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의 행복-9
함백산 약수터를 오르자면 민들레가 밭을 이루어 노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답니다.
보도 불럭 틈새나 돌밭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 게 민들레지요. 그런데 그것도 다 사연이 있답니다. 민들레는 키가 작은 탓에 숲 속 기름진 땅에서는 키가 큰 풀들과 나무들 때문에 햇살을 받을 수 없어 땅은 비록 열악한 돌밭이라도 햇살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양지 바른 곳으로 탈출을 한, 질경이와 같이 용감하기 그지없는 식물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그 돌밭에서도 아주 깊이 뿌리를 내려, 가물거나 장마에도 걱정 없이 잘 견디어 낸답니다. 제가 얼마 전 몇 포기를 캐와 말리는데 온 몸이 햇살에 다 말라 죽어가면서도 몽우리를 꽃으로 피우고 씨방을 여물게 해서 홑씨로 날려 보내는 것을 보았답니다. 몸에 남아 있는 수분들을 꽃 몽우리로 모두 모아서는 꽃을 피우고 씨방을 여물게 해서 하늘로 날려 보내고 나서야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강인한 종자 번식력에 감탄하였답니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민들레에게는 잎과 줄기에 실리마린이란 성분이 있으며, 이 성분은 간의 세포막을 튼튼하게 하면서 효소들의 작용을 도와 간세포 재생에도 효과가 있으며,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제 몸 안에 이런 내공을 간직하고 있지만 너무도 흔하디흔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답니다. 그러니 편한 마음으로 종자 번식에만 열중할 수 있나 봅니다. 그런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의 신탁’ ‘감사하는 마음’ 이라고 한답니다.
사랑의 신탁(神託)이란, 깃털 달린 꽃씨를 하나씩 입으로 불어 날리면서 “나는 너를 사랑해” 와 “너는 나를 사랑해”를 되풀이 하다 마지막 남은 하나로 누가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신탁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요즈음 여물은 씨방을 연인이나 부부가 함께 불어 날리면서 사랑의 신탁을 얻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하더라도, 주어진 여건에 적응하면서 평화로이 안주하려는 마음 쓰임이 더 편한지도 모릅니다.
*신탁(神託): 신이 사람을 매개자로 하여 그의 뜻을 나타내거나 인간의 물음에 대답하는 일.
제목 : 함박눈
뒤도 한 번 아니 보고
가버린 사람인데
까닭모를 기다림이
이상도 해
흔들리는 깃발로
사계(四季)를 창가에서 펄럭여 보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야속함으로
겨울바람 뒤를 따라
언덕에 서니
기다림이 야속함이
제 무게 견디지 못하고
함박눈으로
펑 -
펑 -
쏟아져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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