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집]“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2020/03/17 11:5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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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만들기 봉사활동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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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중국 사람부터 막았어야지. 중국한테 휘둘리다가 이 꼴이 난거야. 마스크도 말이야. 이거 뭐 공산주의도 아니고.” “무슨 소리야. 중국 때문이면 중국사람 바글바글한 서울, 인천, 제주에서 터졌겠지. 마스크 공급도 다른 방법이 있는가 이사람아.” 


사실상 국난이다. 힘들지 않은 곳이 없어 힘들다 소리하기가 조심스러운 사람들이 대다수다. 지역신문도 마찬가지 녹록치 않지만 어디 학원이나 식당에 비하겠나. 쏟아지는 정보가 많다 보니, 요즈음 코로나19 사태나 마스크 대란에 대해 한 두 마디 거들지 못하는 사람이 없고 대부분 약간의 분노를 안고 있다. 각자의 시각에 따라 분노가 향하는 곳은 제각각이지만….

△직접해볼 수 있다면!


필자는 황사가 유행할 때 꽤 값을 주고 산 다회용 마스크, 재작년 진폐재해자의날에 행사장에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마스크 중 50개들이 한 상자를 얻어 놓은 것이 있어 이른바 ‘마스크 대란’에서 조금 벗어나 있을 수 있었다. 전철타고 출퇴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국난인데, 또 명색이 지역 일 한다는 핑계로 이런저런 도움을 받는 사람이 ‘마스크 안사기’하는 것, 원래 내 것도 아닌 50개들이 상자 마스크를 필요하다는 곳에 돌려주는 것 외에 달리 지역사회에 공헌할 기회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마스크 만들기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지역의 축제나 행사, 일손돕기 등 봉사활동 현장에서 필자는 늘 관찰자, 제3자일 뿐 직접 참여하는 당사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직접 당사자가 되어볼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낯설면서도 일편 흥미롭고 소중하게도 느껴졌다.

△정선사람이 만들고 정선사람들에게
3월 15일 아침 군청 앞 주차장에서 군청 버스를 타고 증산으로 향했다. 정선관내 마스크 공장이 있다는 사실. 전에는 아는 이가 없었지만 이제는 모르는 이가 더 적지 않나싶다. 정선군 남면 증산농공단지에 위치한 GSL주식회사 마스크공장. 버섯재배장을 개조한 곳이다. 직원 40명 하루 생산량 2500개 수준의 소규모 생산시설로 설비도 열악해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관내 자원봉사자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대신 정선군은 마스크 값을 공장 측에 절반만 지불하고, 생산된 마스크는 군민들에게 모두 나눠준다는 취지였다.


오후 1시가 조금 안 돼 도착한 현장에서는 이미 오전에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가는 팀들이 나오고 있었다. 안면이 있는 봉사자끼리 인사가 오가고, 탄광 마냥 갑반이니 을반이니 하며 서로 파이팅을 외쳐줬다. 공장 앞에는 최승준 군수와 군청 공무원들, 정선군자원봉사센터 장기봉 소장과 센터 직원들도 일부 나와 봉사단을 반겨주고 있었다.

△노상하면 늘지요
최선화 센터 사무국장으로부터 우리가 할 일에 대한 설명을 받았다. 마스크 제작 공정은 재단과 봉합, 흡기구부착, 고무줄꿰기, 검수, 포장 등의 단계로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필자는 공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미싱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물건이나 나르다 오겠구나. 사진이나 많이 찍어둬야지’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우리 팀은 흡기구 부착과 고무줄 꿰기를 맡았다. 막상 고무줄 꿰기라는 ‘중책’을 맡으니 사진 찍으러 자리를 뜨기도 옆 사람 눈치가 보였다. ‘아 공장이란 게 이런 거구나.’ 이 마스크공장에서 자원봉사를 한 정선군민만 연인원 1000명을 헤아린다는 데 나는 이제 조금 거든다는 생각이 드니 봉사를 하면서도 조금 미안한 마음까지 생겼다. 


손재주 없는 속칭 ‘똥손’이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능숙해졌다. “뭐야, 점점 잘해지고 있잖아?” 숙련도가 올라가기는 다른 봉사자들도 마찬가지여서 테이블에 수북이 쌓였던 마스크더미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른바 모두 소진됐다. 사진기를 들고 본격적으로 공장을 돌아봤다. ‘흥부네 집 보다 더하다’고 할 만큼 집기류가 낡았고 시설도 변변치 못했다. 하루 최대 생산량이 3000원짜리 마스크 2500개인 작은 공장에 뭐 대단한 투자가 있었겠는가. 그런데 직원들의 손놀림은 정말 ‘생활의 달인’ 수준으로 대단했다.

△부러움 사는 마을
장기봉 자원봉사센터 소장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까지 1차 목표인 마스크 5만개 생산은 달성했는데 여러 사람이 와서 봉사를 하니 그것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불안했다고 한다. 또 향후 면마스크 제작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다시 공장으로 들어가 좀 거들다보니 어느새 퇴근, 아니 소집해제 시간이 됐다. 버스에 몸을 실으니, 앉아서 몇 시간 꼼지락거린 게 다인데 꽤 노곤했다. 뿌듯한 마음이 들어 자원봉사했다고 개인 SNS에도 자랑삼아 올렸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한 것 없이 생색만 낸 것 같아 무안한 마음이 들었다. 글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지금도 조금 그렇긴 하지만. 


마스크만들기 자원봉사활동은 SBS를 비롯한 중앙언론에도 많이 소개됐다. 댓글을 소개해자면 이렇다. ‘이게 사람사는 거다’, ‘이유없이 훈훈함…그냥 부러움…’. 칭찬일색. 괜히 어깨가 올라간다.


이 마스크 만들기 봉사활동에 참여한 연인원 1000명은 모두 우리 이웃이라는 점이 놀랍다. 정선군자원봉사센터, 대한적십자회 정선군협의회(열흘 간 계속 참여), 정선군가족봉사단, 민주평통정선군지회, 정선군새마을회, 새마을부녀회, 정선군생활개선회, 한결봉사회, 바르게살기정선군협의회, 사북읍번영회, 문해교육협회정선지부, 장덕수 짱 밴드, 정선군여성단체협의회, 정선로타리클럽, 정선라이온스클럽, 정선읍여성자율방범대, 아라리서금봉사단, 한국부인회, 가리사니치매예방봉사단, 정선군의회, 정선군사회복지협의회 자원봉사단, 정선여성자치회, 화암면여성자율방범대,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가시버시부부봉사단, 정선여성의용소방대 등의 단체(무순)가 참여했고 중고생을 비롯한 학생들도 다수 일손을 보탰다. 각 마을 이·반장은 마스크 배포를 맡았다.


사회의 역량은 위기에서 발현된다. 우리 지역사회가 국난의 시기에, 지친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그래도 아직 우리 지역에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지역 자원봉사 문의 033-563-9904(정선군자원봉사센터)

[ 최광호 lead@jsweek.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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