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선거이야기 나의 선거이야기(4)
2020/06/24 16:2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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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언론에서도 취재한 ‘사북국민학교 합동연설회’

                              시인. 정선진폐상담소장 성희직


투표일이 며칠 앞두고 두 번째 ‘합동연설회’가 사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다. 1차 연설회 때와는 달리 날씨는 그야말로 화창했다.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며 건네준 우황청심환 한 병을 미리 마시고서 ‘기호 3번 성희직’이라 쓴 연단에 섰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운동장에 가득 찬 청중들을 둘러보았다. 어림잡아 1500여 명은 모인 것 같았다.


“존경하는 광산노동자 여러분, 지역주민 여러분! 삼척탄좌에서 채탄 선산부로 일하다 노동운동 관련 해고자가 된 기호 3번 성희직 후보입니다... 이곳 사북은 동원탄좌에서 1980년 4월, 민주화운동에 불을 붙인 사북사태가 있었던 곳입니다. 이 시간에도 전쟁터처럼 위험한 막장에서는 광부들이 저승사자와 싸우며 석탄을 캐고 있습니다. 제가 당선되면 이러한 우리 광부들의 수고와 공로를 세상에 알리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연설을 마치고서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며 인사하였다. 연설회장에 모인 광부들이 다가와 반갑게 악수하며 꼭 당선되라고 격려해주었다. 내 연설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는 사람도 여러 명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사실 연설은 많이 서툴렀던 것 같았다. 하지만 광부들은 자신과 같은 처지인 내가 지역에선 잘나가는 후보들과 당당하게 경합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한 모양이다.


인사를 하던 중에 서울에서 왔다는 중앙일보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랬다. “전국의 광역의원 후보자 합동연설회를 여러 군데 가보았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은 처음 봤습니다.”


나는 민중당 후보 총 43명 중에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데다 ‘채탄광부’ ‘광부시인’이란 이력이 언론의 관심을 끌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2차 합동연설회 전까지만 해도 정선경찰서 정보형사는 ‘성희직 후보는 4명 중 3등 아니면 4등 할 것 같다’는 보고를 올렸단다. 땅속 깊숙한 곳에서 꿈틀대는 용암이 화산으로 폭발하듯, 지하 막장에서 뜨겁게 용트림치는 광부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선거운동 마치고 밤늦게 들어가면 격려 방문 온 광부들과 운동원들로 선거사무실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그런 사무실에서 라면을 끓이고 직접 밥을 해 먹으면서 밤낮으로 수고하는 선거캠프 사람들. 그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도의원을 안 해도 좋으니 선거에 이겨서 단 하루라도 ‘뺏지’를 달아봤으면 좋겠다” 너무도 고마운 운동원들이 수고한 보람을 ‘당선’으로 보답하고 싶었던 것이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눈에 선한 이들의 고마움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때도 있었다. 성희직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단지 ‘광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기 일처럼 나를 위해 뛰어다닌 광부들 모습에 감동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운명을 결정하는 투표일이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 성희직 명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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