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_ 선거이야기 나의 선거이야기3
2020/06/03 11: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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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에 발 벗고 나선 탄광 노동자들

          

21대 총선에서 보듯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에 따라 특정당 공천이 당락을 좌우하곤 한다. 하지만 ‘생활 정치’를 하는 지방의원선거는 학연 지연 혈연이 선거운동의 가장 큰 우군(友軍)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세 가지 중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출마했으니 아버지의 “택도 없는 짓거리 한다.”는 호통은 당연했다. 그런데 당시 고한읍 사북읍은 태백시, 삼척시 도계읍과 함께 대표적 탄광촌으로 내겐 ‘천군만마(千軍萬馬)’와도 같은 지지세력이 있었다. 날마다 저승사자와 사투를 벌이며 석탄을 캐는 광부와 가족들이 그랬다. 이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특히 동원탄좌에선) 성희직 후보 선거운동에 발 벗고 나선 데는 이유가 있었다.


 
1980년 4월에 발생한 ‘사북항쟁’ 이후 1987년과 88년엔 탄광촌에도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국내 최대 민영 탄광 두 곳에서 투쟁지도부 대표였던 정운환 씨(삼탄), 김창완 씨(동원탄좌)의 지도력과 헌신적인 활동은 광부와 가족들을 감동케 할 정도로 대단했다. 정운환 씨, 김창완 씨 두 사람 모두 파업 때문에 징역살이까지 하고 나왔다. 그렇게 탄광노동자들 권익을 위해 온몸으로 희생한 두 사람이 성희직 후보를 위해 앞장섰으니 광부들은 ‘여왕벌’을 따르는 꿀벌들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선거 초반엔 상당히 어려웠다. 후보등록을 하고서 이틀 동안 전화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성희직 후보를 안다는 사람이 열 명 중 두 명에 불과했다. 나는 ‘친목 단체’ 한 곳 가입하지 않았고 지역사회와 교류도 전혀 없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도 선거운동원들의 열성은 타 후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운동원들은 으레 일당을 받거나 술이나 밥이라도 얻어먹고 선거운동하던 시절이었다. 내 선거운동원인 광부들은 전혀 달랐다. 자기 돈을 써가면서도 신바람 나게 뛰었다. 그 당시 고한읍 사북읍엔 광부사택이 많았다. 갑방, 을방, 병방으로 3교대 근무하는 광부들은 퇴근하면 사택으로 내달렸고, 또 산꼭대기 작은 마을까지 호별방문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주머니를 털어 술 사주면서 “성희직이 찍어 달라”며 자기 일처럼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그런 분위기에 주민들은 “성희직이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도 열심이냐?”며 놀라워했다. 선거 벽보에 다른 후보들은 모두 양복 차림인데 나는 삼탄 작업복(출근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사용했다. 벽보를 본 초등학생 아들이 엄마에게 “3번 아저씨(성희직)는 돈도 없고 불쌍하니 꼭 찍어 줘야 한다.”며 졸랐단 이야기도 들었다.


1991년도 도의원 선거는 두 번의 ‘합동연설회’를 했다. 첫 번째 연설회를 앞두고 늦은 저녁 시간에 선거사무실에 십수 명의 운동원들이 모여 내 연설을 미리 들어 보기로 했다. 해고되고서 출퇴근 시간이면 광업소로 올라가 큰 소리로 ‘복직 투쟁’ 인사를 하곤 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으니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몇 번을 해보아도 연설이 서툴고 내가 생각해도 어색했다. 앞자리에 앉은 선거대책본부장과 핵심 참모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안 되겠기에 “내일 현장에서 잘 하겠다.”하고는 연습을 끝내버렸다. 연설문을 써서 읽으면 될 일을 그때만 해도 나는 ‘연설을 원고 없이 해야 멋있게 보인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음날 ‘고한중고등학교’ 운동장에선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우산을 쓴 지역주민들과 선거운동원 등 300~400여 명 정도가 운동장에 모여 연설을 들었다. 첫 번째 연설회를 마치고 연설하는 사진으로 선거홍보물 만들었다. (당시엔 5종의 선거홍보물을 선거운동원들이 직접 돌렸다) 홍보물엔 큰 글씨로 이렇게 썼다. “민심은 기울었다!!”
 

[ 성희직 명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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