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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직도 훈훈한 세상

  • 정일환 기자
  • 입력 2026.10.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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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훈훈한 세상

 

정일환 기자

 

지난 10월 1일부터 나흘간 열린 ‘제51회 정선아리랑제’가 많은 인파 속에 막을 내렸다. 

한층 풍성해진 축제에 청명한 가을 날씨까지 힘을 보탰다. 비가 내렸던 예년을 떠올리면, 행사 내내 맑았던 하늘은 축제장을 찾은 모두에게 반가운 선물이었다.

기자도 축제장 곳곳을 둘러보며 그 즐거움 속에 머물렀다. 

그러다 그만 지갑을 잃어버렸다. 

 

지갑에는 약간의 현금과 신용카드, 신분증, 명함 등이 들어 있었다. 언제 어디서 놓쳤는지도 알 수 없었다. 

현금까지 들어 있으니 되찾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하며, 즐거웠던 하루 끝에 허전한 마음을 내려놓으려 했다.

다음 날 분실물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잃어버린 지갑을 보관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부랴부랴 달려가 받아 든 지갑은 잃어버리기 전 그대로였다. 현금도, 카드도, 신분증도 제자리에 있었다.

내용물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그러고는 지갑을 주워 분실물센터까지 가져다준 누군가를 생각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던 축제장에서 남의 잃어버린 물건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사람, 주인이 애타게 찾고 있을 것이라 헤아려 준 사람이 있었다.

고마움을 직접 전하고 싶어 누구인지 물었지만, 그분은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지갑만 맡기고 돌아갔다고 했다.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었다. 감사의 말을 건넬 곳을 찾지 못해 이 지면에 적는다. 지갑을 돌려주신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일을 쓰는 것은 기자의 부주의를 드러내는 일이라 조금은 부끄럽다. 그래도 고마운 마음을 혼자 간직하고 싶지는 않았다. 세상이 각박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그날 이름 모를 이웃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남의 곤란을 덜어 주었다. 필자가 잃어버린 것을 챙겨 주는 동안, 그분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남기지 않았다.

이번 아리랑제의 맑은 하늘과 흥겨운 무대도 오래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손에 다시 돌아온 지갑을 볼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를 사람은 끝내 만나지 못한 그분일 듯하다.

지갑을 되찾은 뒤, 사람들 사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그 이름 모를 이웃도 어디에선가 이 글을 읽고, 늦게나마 필자의 인사를 받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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