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와 가까이 지내고 있는 허홍구 시인이 “아름다운 꽃, 아름다운 회향”이라는 제목으로 제게 보내준 글입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김영한 씨는, 갑자기 집안이 몰락해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기생교육을 받고 기생이 됐습니다. 그리고 수물 둘의 꽃다운 나이에 첫사랑이자 평생 연인이 된 백석 시인을 만나게 됐고, 백석 시인은 그에게 중국 전설속의 여인인 자야(子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면서 결혼을 못하고 백석시인은 홀로 만주로 떠났고, 연락이 두절된 채, 1950년 한국전쟁으로 두 사람은 영원한 이별을 맞게 됐습니다.
김영한씨는 평생 백석시인을 사모하면서 열심히 돈을 모아 ‘대원각’이라는 요정의 주인이 됐습니다.
1970년대 밀실정치가 극에 달한 무렵에는 ‘삼청각’ ‘청운각’ ‘대원각’이 유명한 3대 요정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김영한씨는 나이가 들어 자신의 생애에 아름다운 회향을 꿈꾸며, 법정스님에게 당시 시가 1000억 원인 대원각을, 무주상 보시(아무 대가 없이 보시하는 선행)를 하면서 그녀가 받은 것은 ‘길상화’라는 보살명과 ‘염주’ 하나였습니다. 대원각의 대연회장은 ‘설법전’으로, 본체는 ‘극락전’으로, 기생들의 숙소는 수행스님들의 ‘요사체’로, 기생들이 옷을 갈아입던 팔각정은 ‘범종각’ 등 향락의 산실이던 대원각은 청청도량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실상화’ 보살의 유해는 유언에 따라, 첫눈이 내리던 날 ‘길상헌’ 뒤 언덕에 뿌려졌습니다.
당시 이 많은 재산을 내놓고 아깝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녀는 “그것은 사랑하는 백석시인의 시 한줄 만도 못하다”고 했습니다.
소낙비
쫘 - 악 - 쫙
쫘 - 악 - 쫙
찌는 더위
타는 갈증
거센 장대비에
얼마나 시원한지
잎 새들이
꼼짝도 않고
소낙비를 홈-빡 맞고 있다.
숲들의
시원한 신음소리가
계곡 계곡
물안개로 피어 오른다.
거센 빗방울에
풀벌레들
잎새 뒤로
숨었으니
바람만 자면 야
참으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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