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마치고 중학교도 가고 싶어요”
2020/06/03 10:4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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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분교 신입생 유춘자, 최종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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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사태로 초등학교 입학식이 뒤늦게 열린 지난 5월 25일, 정선초등학교 가수분교에 한 마을 사는 유춘자(80세), 최종녀(78세) 두 분이 만학의 꿈을 안고 ‘늦깎이 초등학생’으로 입학했다.


이제까지 손자뻘 되는 어린이들과 함께 입학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이렇게 고령의 학생들만 입학하게 된 것은 강원도내 처음 있는 일이다. 두 학생의 학교생활을 들으러 그림 같이 아름다운 가수분교에 찾아 갔다.


“아들에게 공부 못한 한을 이야기 하며 학교 한번 다니고 싶다고 이야기 한 것이 입학식까지 오게 되었네요, 어렵게 시작한 학교 열심히 댕겨서 한문도 배우고 영어도 배우고 싶어요.”두 분 중에 언니인 유춘자 학생의 결심이다.


최종녀 학생은 “열명이나 되는 자식들 이름이라도 내 손으로 써 보고 싶어서 학교에 오게 되었다”며 “허락된다면 중학교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제까지 정선군에서는 학업의 기회를 갖지 못해 한글을 모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성인 문해 교실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문해교실을 졸업해도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지는 못한다.


정선초등학교 오세현 교장은 “강원도 교육청에서는 작은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 실적은 미미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두 분의 입학은 학교로써 매우 기쁘고 보람된 일”이라며 “어르신들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융통성 있는 학제 운영으로 두 분의 학업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여기 오니 즘슴으로 뜨신 밥을 주더라구요, 뜨신 밥 먹고 나면 선생님이 한잠 자라고 전기장판을 틀어 줘요, 그래서 한잠 자고 일어나는데 이런 데가 어딨어요? 학교 오는 일이 너무 감사하다니요” 두 학생이 신이 나서 설명하는 학교생활이다.


매일 두 학생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건 유춘자 학생의 둘째 아드님. 두 분을 입학까지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고생하셨던 어르신들께 자식들이 농사일에서 손을 떼고 이젠 좀 쉬시란 마음에서 학교 입학을 추진하신 듯 싶어요. 두분 다 효행이 지극한 자식들을 키우신 장한 어머니들이시기도 하죠.” 정선초등학교 오세현 교장의 설명이다.

“학교에 손자 둘이 3학년, 4학년 선배로 공부하고 있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손자들을 만나면 선배님 잘 부탁 드립니다라고 인사를 하곤해요” 손자를 선배로 대하는 유춘자 학생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베어 난다.


원래 낙동리가 고향인 유춘자 학생은 18살 되던 해 가수리로 시집을 왔다. 그때 한마을에 살던 최종녀 학생을 만나 지금까지 좋은 이웃으로 지내다 한반에서 같이 공부하는 학우가 됐다.


언니 유춘자 학생은 자식이 여덟이나 되고 동생인 최종녀 학생은 무려 열 명이나 되는 자식들을 키워 자식 농사 잘 지은 걸로 근방에 소문이 자자하다.


“이제 한글을 더 익혀 자신이 생기면 읍내 둘이 나가 노인연금 들어 온 것도 내손으로 농협에서 찾아, 써 볼 참이에요. 이제까지 글을 몰라 무얼 사려고 해도 자식들한테 부탁했었는데 이제 내손으로 하려고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떨려요” 유춘자 학생의 이야기다.


두 학생 고령의 나이임에도 감사하게도 두 학생 다 어머님이 살아 계신다. “어무이가 요양원 계신데 코로나 때문에 면회가 안 되 어무이 본지 오래 되요, 어무이가 핵교 다니는 거 알면 좋아 하실텐데...” 유춘녀 학생의 어머니는 올해 104세이시다. 최종녀 학생의 어머니도 올해 98세로 고령이시다. 장수도 유전이라면, 두 학생의 바람대로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 공부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두 학생을 만나고 나오는 길. 수령 700년을 헤아린다는 가수분교 앞 느타나무가 백발이 성성한 두 학생을 어린아이 다루듯 소중하게 품어 안는 동화 같은 상상이 머릿속을 스친다.

[ 권혜경 hk@jsweek.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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