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의 행복 - 214 낙엽의 소리
2022/11/24 10:1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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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보라 잎새에서 초록으로 그리고 초록에서 울굿 불굿,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상으로 물들어 가드니, 입동이 지나자 조금씩 회색으로 바래갑니다.


나무와 잎새들, 영혼이 맑으면 저리 예쁘게 물들어, 한 점 바람 없이도 뚝 뚝 떨어져 떠나게 되는 것일까?


  내도 남은 시간 맑은 영혼으로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다 보면, 저리 고운 색으로 물들어 방하착(放下着 : 집착하는 마음도 어리석은 아집도 모두 내려놓는다는) 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연두색의 잎새들이 진초록의 여름 지나 이제는 따가운 가을 햇살에 식음(물을 먹는 일)을 전폐하고는 자신의 몸을 가볍게 말리면서 떠나야 할 때를 기다리고 있어…


  자신이 자리 비움을 해 줘야만 내년 봄 연두색 잎새들을 다시 피울 수가 있기에 말입니다.


  그런데 떠남을 준비하는 저 잎새들의 아픔들이 우리에겐 왜 그리 아름답게만 보이는지. 그래서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는가…


  내 이웃들도 때가 되어, 한 사람 한 사람 곁을 떠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도 떠나야 하는 날이 멀지 않았음에 이왕 한번, 꼭 한 번 왔다 가는 이승 살이를, 저리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왠지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것은, 이승살이에 연연하는 집착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낙엽의 소리


빗소리 창문 여니/낙엽 지는 소리에/오마하지 않던 이가/실없이 기다려져//행여 하는 마음에/밤 새 뒤척이다/소쩍새 울음 그쳐/방문 열고 내다보니//처마 끝 눈 섶 달은/실없이 웃고 있고/댓돌 위엔 낙엽들만/소복이 쌓였어라.

 

[ 김한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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