다. 

원본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아버지가 혼자 서 있었던 줄 알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군수, 군의회 의장이 차례로 다녀갔다. 

도의원과 군의원들이 뒤를 이었고, 다음 선거에 나설 거라는 사람들도 얼굴을 비쳤다. 

농협 조합장과 군번영회장, 노인회장은 영정 앞에서 오래 고개를 숙였다. 각종 사회단체장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빈소를 찾았다. 이곳 사회단체들은 오랜 세월 서로의 경조사를 품앗이처럼 챙겨 왔다. 그 인연을 따라 조문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전화기에 이름 대신 직함으로 저장돼 있던 사람들이 외투를 벗으며 들어왔다.

동욱은 자신이 아는 사람에게는 먼저 두 손을 내밀었고, 낯익은 어른 앞에서는 허리를 더욱 깊이 굽혔다.

곁에 있던 사람이 조문객의 이름과 직함을 낮게 일러 주었다. 동욱은 같은 인사를 거듭하다 보니 얼굴보다 그때 들은 직함이 먼저 기억에 남았다. 

수진은 오빠의 몸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한 박자 늦게 따라 했다. 

허리를 숙이고 손을 잡고 고맙다고 말했다.

 

복도 건너 특1호실에는 비문리 노인회장의 빈소가 차려져 있었다. 

여든을 넘긴 노인이었다. 문은 열려 있었지만 드나드는 사람은 드물었다. 영정 양옆에는 작은 화환 두 개가 놓였고, 상주가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는 방석만 반듯하게 접혀 있었다.

사람들은 아버지의 빈소에서 육개장을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건너편을 가리켰다.

 

“그 영감, 결국 그렇게 갔다며?”

“같이 살던 할머니 손녀를 건드렸다는 소문이 났잖아.”

“자식들은 안 왔어?”

“그 할머니하고 혼인신고 할 때부터 발길을 끊었대.”

누군가 빈 잔을 만지작거리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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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이 넘어서 재혼은 무슨 재혼이야. 자식들 보기 망신스럽지도 않았나.”

“죽을 때 다 된 사람이 여자를 밝히니 그런 탈이 나지.”

 

“늙으면 없는 듯이 살아야 하나. 혼자 살면 또 불쌍하다고 할 거면서.”

맞은편 사람이 끼어들자 처음 말한 남자가 목소리를 낮췄다.

 

“좋아서 같이 사는 것하고 손녀한테 손대는 게 같아?”

“그 일이 사실인지 누가 알아.”

“그러니까 소문이 났겠지. 나이 먹어서 주책도 정도가 있어야지.”

 

노인회장은 몇 해 전, 같은 마을에 사는 일흔이 넘은 여자와 살림을 합쳤다. 

두 사람 모두 먼저 떠나보낸 사람의 자리를 오래 혼자 지킨 뒤였다. 자식들은 죽을 날을 앞두고 무슨 망신이냐고 했지만, 노인은 남은 날도 살아야 할 날이라고 했다.

 

장날이면 두 사람은 첫 버스를 탔다. 

노인은 창가 자리를 여자에게 내주었고, 여자는 장바구니를 무릎 사이에 세워 놓고 노인의 비뚤어진 옷깃을 바로잡아 주었다. 꼭 필요한 것만 사자고 해 놓고도 노인은 여자가 좋아하는 약과를 샀고, 여자는 노인의 해진 양말을 새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경로당에서도 두 사람은 나란히 앉지 않았다. 

한 사람의 찻잔이 비면 다른 사람이 먼저 주전자를 들었고, 점심상이 물러나면 서로가 앉았던 자리까지 닦았다. 

손을 잡거나 다정한 말을 나누는 일은 드물었다. 대신 여자는 노인의 약 봉지를 날짜별로 나누어 놓았고, 노인은 새벽마다 여자의 방문 앞에 미지근한 물 한 잔을 가져다 놓았다.

 

노인이 앞서 걸으면 여자는 몇 걸음 뒤에서 천천히 따라갔다. 

여자의 무릎이 좋지 않아 둘 사이의 거리는 자꾸 벌어졌다. 그때마다 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가 오고 있었다. 

