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하하하하 우습다/ 졸고 있는 할미꽃/아지랑이 속에서/ 무슨 꿈을 꾸실까.’
박목월의 시에 유극영이 곡을 붙인 동요다.
‘민들레는 늙어서 할아버지 되고/ 할미꽃은 늙어서 할머니 된다/ 할아버진 하얀 양산을 쓰고
/ 할머니는 하얀 지팡이 짚고 / 바람 타고 동동 집을 떠났다/ 명년 봄에 또 온다 고개 넘었네’
어린이 동요 민들레와 할미꽃이다.
할미꽃은 솜털과 함께 허리가 굽고 머리가 하얀 것이 할머니의 모습이다.
솜털로 덮인 열매 덩어리가 할머니의 흰머리처럼 보이는 점도 할미꽃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한몫을 했다.
꽃의 분위기는 화사함과는 거리가 멀고 소박하다.
꽃말은 ‘슬픈 추억, 슬픈 사랑, 사랑의 배신’ ‘사랑의 굴레’, ‘충성’ 등이다.
이 꽃은 할머니 모습으로 피다, 진다. 그래서 처연하다.
유라시아·북미 대륙 쪽에 주로 서식하며 30여 종이 분포한다.
한국에는 원종인 할미꽃, 가는잎할미꽃, 분홍 할미꽃, 동강할미꽃이 자생한다. 할미꽃 뿌리로 술을 담가 마시면 임파선염, 월경 곤란, 류머티즘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좋다.
줄기와 잎은 허리와 무릎을 비롯해 사지 관절의 풍통, 부종 및 심장통, 심장병 등을 치료한다. 꽃은 학질·대머리·천연두를 치료하고, 말린 열매는 강장제로 사용해 왔다. 할머니 손처럼 약손이다.
할미꽃의 유래는 서글프다.
이 중에서도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은 할미꽃의 전설과 연결된다.
부잣집으로 시집간 큰딸과 살던 어머니, 이런저런 설움에 쫓겨나다시피 나온다. 이어 가난한 작은딸 집을 찾으러 가다가 객사한다.
어머니가 묻힌 무덤가에 피어난 꽃, 할머니를 닮은 꽃이라 할미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동강할미꽃>
할미꽃은 산과 들과 양지쪽 풀밭에서 잘 자란다. 특히 야산 무덤가에서 자주 보인다. 벌초를 자주 해주고 잡목이 우거지지 않는 환경이 이상적인 장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동강할미꽃은 보통 뼝대라고 불리는 아찔한 절벽에 매달려 핀다. 꽃잎은 하늘을 향해 활짝 열고 노란 꽃술을 당당하게 내보인다. 꽃 자체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절벽 틈에서 자란 희귀종이라 학술 가치도 높다.
정선읍 귤암리 동강 변 석회암 절벽 일대가 대표적인 자생지다. 바위 절벽 주변에는 동강할미꽃 200여 본이 서식한다.
구부정한 허리에 수줍은 듯 꽃잎을 오므린 다른 할미꽃과 달리, 꽃대가 꼿꼿하다.
동강할미꽃의 계절이 왔다.
제20회 정선 동강할미꽃 축제가 '스무 해의 봄, 함께한 생명의 축제'라는 주제로 27일부터 29일까지 정선읍 동강 생태학습장 일원에서 펼쳐진다.
동강에서 시간의 흐름과 물의 흐름을 잊고, 꽃과 함께 긴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도 새로운 힐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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