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지는 마을 살아있는 기억①

“한창 탄광이 있고 정선읍내가 바삐 돌아갈 때는 우리 방앗간도 쉴 틈이 없어서 돈이 한창 벌렸지, 그때는 정말 개가 돈 지갑을 물어다 줬다니까”
이종대(68세) 씨는 연신 잰 손놀림으로 방아절구가 빻아내는 메주가루를 연신 비닐봉지에 담으며 옛날 탄광시절 호황을 그리워한다.
이종대 씨가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개끝’이라 불리는 정선읍 애산5리 마을 끝에 위치해 있었다. 사실 이쪽은 개끝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개끝 못미처 역전 마을이다. 개끝은 송오리 철다리와 애산5리가 만나는 마을을 말한다.(정선읍 지명유례) 그래도 사람들은 그냥 개끝 방앗간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개끝에 방앗간이 없고 개끝까지 이 방앗간 직접영업권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여하튼 이종대 씨는 이곳에서 간판도 없이 ‘정선방앗간’이란 이름으로 방앗간을 운영했다. 30년 넘은 시간을 지켜낸 방앗간이었다.
“원래는 내가 증산사람이에요. 친형님 따라 나전으로 갔다가 같이 정선으로 넘어왔죠. 처음 정선왔을 때는 배타고 넘어왔어요. 이 방앗간 차린 지는 30년이 됐네요. 이 방앗간하면서 크진 않아도 재산도 좀 모았지요. 주변에서 불쌍하다고 많이 도와줘서 그래요.”
누가 이용할까 싶은 맘이 들 정도로 낡은 개끝 못미처 정선방앗간을 찾은 날에는 동네 주민인 임순자(81) 씨가 마침 막장 담글 메주를 빻으러 와 있었다.
“이 근방 사람들은 다 여기로 왔지. 차도 없는데 여기 아니면 다른 방앗간 갈 생각을 안 하고 살았어. 여기 옛날식 절구 방아가 있어서 통으로 가져 오는 메주도 다 수월하게 빻아 준다니요.”
이종대 씨는 스물여섯 되던 해에 비포장도로변 가정집이던 이곳을 사서 기계 2대를 놓고 방앗간을 열었다. 이제 기계도 많아졌다. 50만원 주고 지상권만 받아 운영하던 정선방앗간은 군유지여서 정선제3교가 들어서면 지금 자리는 철거되고 길이 나는 만큼 물러난다.
정선방앗간 안에는 커다란 가죽나무가 있다. 완전히 나무를 뽑지 않고 그 주변으로 벽을 쌓고 지붕을 얹었다. 내 땅이 아니니 함부로 뽑을 수가 없어 임시방편으로 그렇게 지은 것이 때가 묻고 자리를 잡으며 꽤 명물처럼 멋도 난다. 정선 제3교가 완성되고 길이 넓혀지면 이 나무도 뽑힌다.
“아숩긴 해도 뭐 어쩌겠어요. 그래도 해던 일이니 계속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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