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손타쿠’라는 단어가 일본열도를 뜨겁게 하고 있다. 우리말로는 촌탁(忖度)이다. 국어사전의 해석을 빌리자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림’이라는 뜻. 즉 ‘알아서 눈치껏 모신다’, 더 직설적으로는 ‘알아서 기는’ 것을 말한다. 우리도 잘 쓰지 않는 단어지만, 일본인들도 최근까지는 잘 몰랐는데, ‘아키에 스캔들’로 인해 손타쿠라는 단어가 크게 부각됐다.
아키에 스캔들은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으로 있던 학교법인 모리토모(森友) 학원이 국유지를 감정평가액보다 무려 8억엔(약 80억원)이나 싼 가격에 매입한 사건이다. 여기에 더해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카케 학원은 지난해 11월 일본 정부로부터 수의과대학 신설을 허가 받았다. 일본 정부가 수의사 공급과잉을 우려해 수의대 신설을 금지한 지 무려 52년 만에 신규허가를 받은 것이다. 이에 아베 총리나 아키에 여사의 지시 또는 압력이 없었더라도, 일본 정부부처가 아베 총리의 측근임을 알고 손타쿠가 작용한 것 아니냐, 즉 알아서 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지난 19일 정선아리아리시네마가 생긴 것에 주민들이 크게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문화생활의 기회가 많지 않은 지역 여건상 영화관 하나가 갖는 존재감은 적지 않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최신 개봉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 흥분하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 영화관은 화제의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현재 예매순위 2위인데다, 정선을 제외한 도내 7개 작은영화관 중 6개 영화관은 상영 중이다.
‘개관 초기이니만큼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영화라 배제하기로 자체 결정했다’는 영화관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순간 ‘손타쿠’라는 단어가 번뜩 떠올랐다. 이런 ‘알아서 기는’ 문화는 일본보다 우리 사회에 더욱 만연돼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이는 특정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알아서 기는 문화’라는 빙산의 일각 중의 일각일 것이다.
사견이지만 이런 ‘손타쿠’는 우리 지역이 대한민국 전체의 평균보다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의 측근이라서, 가족이라서 특혜를 베풀고 더 많이 배려하는 것. 이런 문화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고, 그 특혜를 얻은 이들은 그 한줌의 권력에 취해버린다. ‘알아서 기는’ 개개인의 판단들이 모여 지역이 반목과 분열의 길로 이르는 셈이다.
정선시네마는 공공의 예산이 들어간 영화관인 만큼 ‘연평해전’도 ‘변호인’도, 용기 있게 시민들의 예상되는 수요만을 고려해 상영작을 선택하기를 희망한다. 또한 ‘손타쿠’ 문화가 당장 없어지기는 힘들더라도 점차 소멸시켜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방향성이 설정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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