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총회서 마을의제 7건 선정…주민 제안·투표·실행 구조 정착


정선군 화암면의 내일은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마을에 필요한 일을 제안하고 한자리에 모여 설명을 들은 뒤 직접 표를 던져 결정한다.
지난 25일 화암8경 야외무대에서 열린 ‘2026 하여가축제(사진)’도 단순히 노래하고 즐기는 여름 축제에 머물지 않았다.
주민총회를 함께 열어 2027년 추진할 7개 마을의제를 주민들의 손으로 선정했다.
화암면주민자치회(회장 최창대)는 이날 제안된 의제의 내용과 필요성을 설명했다.
주민들은 각 사업이 마을에 가져올 변화를 살펴본 뒤 투표에 참여했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내년도 화암면의 사업 방향을 정한 것이다.
화암면 주민자치는 2020년 시작됐다.
정선군이 화암면과 북평면을 시범지역으로 정하면서 화암면주민자치회는 지역에서 가장 먼저 출범했다.
주민이 마을의제를 발굴하고 주민총회에서 결정한 뒤 실행에도 참여하는 풀뿌리 자치의 첫걸음이었다.
첫해에는 코로나19로 주민총회를 열지 못했지만 주민자치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분과별 논의와 주민 의견 수렴을 통해 의제를 발굴했고, 이후 주민총회와 투표로 다음 해 사업을 결정하는 방식이 이어졌다. 출범 7년째인 올해는 제4기 위원 27명이 주민 주도 마을자치를 이끌고 있다.
주민들의 선택은 실제 생활의 변화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성과가 ‘하여가게’다. 사용하지 않는 옷과 생활용품을 기부하고 필요한 주민이 나눠 쓰는 플리마켓과 푸드뱅크로, 주민총회에서 높은 지지를 받아 추진됐다. 주민들이 텃밭에서 기른 농산물과 식재료까지 이웃과 나누면서 주민투표가 실질적인 마을사업으로 결실을 본 사례가 됐다.
지난해 총회에서도 그림바위 장터 활성화와 보라꽃 산책길 확대, 버스승강장·분리수거시설 경관 개선, 반딧불이 축제, 광대곡 트레킹 활성화 등 2026년 사업 의제 7건이 주민투표에 부쳐졌다. 주민의 제안과 선택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마을의 연례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올해 하여가축제에서도 그 흐름은 이어졌다.
주민들은 2027년 추진할 7개 의제를 직접 골랐고, 이종혁 화암면장은 선정된 의제가 실제 시책에 반영되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민의 선택을 행정이 사업으로 연결하는 주민자치 구조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투표 뒤에는 성악가와 하여가합창단의 공연, 색소폰 연주와 주민노래자랑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이웃의 노래에 박수를 보내며 폭염과 농사일로 쌓인 피로를 내려놓았다.
마을의 미래를 결정하는 총회가 주민 화합을 다지는 축제로 이어졌다.
최창대 화암면주민자치회장은 “화암면의 가치를 찾기 위해 참여해 주신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주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주민자치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7년 전 시작된 화암면 주민자치는 이제 주민이 마을의 손님이 아니라 주인임을 보여주는 제도로 뿌리내리고 있다.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고 한 표로 우선순위를 정해 현실의 변화로 잇는 곳. 화암에서는 주민의 선택이 곧 마을의 내일이 되고 있다. 권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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