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월 출생 54명·사망 261명…자연감소 207명
모든 읍면서 출생보다 사망 많아…신동은 사망이 출생의 21배
정선·고한읍에 출생 67% 집중…읍면 공동체 유지에도 경고등
현재 추세대로 이어지면 올해 자연감소 300명 넘어설 가능성
정선군에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54명의 아이가 태어나는 동안 261명이 세상을 떠났다.
아이 한 명이 세상에 올 때 4.8명이 생을 마친 셈이다.
출생과 사망만 놓고 보면 불과 여덟 달 사이 정선군 인구 207명이 자연적으로 줄었다.
최근 전입 인구가 늘면서 전체 인구는 한동안 증가하거나 제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그 숫자 아래에서는 출생보다 사망이 압도적으로 많은 자연감소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비어 가는 자리를 메우며 가까스로 인구를 떠받치고 있을 뿐, 지역이 다음 세대로 삶을 이어갈 힘은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전입의 흐름이 멈추는 순간, 지금은 가려진 인구 감소의 속도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이다.
매달 6.8명 태어나고 32.6명 사망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정선군의 올해 1~8월 출생등록은 54명, 사망말소는 261명이다.
월평균 6.8명이 태어나고 32.6명이 사망해 매달 25.9명씩 자연감소했다.
이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진다고 단순 가정하면 올해 출생등록은 약 81명, 사망말소는 약 392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자연감소 인원이 300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8개월간의 수치를 단순 환산한 결과여서 실제 집계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자연감소는 단 한 달도 멈추지 않았다.
월별 감소 인원은 1월과 3월 각각 30명, 2월 26명, 4월 21명, 5월 35명, 6월 22명, 7월 18명, 8월 25명이었다.
감소 폭이 가장 컸던 5월에는 6명이 태어나고 41명이 숨졌다.
감소 폭이 가장 작았던 7월에도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18명 많았다.
출생등록이 가장 많았던 3월과 8월에도 각각 9명에 그친 반면, 사망말소가 가장 적었던 7월에도 26명에 달했다.
성별로는 출생등록 54명 가운데 남아가 33명, 여아가 21명이었다.
사망말소는 남성 145명, 여성 116명으로 집계됐다.
월별 차이, 기후만으로 설명 어려워
월별 출생·사망 인원에는 기후와 계절, 고령인구 비율, 질병 유행, 신고 시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겨울철 한파는 심뇌혈관계와 호흡기계에 부담을 주고, 여름철 폭염은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산간지역인 정선은 추위와 폭설, 의료기관까지의 거리와 교통 여건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달의 사망자가 많았던 이유를 날씨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월 사망자가 20~40명 수준인 지역에서는 몇 명의 차이만으로도 증감 폭이 크게 달라진다. 기후와의 연관성을 확인하려면 사망 원인과 연령, 실제 사망일, 당시 기온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주민등록 통계가 실제 사망일이 아닌 신고 처리일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출생 역시 약 9개월 전의 임신과 혼인, 가임연령 인구와 신고 시차 등의 영향을 받는다.
한 달 출생등록이 한 자릿수인 정선에서는 두세 명의 차이만으로 수치가 몇 배씩 오르내리는 만큼, 계절적 흐름을 판단하려면 여러 해의 자료가 필요하다.
<젊은층 공무원과 강원랜드 직원이 많이 살고 있는 정선·고한읍에 정선지역 출생아의 67%가 태어나고 있다. 정선에서 태어난 아이 셋 가운데 둘이 두 읍 지역에 집중된 셈이다.전문가들은 읍면 공동체 유지에 경고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
출생아 셋 중 둘은 정선·고한에
저출생은 정선군 전체의 문제지만 지역별 양상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정선읍의 1~8월 출생등록은 19명, 고한읍은 17명이다. 두 지역을 합하면 36명으로 군 전체의 66.7%를 차지한다. 정선에서 태어난 아이 셋 가운데 둘이 두 읍 지역에 집중된 셈이다.
나머지 7개 읍면의 출생등록은 모두 18명에 불과했다.
정선읍은 유일하게 1월부터 8월까지 매달 출생등록이 이어졌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러 달 동안 출생이 한 명도 등록되지 않았다.
9개 읍면 모두 출생보다 사망이 많았다.
신동읍은 함백출장소를 포함해 2명이 태어나는 동안 42명이 숨져 사망자가 출생아의 21배에 달했다.
반면 고한읍은 출생 17명, 사망 24명으로 자연감소가 7명에 그쳐 감소 폭이 가장 작았다.
다만 읍면별 수치는 인구 규모와 고령인구 비율이 반영된 절대값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인구 1천 명당 출생률과 사망률, 가임연령 인구와 고령인구 비율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인구가 늘어도 청년은 떠났다
다른 지역 사례는 전체 인구의 증가가 곧 인구구조의 회복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강원 원주시와 경북 칠곡군 등 인구 증가 지역을 분석한 결과, 전입에 힘입어 인구가 늘어난 지역에서도 청년 유출과 고령인구 증가는 동시에 진행됐다.
칠곡군은 대구·구미의 배후지역이라는 입지와 신규 아파트, 교통망 확충을 통해 인구를 끌어들였다. 그러나 30대 이하는 빠져나가고 50대 이상은 들어오는 연령별 격차가 나타났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의료·교육 기반을 갖춘 원주시도 강원지역 인구를 흡수했지만 20대의 수도권 유출을 막지는 못했다. 전체 인구가 늘어도 젊은 세대가 빠져나가면 출생 기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선군 역시 전입자 수만으로 인구정책의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누가, 왜 들어왔으며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중·고령층이나 단기 전입자가 주로 늘었다면 주민등록 인구는 증가해도 지역의 지속 가능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전입보다 중요한 것은 정착
자연감소는 단순히 인구 숫자가 줄어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보다 먼저 지역을 지탱하던 생활 기반이 얇아진다.
아이 수가 한두 명에 머무는 지역에서는 어린이집과 학교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청년과 아동이 줄면 소비와 노동력은 감소하는 반면, 고령인구 증가로 의료·돌봄·교통 수요는 커진다.
출생아가 정선읍과 고한읍에 집중되면 면 지역의 보육·교육·의료 기반은 더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 생활 기반이 무너지면서 젊은 주민이 떠나고, 주민이 떠나 다시 시설이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구정책은 이제 ‘몇 명을 전입시켰는가’를 넘어야 한다. 청년이 지역에서 일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지, 아이를 낳아 기를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전입자가 얼마나 오래 정착하는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출생 기반이 상대적으로 남아 있는 정선읍과 고한읍에는 주거와 보육·교육 기반을 강화하고, 출생이 거의 끊긴 면 지역에는 작은 학교와 공동돌봄, 의료·교통·생활서비스를 결합한 정주 대책이 필요하다.
여덟 달 동안 기록된 출생 54명과 사망 261명의 간격은 단순한 인구 감소량이 아니다.
한 세대가 물러나는 속도를 다음 세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정선의 시간표다.
전입은 오늘의 인구를 떠받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그 증가는 오래가지 못한다. 정선군 인구정책의 성패는 몇 명을 데려왔느냐가 아니라, 들어온 사람이 이곳에서 얼마나 오래 삶을 이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 출생등록과 사망말소는 주민등록 신고 처리일을 기준으로 집계되므로 실제 출생일·사망일 기준 통계와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김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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