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_선거이야기 나의 선거이야기(5)
2020/07/09 13:2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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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에서 석탄을 캐던 광부가 강원도의원에 당선되다

투표가 끝나고서 사무실 관계자들은 열성 운동원들과 개표를 하는 정선군청 앞 주차장에 모였다. 공무원들이 퇴근한 저녁 시간이라 빈 주차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둘러앉았다. 다른 후보 쪽에서는 여관방에서 맥주 마시며 고스톱에 시간을 보낼 테지만 우리는 바닥에 신문을 깔고 앉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개표가 시작되고서 우리 참관인이 웃음 가득한 얼굴로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투표구마다 우리가 이기고 있다!”고 소리쳤다. 대략 30분 간격으로 참관인이 나올 때마다 개표상황은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후보와의 표 차이를 수첩에 적어 나와 불러줄 때마다 박수와 함성이 길게 이어졌다. 20여 명 가까이 주차장에 모인 사람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라는 말처럼 취기가 올라 벌게진 얼굴로 “성희직!” “성희직!”을 연호하여 기쁨을 만끽했다.


막장에서 저승사자와 싸우며 석탄을 캐는 광부들. 그러면서도 회사에서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해온 사람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도 별로 없고 아무런 ‘빽’도 없어 건강한 몸뚱이를 밑천으로 광부가 된 사람들. 스스로 ‘광산쟁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에 직업이 백 개쯤 된다면 광부는 끝에서 거지 다음.”이라며 자신을 비하해온 막장 인생들. 그렇게 한도 많고 사연도 많은 광부들은 자신이 만들어 낸 승리(이기고 있는 상황)에 신바람이 난 것이다. 밤이 깊어 개표가 80%쯤 되었을 때 취재를 온 삼척mbc에서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아직 개표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며 망설이자 기자는 “이미 2등과 1천 표 이상 차이가 나서 뒤집힐 일은 없다고 합니다” 했다. 다음날 새벽 1시가 지났을 때, 2등과 1천 6백여 표 차로 당선이 확정되었다.


도의원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얼떨결에 출마한 해고 광부가 광부들의 힘으로 당선이 된 것이다. ‘쇄재터널’이 만들어지기 전이라 정선군청에서 선거사무실이 있는 고한읍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던 시절이다. 일행 중에 승용차를 가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지만 1톤 화물트럭을 몰고 온 당원이 있었다. 그때까지 남아 있던 십수 명이 트럭 짐칸이 빽빽하도록 앉고 서고 하느라 왁자지껄하였다. 그렇게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엔 모두가 승리의 함성을 목청껏 내질렀다. 구호를 외치고 또 노동가와 ‘광부가’를 부르며 모두는 세상을 다 가진 개선장군처럼 당당하였고 신바람이 넘쳤다.


해고 광부가 강원도의원에 당선된 것이 언론에서도 ‘하나의 사건’이었나보다. 더욱이 ‘진보정당’인 민중당 출마자 43명 중에 유일한 당선자였기에 더 했던 것 같다. 다음날부터 중앙지 몇 군데서 취재가 이어졌다. 며칠 후엔 강원도청을 출입하는 동아일보 최창순 기자가 취재를 와서는 내 이야기를 ‘인간승리’라며 특집으로 실었다. “채탄막장에서 도의회로”란 제목으로 신문 한 면을 통째로 채운 기사였다.
1991년 광역의원선거에서 나는 ‘민중당 유일 당선자’로, 또 ‘J에게로’ 스타가 된 가수 이선희 씨가 서울시 의원에 민자당으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현역에서 물러나 ‘선수회 설립’을 주도했던 프로야구의 전설 최동원 씨는 부산시 의원에 민주당으로 출마하여 낙선하고 말았다.(다음호 계속)

[ 성희직 명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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