노인은 다시 걸었고, 몇 걸음 뒤에 또 멈추었다.

두 사람이 함께 늙는다는 것은 같은 속도로 걷는 일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늦어질 때마다, 다른 한 사람도 먼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자식들은 여자가 재산을 노리고 들어왔다며 함께 사는 것은 몰라도 혼인신고만은 안 된다고 막아섰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이십 년 넘게 혼자 살아온 노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평생 일군 재산을 어떻게 쓸지도,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누구와 보낼지는 자신이 정할 몫이라고 했다. 

늙었다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자식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온 날, 언성이 높아지자 노인은 오래된 밥상을 한쪽으로 밀어붙였다. 

숟가락 하나가 마루에 떨어져 몇 번 돌다가 멎었다.

“너희 가운데 누가 내가 혼자 보낸 밤을 한 번이라도 헤아려 봤느냐.”

노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자식들은 죽을 날을 앞두고 망령이 들었다며 다시는 아버지라 부르지 않겠다고 했다. 

문이 닫히고 발소리가 대문 밖으로 멀어졌다.

 

노인은 마당까지 따라나갔으나 부르지도, 붙잡지도 못했다. 

발소리가 모두 사라진 뒤에도 빈 대문을 바라보며 오래 서 있었다.

여자는 마루에 떨어진 숟가락을 주워 물에 씻었다. 

물기를 닦아 밥상 위에 놓자 수저 두 벌이 나란해졌다. 

그날부터 밥상에는 늘 두 벌만 놓였다. 자식들은 다시 오지 않았다. 

노인의 빈소에서도 그들의 얼굴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죽기 얼마 전 여름방학을 맞은 여자의 친손녀가 며칠 묵으러 왔다.

사흘째 새벽, 손녀는 노인이 자는 방에 들어와 이불 속으로 손을 넣었다며 울었다. 

노인은 선풍기를 끄러 들어갔을 뿐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날이 밝기 전에 본인과 손녀의 옷을 가방에 쓸어 담았다. 

이웃집에 택시를 불러 달라고 부탁하면서, 노인이 손녀에게 못 할 짓을 했다고 말했다.

아침에 담장을 넘은 말은, 저녁이 되면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노인은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일이 없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목소리를 높였고, 나중에는 묻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밥상에는 다시 수저 하나만 놓였다.

 

신고가 있었는지, 경찰이 조사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열흘 뒤 노인은 집 뒤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인이 죽자 손녀가 했다는 말은 사실로 굳었고, 그가 생전에 내놓은 해명은 변명으로 밀려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면 왜 죽었겠느냐는 말이 남은 의문을 대신했다.

죽음이 진실을 밝혀 주지는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다만 늙은이의 주책이 불러온 끝이라고 말했다.

 

새 조문객들이 접객실로 들어오자 이야기가 끊겼다. 

말을 나누던 사람들은 남은 술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빈소를 나서기 전, 그들은 동욱과 유족들의 두 손을 오래 잡았다.

“아버님 같은 분이 다시 나오겠나.”

방금까지 늙은이의 나이와 욕망을 입에 올리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몇몇은 곧장 돌아가지 않았다. 

복도에 잠시 서서 특1호실 안을 살피다가 그쪽으로 건너갔다. 

두 빈소 사이의 거리는 몇 걸음뿐이었다.

절을 받아 줄 사람이 없어 영정 앞에 술잔만 놓고 나왔다.

한 사람은 빈 상주석을 향해 짧게 목례했고, 다른 사람은 외투도 벗지 않은 채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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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는 더 걸 곳이 없어 화환 리본이 포개졌고, 다른 쪽에는 시든 국화의 고개를 바로 세워 줄 사람조차 없었다.

수진은 물을 가지러 나왔다가 특1호실 앞에 멈췄다. 

빈 상주석 앞에서 향 하나가 비스듬히 타고 있었다. 

가느다란 재가 길어지다가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향로 안으로 꺾여 내렸다.

 

영정 속 노인은 양복을 입고 웃고 있었다.

자식들과 뒤늦게 부부의 연을 맺은 여자에게 버림받은 사람인지, 그들이 끝내 돌아오지 못하도록 스스로 밀어낸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수진이 돌아보자 아버지의 빈소 벽에는 새 리본이 걸리고 있었다. 

