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한 잔의 행복-40
큰 화분에서 군자란 세 포기가 자라고 있는데, 잎새들만 무성한 게 꽃을 피우지 못해서 화분 두 곳으로 분가를 했답니다. 그런데 작년에 보니 꽃 대궁이 유독 짧아 잎새들 사이에 묻혀 작은 꽃 몽우리로 질식사 하더군요. 그래 이번에는 꽃 대궁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는 얼른 잎새들을 빨래집게로 집어 주어 꽃망울이 펼 수 있게 자리를 확보해 주었더니 서너 송이의 꽃들이 탐스럽게 피웠답니다.
식구들에게 “군자란 꽃 좀 봐라! 내 집게로 자리를 만들어 주었더니 저리 예쁘게 피웠잖니!” 하니 우리 큰 딸아이가 “잎새들이 얼마나 아파할까 아빠! 저 집게로 아빠 볼을 집어 볼까 얼마나 아픈지!” 그래 내가 “어쩌니 꽃을 피우려면 잎새들이 저 정도의 아픔은 견뎌 내야지!” 하고는 잎새들이 아파한다는 말에, 잎새에게 아픔을 준 것과 꽃을 피우게 한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은 일이었을 가하고 고민하는데 문득 장자의 무위지위(無爲之爲: 함이 없는 함)구절이 떠오르면서, 집게를 사용한 것이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러면서 딸아이와 있었던 대화가 문득 떠오르더군요.
몇 년 전 성현(딸의 큰 아들)이가 수영대회에서 금메달도 따고, 성적 우수상도 받고 또 전체 모범상까지 받았다고 하기에, 내 전화로 “그래 그렇게 착한 아들을 둔 것도 큰 복이다. 네가 엄마 아빠에게 효도하니 그런 복도 받게 되는 거야. 우리 딸은 참 좋겠다. 그런 아들을 두었으니, 그런데 그 착한 아들이 누구를 닮았다고 생각 하니?”하고 물으니, 딸아이가 잠시 머뭇대더니 “아빠! 아빠 닮았어요. 아유! 배 아파, 화장실 가야지!”
저는 몇 날을 행복해 하면서 메모로 남겨 놓았답니다. 언제고 이 메모들을 보게 되면 행복에 젖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부모에게 말대꾸나 말에 토씨하나 단 적이 없이, 나이 오십이 다 돼가는 우리 딸아이가 너무 착하고, 고맙고, 자랑스럽지요. (그래서인지, 딸에게 아들 둘이 있는데 이제까지 엄마에게 말대꾸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답니다.)
저는 메모장에 이런 행복들이 아주 많이 있다 보니 이승에서는 물론 저승까지 가지고 가서도 남고 남을 것이니, 행복을 모르고, 불행하다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답니다.
아픔이나 불행은 나눌수록 적어지고, 기쁨이나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하지요.
겨울 햇살
유리문을 통해
고즈넉이 들어와 앉은
겨울 햇살
하도 당양해
양말을 벗고 맨 발을
햇살 속에 살며시 담가보니
따뜻하고 포근함이
엄마 품속이다.
그러니
이 한 겨울
보라색 사랑초가
꽃들을 흐드러지게 피우고는
수줍어라 방실 방실 웃고들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