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堯)임금이 임금의 자리를 허유에게 물려주겠다며 말했습니다. “해나 달이 떴는데도 켜 놓은 등잔불은 헛된 것 아니겠습니까? 때가 되어 비가 오는데 밭에다 물을 대고 있으면 그 노고도 헛된 것 아니겠습니까?
선생께서 임금 자리에 앉으셔야 세상이 바르게 될 터인데, 제가 아직 임금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있으니, 청컨대 임금의 자리를 맡아 주십시오.”
허유가 대답했답니다. “임금께서 잘 다스려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는데, 제가 왕이 되는 것은 오직 이름을 얻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름은 실제의 껍데기일 뿐. 제가 그것으로 뭘 하겠습니까? 뱁새가 숲속에 둥지를 트는 데는 나뭇가지 하나만 있으면 되고, 두더지가 물을 마시는 데는 그 작은 배를 채울 만한 물만 있으면 됩니다. 저는 새삼 세상을 다스릴 일이 없습니다. 부엌의 요리사가 부엌일을 잘못해도 제사 시동(尸童)이나 신주(神主)가 술 단지와 적대를 들고 와서 그 노릇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라며 임금의 자리를 사양했다고 합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와서 무슨 소원이든 말하라고 했을 때, 지금 자기에게 비치는 햇빛을 가리지 말라는 것밖에는 달리 부탁할 것이 없다고 한 고대 그리스의 철인 디오케네스를 연상케 합니다. <오강남 풀이 장자>에서 인용
봄 비
김한경
빗소리도 낭랑한데/바람마저 살 랑 이니/비 그치고 나면/더욱 짙어진 푸르름에/삶이 환해진 봄날//말끔히 몸을 씻은 잎 새들의/청정한 몸매를 보게 되겠다/꽃 망을 터트리는/아픔도 보겠어.
BEST 뉴스
-
차 한 잔의 행복-인생의 마지막 풍경
70대 후반의 지인이 지난해 늦여름 다리뼈가 부러졌다.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그곳에 장기간 입원할 수 없어 서울 근교의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그 병원에 한동안 입원했다가 퇴원한 지인의 경험에 따르면, 70∼90대 노인들이 모인 요양병원에서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랐다... -
차 한 잔의 행복- 멋진 노인
대학에서 심리학을 강의한 교수로서 지금은 6년 째 노인 복지 관을 순회하며 강의하는데,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추한 노인의 3가지 1)냄새가 나는 노인입니다. 입을 열면 구취(口臭), 몸에서 나는 체취(體臭), 옷에서 나는 의취(衣臭)입니다. 이는 나이 들수록 ... -
[기고] 반려동물 열풍을 바라보며
예로부터 개는 사람이 사는 울타리 안에 깃들어 사는 한 식솔이자 삶의 일부였다. 필자의 어린 시절 기억 속 개는 요즘 말하는 ‘반려’나 ‘애완’ 같은 거창한 수식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잔밥을 치워주고 마당에 드나드는 낯선 발자국을 경계하는 든든한 파수꾼이었으며, 꼬리를 치며 부리는 재... -
차 한 잔의 행복 -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
1569년, 조선 선조 때 퇴계 이황은 69세의 나이가 되자 우찬성(右贊成)의 벼슬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때 선조는 이황을 끝까지 옆에 두려고 이조 판서의 벼슬을 내렸다. 이황이 끝내 벼슬을 사양하며 낙향을 고집하자 젊은 관료인 율곡 이이가 찾아갔다. “어린 임금께서 즉위하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