직원이 의자를 밟고 올라가 이름이 접히지 않도록 흰 천의 주름을 손바닥으로 폈다.

아버지의 영정은 말끔했다. 

군민의 날 사진에서 지워낸 남자의 손은 어느 쪽 어깨에 놓여 있었는지조차 분간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버지 혼자였던 것 같았다.

 

조문객이 수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진은 건너편의 빈 상주석을 돌아보았다. 

내민 손은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수진은 그제야 그 손을 잡았다.

 

접객실에는 육개장 냄새와 찬 기운을 머금은 외투 냄새가 섞여 있었다. 

상마다 놓인 국그릇에서는 김이 올랐다. 조문객들이 오갈 때마다 복도의 냉기가 바닥을 훑었다.

편육 곁에는 새우젓이 놓였고,양파를 넣은 불고기에는 국물이 자작했다.

불고기는 어머니가 꼭 올리라고 한 음식이었다. 

아버지는 상갓집에 다녀올 때마다 불고기 한 접시 내놓지 않는 집은 야박하다고 했다.

살아서 남의 상을 품평하던 말이 죽어서는 자신의 상차림이 되었다.

 

넓적하게 부친 배추전은 먹기 좋게 잘려 있었다. 

얇은 반죽 아래로 잎맥이 비쳤고 가장자리는 노릇했다. 아버지는 배추전이 나오면 식기도 전에 젓가락부터 댔다. 간장에 찍어 한입 먹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김치와 마른안주, 과일까지 빈틈없이 놓이자 밥그릇 하나 옮길 자리조차 남지 않았다.

시대가 달라진 탓인지 조문객들은 절을 하고 술 한 잔을 비운 뒤 오래 머물지 않았다. 

몇 마디 위로를 건네고 일어서는 사람들이 여러 차례 빈소를 채웠다가 빠져나갔다.

 

밤까지 남은 사람만 스무 명 남짓이었다. 

아버지와 사회단체에서 함께 활동했거나 가까이 지낸 공무원과 이장들이었다.

대여섯 개 상에 나뉘어 앉은 이들은 새 조문객이 들어올 때마다 목소리를 낮췄다.

빈소가 한산해지자 빈자리를 메우듯 의자를 당겨 앉았고, 흩어져 있던 말들도 차츰 한곳으로 모였다.

밤이 깊어지면서 빈 소주병이 하나둘 상 아래로 내려갔다. 

낮 동안 입 안에 묻어 두었던 말들이 숟가락과 젓가락 사이로 흘러나왔다.

 

“돈을 줬으면 서로 알고 한 것 아니야?”

“돈이 오갔다고 다 성매매가 되는 건 아니지.”

국그릇을 들고 있던 남자가 그릇을 내려놓았다. 국물이 가장자리에서 잠깐 흔들렸다.

“최 회장이 제일 먼저 수사선상에 오른 것도 그 여자 기억에 오래 남아서라더라.”

“그게 무슨 말이야?”

남자는 목소리를 한층 낮췄다.

 

“다른 노인들은 일이 끝나면 만 원, 이만 원 쥐여 줬는데, 최 회장은 오만 원에서 십만 원씩 줬다는 거야. 지금 이름 나오는 사람들도 돈을 많이 준 순서라던데.”

“그게 무슨 순서라고.”

누군가 혀를 찼다.

“참,황당한 일이네.”

“그 여자가 싫다고 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건 그쪽에서 하는 말이고.”

“그럼 노인들 말만 말이야?”

누군가 빈 소주병을 발끝으로 상 아래 깊숙이 밀어 넣었다. 병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밥도 먹이고 연탄도 넣어주고 그랬잖아. 나이 먹고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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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혼자 살아.”

맞은편 남자가 빈 잔을 내려놓았다.

“최 회장 부인이 바로 여기 있는데.”

말을 꺼냈던 남자는 물컵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건너편에서는 젓가락 한 벌이 접시 가장자리에 소리 없이 놓였다.

“밥 먹이고 연탄 넣어주면 그래도 되는 거야?”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여기가 법원이야? 그만들 해.”

