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정선 사람들은 욕심쟁이가 아니다
2019/01/09 17:1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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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호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의혹들 중 일부가 동계스포츠, 동계올림픽과 연결된 것이 알려지면서 국민 상당수가 냉담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겨울 평창동계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과 남북단일팀 등 이목을 모으기에 충분한 이슈들이 등장하면서 냉담했던 국민들도 이내 관심을 기울였다.


가끔 강원랜드와 관련된, 주로 부정적인 보도로 뉴스에 등장하는 강원도 정선에서는 올림픽 알파인스키 경기가 열렸다. 바로 가리왕산 하봉에 만든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말이다. 알파인스키가 아직 국내 선수들이 큰 성과를 이루지는 못한 종목인지라, ‘스키 여제’라는 린지 본과 관련된 얘깃거리나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머물렀다는 이야기 정도가 관심을 받을 뿐이었다.


정선을 향한 주목의 정도가 다른 개최도시에 비해 적었다고 해서 남은 여파까지 잔잔하지는 않다. 바로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존치냐 복원이냐 하는 문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산림청과 환경단체에서는 애초 계획대로 복원할 것을 요구하고, 정선 주민들은 알파인 경기장의 존치를 원하고 있다.


필자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 문제를 ‘지역을 배제한 중앙정부의 독선적 정책 결정의 전형’으로 본다. 우선 정선 알파인 경기장 부지가 지역의 요구가 아닌 국가적 대사인 올림픽 개최의 필요조건이었고 정부가 이를 승인했다는 점이다. 표고 차와 슬로프의 방향 등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요구를 충족하는 슬로프가 그곳뿐이었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정부의 이주대책에 따라 삶의 터전을 내주어야 했다. 더러 일부 지주들은 두둑한 보상비를 받기도 했겠지만, 토지보상 수혜자들 대부분은 서울사람이었다. 부지 선정과 향후 활용 여부 입안에 지역 주민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여지도 전혀 없었다.


과정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13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대회지원회의에서 환경부와 산림청은 ‘동계스포츠 활성화,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속 활용한다’는 안에 찬성했다. 그러곤 그해 6월 ‘올림픽 이후 복원할 것’을 조건부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해제’를 결정해 강원도에 임대했다. 이는 ‘복원 조건’이 공문서상의 수사로 보일 수 있는 여지를 준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리왕산 전체 면적은 9230㏊(헥타르), 이 중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2326㏊이고, 정선 알파인 경기장 부지에 편입된 것은 22.6㏊에 불과하다. 그나마 산림청은 이를 이유로, 경기장 편입 면적의 25배인 584㏊를 보호구역으로 대체 지정했다. 이는 이미 보호구역에서 해제되고 경기장 공사로 훼손된 곳은 보호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 전제돼야 할 수 있는 결정이다.


물경 2064억원이 들었다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 다시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곤돌라를 운용하려 거대한 콘크리트덩이들과 함께 땅속 깊숙이 박아둔 기둥들을 철거하고 슬로프와 관리도로를 뭉갠 뒤 나무를 듬성듬성하게나마 심는 데 드는 비용이 적게는 1000억원, 많게는 4000억원까지 추산되고 있다. 경기장을 존치해 운영할 경우 연간 13억~35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하니 최소 30년에서 최대 300년을 운영할 수 있는 돈이다. 또 철거와 복원 공사를 진행할 경우 35만톤의 토사를 걷어내야 하고, 이렇게 해서 걷어낸 산업폐기물 7만톤도 처리해야 한다.

해가 바뀌면서 산림청의 강원도에 대한 무상임대 기한도 만료돼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불법시설이 됐다. 산림청은 행정대집행, 즉 강제 철거 공사까지 거론하고 있고 주민들은 정선 알파인 경기장 출입을 막으려 진입로에 철책과 초소를 세웠다. 지역 주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84% 이상이 알파인 경기장의 존치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선 주민들이 괜한 욕심에 억지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주변에 살다 보니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현안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뿐이다. 또한 주민들이 알파인 경기장에 철책을 치고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는 것은, 중앙정부의 독선적이고 불합리한 정책 결정에 대한 정당한 의사표현으로 봐야 한다.


< 이글은 지난 1월 1일자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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