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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강원 남부 시군 중 남자 세대주가 가장 많은 마을이었다

  • 김광희 기자
  • 입력 2026.09.0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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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백·삼척·영월·평창 다 제쳤다… 세대주 열에 여섯이 남자

정선의 세대주 명부를 넘기다 보면, 남자의 이름이 유난히 자주 손끝에 걸린다.

2026년 8월 기준 이 명부에 오른 이름은 모두 2만489개.

그중 남자가 1만3,363명(65.2%), 여자는 7,126명(34.8%)에 그쳐, 세대주라는 자리의 열에 여섯 이상을 남자가 차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뜯어보면, 이 2만489라는 숫자는 공교롭게도 정선군의 세대수와 한 치 오차 없이 겹친다. 정선군 전체 인구 3만5,137명 가운데 남자는 1만8,488명, 여자는 1만6,649명으로, 실제 사람 수의 격차는 11%p 남짓에 불과하다.

 

그런데 '세대주'라는 이름 하나를 얹는 순간, 그 격차는 두 배 가까이로 훌쩍 벌어진다. 한 지붕 아래 부부가 함께 살아도 문패에는 으레 남편의 이름을 올려온 오래된 관행이, 실제 인구보다 훨씬 크게 성비를 기울여 놓은 셈이다.

 

읍면 단위로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예상 밖으로 흘러간다. 남자 세대주가 가장 많은 곳은 강원랜드가 있는 고한읍이나 사북읍이 아니라 화암면, 임계면, 남면, 여량면, 북평면 같은 산간 농촌 지역이었다. 

이 다섯 곳은 세대주 중 남자 비율이 정선군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강원랜드와 가장 가까운 고한읍과 인근 함백출장소는 오히려 정선군 평균보다 남자 세대주 비중이 낮았다.

 

화암면, 임계면, 남면, 여량면, 북평면, 신동읍, 정선읍, 사북읍, 고한읍의 이름 위로 흐르는 남성 편중의 물결은, 카지노 도시가 아니라 오히려 논밭과 산비탈을 낀 마을에서 더 짙게 일렁인다. 

남자 세대주가 많은 화암면·임계면·남면·여량면은 하나같이 고령화가 깊게 뿌리내린 농촌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농가를 지키는 고령 남성이 세대주로 남아 있는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남자 세대주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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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의 남자 세대주 비율이 도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8월 27,28일 열린 강원도 무형유산인 '정선유평삼베민속' 전통 삼굿 재현 행사.>

 

정선군의 남성 편중은 정선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행정안전부의 강원특별자치도 시군별 인구·세대 현황을 살펴보면, 강원도 전체 남녀비율은 1.01로 거의 균형을 이루지만, 탄광 산업을 겪은 산간 시군들은 하나같이 이 평균을 웃돈다. 

 

한때 국내 최대 탄광이었던 장성광업소를 품었던 태백시는 1.03으로 오히려 균형에 가깝고, 삼척시는 1.05, 영월군은 1.07, 평창군은 1.08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 다섯 곳 중 남녀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다름 아닌 정선군, 1.11이었다. 

 

탄광의 역사를 가장 진하게 새긴 태백이 아니라 정선이 가장 남성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런데 왜 하필 정선이 1위일까

같은 탄광의 역사를 지닌 시군 중에서도 정선이 유독 남성 쪽으로 기운 데는 몇 가지 배경이 겹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태백과의 차이가 눈에 띈다. 

태백은 탄광이 쇠퇴한 뒤 관광·서비스업으로 산업 구조를 일찌감치 바꾸며 아파트 중심의 압축적 도심으로 재편된 도시다.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여성 고용 비중이 높은 업종이어서, 여성 인구가 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정선은 9개 읍면 대부분이 여전히 농업과 임업 중심의 산촌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젊은 여성의 유출이 더 오래, 더 꾸준히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세대당 인구가 강원도 최하위권(1.71명)이라는 점도 같은 이야기를 가리킨다. 

나 홀로 사는 세대주가 유독 많다는 뜻인데, 통상 고령층에서는 여성이 평균수명이 길어 '홀로 남은 할머니' 가구가 더 많은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런데 정선은 그 반대로 남성 쪽에서 두드러진다. 광업과 임업, 축산업처럼 은퇴 후에도 혼자 자리를 지키는 남성 종사자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형적 고립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선은 강원도 안에서도 계곡과 산으로 사방이 막힌 대표적 오지로 꼽힌다. 

교통이 불편할수록 젊은 여성의 유출은 더 심해지고, 남아 있는 남성의 혼인 기회도 줄어드는 이른바 '농촌 총각' 현상이 다른 지역보다 두드러졌을 가능성이 있다.

 

숫자는 담백하게 말한다. 

정선군의 남성 편중은 카지노 불빛이 아니라, 산업이 바뀌지 못한 산골 마을과 작아진 세대, 그리고 그 안에 남겨진 노년의 그림자에서 더 짙게 드러난다. 김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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