 

수진은 김치 접시를 들었다.

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수진을 보지 않으려고 국그릇을 당기거나 빈 잔을 만졌다. 

수진이 옆 상으로 옮겨간 뒤에도 목소리들은 한동안 제 높이를 되찾지 못했다.

그곳에서는 경찰에 불려 간 사람이 몇 명인지를 두고 말이 갈렸다. 여섯이라고 했다가, 누군가는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고 했다.

“식당 주인까지 불려 갔다며. 알고도 모른 척한 것 아니야?”

“거기서 벌어진 일이니 물어봤겠지. 경찰에 불려 갔다고 다 한패야?”

“거기 갔다고 다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 나도 그 식당에서 밥 먹었어.”

“누가 자네더러 그랬나.”

“말을 그렇게 하니까 그렇지.”

남자는 숟가락으로 식은 국을 두어 번 저었다. 떠먹지는 않았다.

 

수진은 빈 잔에 물을 부었다. 

잔이 차는 동안 잠깐 말을 멈추던 사람들은 수진이 병을 세우자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제 처남이 전화했더라. 방송에 나온 데가 솔재리냐고.”

“뭐랬어?”

“맞다고 했지. 최 회장 직함에 운동장 사진까지 나왔는데.”

“뭐라는데?”

“나머지도 다 아는 사람들이냐고.”

“누구를 다 알아?”

사내가 잔을 들었다 놓았다.

“여기서 다른 사람 이름도 올려 놓게?”

상 끝의 남자가 접시에 붙은 편육 한 점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렸다. 식어 굳은 지방이 접시에서 늦게 떨어졌다.

 

“최 회장도 참. 며칠만 지나면 다시 조사받으러 갈 사람이.”

“남들 볼 낯이 없었겠지. 이통장협의회장만 십 년 넘게 했잖아. 행사마다 앞에 나가 인사하던 사람인데. 그놈의 체면이.”

“며칠 전에도 나한테 전화했어. 다음 달에 연탄 나를 때 화물차 좀 쓸 수 있겠냐고.”

“그러니 말이야.”

한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

소주를 따르던 사람이 병을 바로 세웠다.

“죽음으로 입을 닫은 사람의 속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

 

한동안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만 났다.

수진은 부엌 앞에서 쟁반을 바꿔 들었다. 포개진 접시 사이에 묻어 있던 고춧가루가 손끝에 번졌다. 

물티슈로 문질렀지만 손톱 가장자리의 붉은 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때 옆 상에서 말이 건너왔다.

“그런데 그 여자 뱃속의 애가 누구 애냐고들 난리라던데.”

“약국에서 임신테스트기를 샀다는 말밖에 없잖아. 임신했다는 건 누가 확인했어?”

 

수진의 손이 멎었다.

그 대목은 자신도 두 번 읽었다. 기사 어디에도 임신했다는 문장은 없었다.

“그건…….”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왔다. 

 

수진은 접시 가장자리를 쥔 채 입을 다물었다.

기사에 없는 내용이라고 말하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아버지에게 붙은 혐의 하나라도 떼어내려는 딸이 될 것 같았다.

더 두려운 것은 그런 마음이 자신에게 없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것도 치울까요?”

수진은 쟁반을 든 채 빈 국그릇을 가리켰다. 

남자가 말없이 그릇을 밀어 주었다. 수진이 그릇을 포개고 돌아서는데 누군가 팔꿈치를 가볍게 건드렸다.

“아버지 좋은 일 많이 하셨어. 힘내.”

 

수진은 고개를 숙였다.

두어 걸음을 옮기자 등 뒤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

 

“기사하고 실제는 다를 수도 있지.”

잠시 뒤 다른 사람이 말했다.

“속사정은 그 양반만 알겠지.”

 

포개 놓은 그릇들이 쟁반 한쪽으로 쏠리며 부딪쳤다.

수진은 가까운 빈 상에 쟁반을 내려놓고 그릇을 다시 맞췄다. 

한꺼번에 들 수 없을 것 같아 절반만 옮겼다.

부엌에서 일하던 여자가 남은 그릇을 가져갔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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