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 아버지교육 현장에서 시작된 가족의 변화
“아이를 이해해보려 왔지만, 오히려 저 자신을 보게 됐습니다.”
최근 정선군가족센터에서 진행된 아버지 대상 부모교육 ‘아(빠)! 자(녀)! 러브젝트’ 현장에서 한 참여자가 남긴 말이다. 짧은 소감이지만, 이 한 문장은 오늘날 부모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4월, 유아 및 초등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녀와의 건강한 관계를 고민하는 아버지들의 참여는 진지했다. 기질 및 성격검사(TCI)와 양육태도검사(PAT)를 기반으로 진행된 이번 교육은 단순한 양육 기술 전달을 넘어 ‘자녀 이해’와 ‘자기 이해’를 함께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많은 부모는 아이의 특정 행동을 ‘문제’로 보고 당장 고치려 애를 쓴다. 하지만 현장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조금 다르다. 아이의 행동은 교정의 대상이기 이전에 부모에게 보내는 하나의 ‘신호’에 가깝다. 부모가 이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는 결국 부모 자신의 기질과 양육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교육에서 아버지들이 가장 크게 공감한 지점도 바로 여기다.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실시한 검사와 해석 과정이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부모인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왜 그럴까?”라는 의문이 “내가 이런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고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순간,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진정한 소통의 길이 열린다.
특히 지역사회 안에서 아버지의 양육 참여는 더 이상 선택적인 역할이 아니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발달, 그리고 가족 관계의 건강성을 위해 아버지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정선과 같은 지역 공동체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아이의 성장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
또한 우리 지역의 사정과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호흡하며 교육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부모교육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부모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교육은 ‘아이를 잘 키우는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아니다. 부모가 먼저 인간적으로 성장하고 변화하며, 그 변화를 통해 아이가 온전한 인격체로 자라날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지역의 지속적인 문화로 뿌리내리는 것이다. 부모가 함께 배우고 고민하는 지역, 아버지가 양육의 주체로 참여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우리 아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정선의 미래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부모로부터다.
[필자 소개]
지효숙 교육학박사는 교육청 지정 전문심리상담기관을 운영하며 부모교육·가족상담·청소년 심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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