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곡리 김서윤·장열2리 이지안 아기 첫 백일…북평면이 함께 품은 마을의 내일
아기 울음이 끊긴 지 스무 해 가까이 된 마을에 새 생명이 찾아왔다.
그 아기가 태어난 지 백일째 되는 날, 주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조그마한 손과 발이 앞으로 내디딜 수많은 걸음을 축복했다. 아기의 백일은 한 가정의 경사를 넘어 적막했던 마을에 다시 찾아온 봄이 됐다.
정선군 북평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난 26일 북평면복지회관에서 올해 상반기 태어난 김서윤 아기와 이지안 아기를 위한 ‘우리동네 아기 첫걸음 백일잔치(사진)’를 열었다.
김서윤 아기는 지난 2월 문곡리에서, 이지안 아기는 지난 4월 장열2리에서 각각 태어났다. 협의체는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특화사업비로 백일상을 마련하고 기념사진 촬영과 액자 제작을 지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승환 북평면장과 유병호 협의체 민간위원장, 김종순 북평면 주민자치회장, 전영국 장열2리장, 김양춘 문곡리 노인회장, 협의체 위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두 아기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웃음이 번졌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덕담이 이어졌다. 이날만큼은 주민 모두가 두 아기의 할머니이자 할아버지, 든든한 이웃이 됐다.
특히 김서윤 아기는 약 20년 동안 출생 소식이 없었던 문곡리에 찾아온 새 생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한반도를 닮아 ‘한반도마을’로 불리는 문곡리에 오랜 기다림 끝에 울려 퍼진 아기 울음은 조용하던 마을을 깨우고 주민들의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농촌마을에서 아기의 탄생은 주민 한 명이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아기 울음은 마을이 살아 있다는 신호이자, 이곳의 삶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약속이다.
반가운 출생 소식은 정선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화암면 백전리에서는 10년 만에 심윤아 아기가 태어났으며, 지난 4월 임계면에서도 새 생명이 탄생했다. 오랫동안 아기 울음이 귀했던 농촌마을에 다시 온기가 돌고 있다.
백일사진은 쌍광사 정용욱 대표의 재능기부로 촬영됐다. 행사에 사용한 백일상과 소품은 지역아동센터와 어린이집 등의 행사에 다시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백일잔치는 두 아기의 첫 기념일을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기의 탄생과 성장을 지역공동체가 함께 품겠다는 약속의 자리가 됐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행 이후 정선군 인구가 47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가운데, 새로운 가정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아기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정주환경을 만드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군은 출생과 양육, 정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돌봄과 생활 기반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승환 공공위원장은 “아이의 탄생은 한 가정의 기쁨이지만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의 첫걸음을 응원할 때 더욱 든든한 힘이 된다”며 “이번 백일잔치가 두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고, 온 마을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함께 응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무 해 가까이 기다린 끝에 문곡리에 돌아온 아기 울음과 장열2리에 찾아온 새 생명. 두 아기 앞에 놓인 백일상은 크지 않았지만, 그 위에는 마을의 내일을 함께 키워가려는 주민들의 마음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유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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