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간성혼수로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여느 때 같으면 관장을 5-6회 정도 하고 나면, 이삼일이면 깨여 나드니 이번에는 보름이 돼서야 정신이 좀 들더니 온전치가 못하다.
하루 저녁에 기저귀 10개 정도씩 갈아주다 보면, 아침이다. 그래 한두 번 짜증도 냈다.
그리고 기저귀와 침대 시트를 갈아 주고 나면 곤히 잠이든다. 잠자는 얼굴을 보니 평생 남편에게 팬티 입은 모습도 보이지 않던 사람인데, 얼마나 수치스럽고 창피스러워할까. 하면서 짜증 낸 것이 후회스러워 잠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자그마한 목소리로 “여보 짜증 내서 미안해 너무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그랬어, 앞으로 짜증 안 낼 게 미안해” 하니 “아뇨 당신이 나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어떻해요. 내가 더 미안해요!”한다. 자신도 미안해서 그냥 눈 감고 있었나 보다. 잘못을 사과한 내가 더 서글퍼진다.
문득 어느 재벌 총수가 사옥에서 투신한 일이 생각난다. 그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음을 선택했을까…
18층 병동에서 내려 다 본 신촌의 거리, 낮에는 사람들의 거리, 밤에는 불빚의 거리, 안산의 중계 탑은 밤새 깜박이고, 금화터널 입구는 쉬지 않고 밤낮없이 차들이 들락거린다.
어느 한 사람이 병실에 누워 생사의 기로에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은 그냥 분주하게 돌아만 간다.
허기 사 하루에도 수십 명이 이승을 떠나고 있는 일상들이니…
무위자연 (無爲自然)
계곡에 바위가/층층이 쌓였어도//틈새를 찾아 돌아/물은 흐르고//숲들이 무성하게/산을 덮어도//비바람 불고/햇살 스미니//꽃은 피고/새들은 노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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